[르포]3월에 해파리를 꼭 잡아야 하는 이유

[르포]3월에 해파리를 꼭 잡아야 하는 이유

여수(전남)=김민우 기자
2016.03.25 06:00

해파리 유생 1개→5000마리로 번식 "꼼짝마"…세계최초 제거기술 본격 적용

"풍~풍덩~꼬르르륵"

24일 오후 3시 전남 여수 가막만 앞바다. 검은색 잠수 수트를 입은 건장한 사내 대여섯명이 하나둘 산소통을 매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3월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잠수사들의 얼굴에는 조급함이 묻어 난다. 그들은 이내 물속으로 사라졌다.

매화꽃이 활짝 필 정도로 여수엔 완연한 봄이 찾아 왔지만 수온은 여전히 차다. 바다가 아직 봄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잠수사들이 바다로 뛰어든 이유는 바위에 부착된 보름달물해파리 폴립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보름달물해파리 한마리는 보통 5000개에서 1만개의 알을 낳는데 이것이 바위에 부착해 폴립 상태가 되면 폴립 1개가 최대 5000마리의 성체로 분화한다. 폴립 하나를 제거하면 5000마리 해파리를 잡는 효과를 얻는 셈.

해파리 폴립제거 작업은 잠수사들이 고압의 해수를 분사해 바위에서 떼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솔이나 삽을 이용해 손수 떼어내기도 한다. 바위 등에 부착된 해파리 폴립을 바위로부터 떨어뜨려 놓기만 해도 해파리 폴립은 영양공급이 중단돼 96%가 죽게된다.

24일 전남 여수 국동항. 해양환경관리공단의 해파리폴립제거 작업 위탁을 받은 한 산업잠수사가 입수를 앞두고 준비를하고 있다/사진= 김민우 기자
24일 전남 여수 국동항. 해양환경관리공단의 해파리폴립제거 작업 위탁을 받은 한 산업잠수사가 입수를 앞두고 준비를하고 있다/사진= 김민우 기자

4월부터는 바위에 부착된 폴립이 변태해 물 속을 떠다니는 부유유생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성체상태가 될 때까지 제거할 방법이 없다. 송상근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해파리를 제거하기 위해 그물로 떠내거나 로봇에 분쇄기를 장착해 없애는 방법을 병행하고 있지만 폴립상태에서 제거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해파리 폴립제거사업은 올해로 3년차를 맞는다. 2012년부터 시화호, 마산만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올해부터는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가막만, 새만금, 여자만의 해파리 폴립 밀집지역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해파리 밀집지역에 대한 조사도 같이 병행해 사업대상지역을 점차 확대해갈 방침이다.

정부가 해파리제거 사업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1990년대 후반 이후 해파리 개체수가 급격히 늘며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해파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수온이 상승하고 어획량이 증가하면서 쥐치 등 먹이사슬 상 해파리의 포식자의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파리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피해액은 연간 3000억원. 국내에서는 보름달물해파리와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주로 출현하는데 사람을 공격하거나 발전소 취수구를 막아 고장을 유발하기도 한다.

1996년부터 10년간 해파리가 취수구를 막아 울진 원자력발전소 1·2호기가 14차례 가동이 중단됐다.

어민들의 어획활동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해파리는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한번에 500kg에서 1t까지 걸려 올라온다.

여수에서 갯장어잡이배를 운영하는 이석희씨는 "해파리 무게 때문에 그물이 찢어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라며 "해파리가 많이 출현하는 해는 어획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하소연했다.

해파리가 성체로 자라기 전 폴립단계에서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이 방식으로 제거할 수 없다. 중국에서 성체까지 자란 뒤 우리나라 해안으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한-중-일 3국의 공조가 중요한 이유. 정부는 올해 7월과 11월 한-중, 한-중-일 전문가 워크숍을 열어 해파리 공동대응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송 정책관은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폴립제거방식을 중국과 공유하면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국내 해안 유입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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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기자

*2013년 머니투데이 입사 *2014~2017 경제부 기자 *2017~2020 정치부 기자 *2020~2021 건설부동산부 기자 *2021~2023 사회부 사건팀장 *2023~현재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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