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내 최초 탄소없는 섬 꿈꾸는 제주 가파도

[르포]국내 최초 탄소없는 섬 꿈꾸는 제주 가파도

가파도(제주)=김민우 기자
2016.07.12 12:00

ESS 갖춰지면 풍력과 태양열로 100% 전력공급 가능…사실상 '탄소제로'

8일 오후 2시30분 서귀포 모슬포항. 항구를 떠난 배는 심하게 출렁였다. 가파도에 다가갈 수록 배는 더 심하게 요동쳤고 바람은 거세졌다. 암소의 뿔도 휘게 한다는 가파도 바람의 위력이었다.

수천년간 불어온 바람에 풍화된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듯한 가파도.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나고 없는 작은 섬이지만 가파도는 대한민국 그 어느 곳보다 미래지향적이었다. 도로에는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었고 전력의 대부분은 풍력과 태양열 발전을 통해 공급되고 있었다.

가파도가 이렇게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 시점은 2011년부터다.

한국전력과 제주도는 가파도와 같은 고립지역에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설비와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 저장, 공급할 수 있는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기 위해 2011년부터 가파도 '카본 프리 아일랜드'(CFI) 사업을 추진했다.

약 146억원을 들여 섬 전체 37가구에 3킬로와트(㎾)급 태양광 집열판, 250㎾짜리 풍력발전기 2기와 3850㎾h짜리 전력저장장치(ESS) 등을 구축했다. 집집마다 태양광발전기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 1260만원 가운데 주민은 10%(126만원)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보조를 해줬다.

김동옥 가파리 이장은 "집집마다 태양열 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하면서 매달 5만원 정도하는 전기요금이 8000원으로 대폭 줄었다"며 "전기를 덜 사용하기 때문에 연말에는 2만1000원 정도 카드 포인트로 전기료를 돌려받는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가파도 주택 곳곳에 설치된 37기의 태양광 발전기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기 용량은 174㎾. 풍력발전소 두 기는 약 470㎾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가파도의 연간 전력사용량이 1151MWh(최대 230kW, 평균 142kW)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미 풍력과 태양력 발전으로 수요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파도에서는 에너지 저장장치 용량이 부족해 남는 전기가 버려지고 있어 실제로는 50%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디젤발전기를 통해 그때그때 충족했다.

그러나 현재 발전소 옆에 짓고 있는 2MWh 규모의 전력저장장치와 1MWh규모의 전력변환장치 설비가 완공되면 가파도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은 카본 프리 아일랜드가 된다.

디젤발전을 예비로 전환 운영하고 순전히 신재생에너지로만 24시간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76t 줄이고, 발전연료 30만ℓ를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주민들이 사용하는 트럭은 전기차로 대체하기 힘들어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다.

한전은 현재 가파도 이외에도 전남 진도 가사도, 경북 울릉도, 인천 덕적도 등으로 대상을 확대 구축중이다. 섬이 많은 한국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도서지역의 전력난을 해소하고 친환경전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다.

한전 관계자는 "마이크로그리드 시장규모는 2020년 400억달러(약 46조6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도서지역의 디젤발전을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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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기자

*2013년 머니투데이 입사 *2014~2017 경제부 기자 *2017~2020 정치부 기자 *2020~2021 건설부동산부 기자 *2021~2023 사회부 사건팀장 *2023~현재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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