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전, 사후관리 길을 찾다-⑥]10만년 간 보관 핀란드 '온칼로'…"주민 수용성이 과제"

덜컹거리는 차량에 몸을 싣고 어두컴컴한 터널을 달려 내려가기를 10여분. 지하 100m(미터), 200m를 알리는 표시가 지나갈 때마다 기압 차이로 인해 귀가 먹먹했다. 5㎞(킬로미터)쯤을 달려 막다른 벽이 나타나자 차량이 멈췄다. 지표면에서 약 450m가량 파고 내려간 지점이었다. 시큼한 폭발물 냄새가 코를 찌르고 벽을 뚫고 있는 드릴 소리는 시끄럽게 들려왔다.
길게 뻗은 동굴 바닥 곳곳에는 약 1.5m 지름 크기의 둥근 구멍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용후핵연료를 밀봉한 캐니스터(금속 재질의 보관용기)를 넣도록 뚫어 놓은 곳이다. 그제야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연구하는 핀란드의 ‘온칼로’(ONKALO)에 왔다는 게 실감 났다.

온칼로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북서쪽으로 240㎞ 떨어진 작은 도시 에우라요키시 올킬루오토 섬에 있다. 그림 같은 풍경의 조용한 섬인 이곳에서는 핀란드에서 발전용량이 가장 큰 원자력 발전소 올킬루오토 1·2호기가 가동된다.핀란드에는 총 4기의 원전이 있다.
작은 섬 올킬루오토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이곳이 곧 세계 최초의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시설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에서 다 쓰고 버려진 폐연료봉을 말한다. 인체에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능을 내뿜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83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을 준비해 온 핀란드는 약 17년간 지질조사, 의견수렴 등을 거쳐 올킬루오토를 영구처분 부지로 확정했다. 지난해 건설 허가를 바탕으로 방폐물 관리사업자 ‘포시바’(POSIVA)는 현재의 연구시설 확장에 들어가 2023년부터 영구처분 시설로 운영하게 된다. 약 9000톤(t)의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온칼로 영구처분 시설은 약 100년간 운영된다. 100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용후핵연료가 지층화 되도록 내버려둔다는 계획이다. 사용후핵연료를 10만년 이상 보관하면 방사능이 자연에서 배출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반감된다.
이 때문에 부지선정 과정에서는 안전성이 최우선으로 고려됐다. 지자체의 공모를 받는 대신 정부가 우선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후보지를 선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화강암 중심의 안정적인 암반지대인 올킬루오토는 로비사, 쿠모, 아아네코스키 등 지역과 함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킴모 레흐토 포시바 영업부장은 “심층조사 결과 4개 지역이 적합한 것으로 나왔지만, 올킬루오토는 주민 59%가 찬성한 것이 주효했다”며 “현세대가 폐기물에 대한 책임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피시설인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시설의 인허가가 수월하게 이뤄진 데는 주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기본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높은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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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에우라요키 시내에 거주하는 미카 라팔마씨(54)는 “언제든 물어볼 수 있게 안전에 대한 모든 정보가 공개돼 있어 신뢰할 수 있었다”며 “직접 온칼로에 다녀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주민인 유하나씨(30)는 “오히려 지역사회에 금전적인 보상을 해준다고 했으면 정부를 믿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핀란드 만의 문제는 아니다. 24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의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용후핵연료 1만4000t을 원전 내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지만, 포화율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상황이다.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월성(2018년)·영광(2019년)·울진(2021년)·신월성(2022년) 순으로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의 기본계획에 따르면 용지 선정에는 최소 12년이 소요된다. 용지가 확보되면 건설에 들어가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부터,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부터 각각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영구처분 시설의 마련에는 안전성 문제와 많은 사회적 갈등 등으로 인해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본계획에 맞춰 안전한 처분이 가능하도록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및 절차 마련 등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