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점상 주려고 200억 쌓아놨는데...신청은 고작 4억원

[단독] 노점상 주려고 200억 쌓아놨는데...신청은 고작 4억원

세종=최우영 기자
2021.07.13 05:00
지난 4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거리에서 노점상인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4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거리에서 노점상인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노점상들이 1인당 50만원씩 받을 수 있는 정부의 코로나19(COVID-19) 재난지원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차 추경을 통해 마련한 200억원의 예산 대부분이 쓰이지 못하고 다시 국고에 귀속될 처지다.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노점상들이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소득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면밀한 검토없이 이뤄진 정치적 탁상공론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3월 2021년도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배정된 노점상 재난지원금 200억원(4만명분) 가운데 6월말까지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신청이 들어온 건수는 819명에 불과하다. 전체 예산의 2% 수준이다.

노점상 재난지원금은 3월 추경에서 정해진 뒤 각 지방자치단체로 예산을 내려보내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중앙정부의 예산을 광역 지자체에 '지방 교부금' 형태로 내려보낸 뒤 이를 다시 기초지자체로 내려보내 예산을 집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사실상 본격적인 신청 접수는 6월초부터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현장에서 건강보험료 부담이나 심리적인 세부담 등이 있다는 의견을 내는 상황이라 연말까지 접수를 받는다 해도 신청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노점상 재난지원금의 수급 조건으로 '사업자등록' 또는 '모든 개인정보 공개'를 내걸었다. 이에 대해 노점상단체들은 3월 추경 당시부터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방안이 '허가를 전제로 한 노점상 편가르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의 사업자등록을 전제로 한 노점상 지원 방안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노점상 중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는 상인의 경우 사업자등록으로 사업소득이 확인되면 수급이 축소되거나 박탈될 수 있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노점상에게 소득 정보가 잡힐 경우 정부의 기초생활수급 지원 사업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노점상의 개인정보 공개가 각 지자체의 과태료 부과, 고소고발, 노점상 통제 등 단속의 악용 수단으로 쓰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런 근거 없이 재난지원금을 집행할 수 없는 만큼 현행 신청 조건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2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도 노점상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건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재난지원금을 편성하려면 소득감소 근거 등에 기반해야 하는데 노점상 재난지원금은 아무런 근거 없이 정치적 동기에 의해 탁상공론으로 시작된 논의"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 노점상이 소득 하위계층이라 가정한다면 1분위 가정에 대한 지원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된 셈"이라며 "여기에 더해 노점상만 별도로 선별해 다시 지원해주려다보니 정책이 꼬여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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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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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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