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방폐물 관리 책무, 언제까지 미래세대에 전가할텐가"

"고준위방폐물 관리 책무, 언제까지 미래세대에 전가할텐가"

세종=조규희 기자
2023.12.19 05:39

[인터뷰]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조성돈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조성돈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1978년 원자력발전소 상업 운전 이후 반백년이 다 돼 가는데 여전히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장'은 없다. 안정적 전력 공급의 혜택을 만끽한 뒤 부산물 처리는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정부가 기필코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제라도 최종 처분장 마련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분주하면서 키를 쥔 국회 상황이 여의치 않다. 특별법 협상 과정이 난항이다.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시간이 빠듯하다.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이 "특별법 지연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라는 책무를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것으로 현세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도덕적·윤리적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공단은 병원, 산업체를 비롯해 원전에서 발생하는 모든 방사성폐기물을 전담하는 국가 기관이다.

조 이사장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공단 거점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1978년 원전이 운영을 시작한 이후 국내 4개 원전 주변 지역 인구가 500만명"이라며 "지역주민이 50여년간 희생해 왔는데 이제는 부지 내 보관한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달라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 2021년 마련한 '제2차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부지 선정 절차 착수 이후 '37년 내'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할 수 있다. 특별법은 부지 선정 절차에 착수하고 여러 기타 사항을 준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공단은 특별법을 추진하는데 있어 지금이 '최적기'라는 입장이다. 지난 2013년 박근혜정부에서 최종 처분장 관련 공론화 이후 문재인정부에서 재 공론화가 이뤄졌고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관련 입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조 이사장은 "현재 야당안인 '김성환 의원안'이 당시 '우원식 의원안'의 내용을 이어받았고 여당도 특별법 필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지금이 아니면 특별법 처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5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착공식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방폐장 부지 선정은 사회적 갈등 해결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의미있는 역사'라는 취지로 발언을 했다"며 "그 당시 열린우리당에서도 반대가 있었지만 부지 선정까지 결정한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잊지 않고 지금 야당도 특별법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성돈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조성돈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공단은 특별법 제정을 준비하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해 기반 시설과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건설 추진이다.

조 이사장은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은 내년까지 부지 선정을 완료하고 2032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라며 "일각에서 오해하는데 연구용시설은 사용후핵연료 반입·반출과 전혀 관계없이 유사 암종과 필요 시료로 시험하는 곳이라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고준위방페물 관련 본부를 신설하고 관련 기술개발 연구원을 본부 산하로 편입시켰다.

미래를 위한 인재양성도 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작년부터 대학을 지원하면서 관련 학과에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내년에는 석·박사를 양성하기 위해 1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원전 해체라는 미래를 고려한 2, 3단계 중·저준위 처분장 건설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공단은 현재 경주에 1단계 동굴처분시설로 중·저준위 처분장을 운영하고 있다. 2단계 표층시설은 2025년 운영을 목표로 1단계 시설 주변에 건설 중이다. 그는 "3단계 시설은 극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용도인데 원전을 해체하게 되면 가장 많이 발생하는 폐기물의 95%가 극저준위이기 때문에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공단은 '건설-운영-처분-해체'의 원전 전주기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건설과 운영은 국제사회에서도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처분과 해체라는 남은 과제를 달성해 독자적 한국형 원전 관리 체계를 마련해 원전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조 이사장은 "방폐물 관리의 전 과정을 분석·예측·진단·제어하는 디지털 통합관제 플랫폼 구축 등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처분 시설을 개발해 장기적으로 원전과 방폐물 처분 시스템을 패키지로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조규희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조규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