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던 국내 식물 품종보호 분쟁…소리없이 잠재운 '여장부' 있었다

끊이지 않던 국내 식물 품종보호 분쟁…소리없이 잠재운 '여장부' 있었다

김천(경북)=정혁수 기자
2024.07.18 15:12
박금순 국립종자원 품종보호과 농업연구사가 '식물 특성조사 영상분석기술'에 대해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정혁수 기자
박금순 국립종자원 품종보호과 농업연구사가 '식물 특성조사 영상분석기술'에 대해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정혁수 기자

인류의 역사는 '종자(種子)의 역사'와 그 흐름을 같이한다. 쌀, 옥수수, 사과 등 자연의 영역에 있던 작물은 '육종'을 통해 이미 '인간의 영역'에 들어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식량의 자원화 움직임이 두드러 지면서 '농업의 반도체'인 종자를 둘러싼 각 국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가고 있다.

국내·외에서 잇따른 품종보호 침해분쟁도 '종자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2003년길조(농우바이오)와 태청(신젠타종묘)의 무 품종을 둘러싼 품종보호심판 사건은 우리나라 품종보호제도 도입 이후 발생한 첫 분쟁이었다. 참외, 안스리움, 블루베리, 콩, 딸기 등과 같은 작물에서도 침해분쟁과 심사분쟁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2007년 발생한 스피드꿀 수박(2001년 품종보호 등록) 침해분쟁 건은 급기야 당사자간 민·형사소송으로 이어져 국립종자원에서 감정시험(재배시험 및 유전자검정)을 수행한 결과, 과실과 침해가 인정돼 징역형과 손해배상이 선고되기도 했다. 품종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박금순 농업연구사가 영상분석기술로 촬영한 장미 품종 분석결과를 놓고 동료 연구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정혁수 기자
박금순 농업연구사가 영상분석기술로 촬영한 장미 품종 분석결과를 놓고 동료 연구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정혁수 기자
박금순 농업연구사가 영상분석기술을 활용한 식물 특성조사를 관련 자료와 비교하고 있다./사진=정혁수 기자
박금순 농업연구사가 영상분석기술을 활용한 식물 특성조사를 관련 자료와 비교하고 있다./사진=정혁수 기자

새로운 품종을 등록하고 품종권한을 둘러싼 분쟁을 판정하는 곳이 바로 경북 김천에 위치한 국립종자원이다. 종자원은 정부 보급종 생산·보급, 식물 신품종 육성자 권리보호, 종자산업 육성 지원, 종자검정연구, 종자산업 전문인력 양성 등 종자산업 전반을 이끌고 있는 국가기관으로 박금순 품종보호과 농업연구사는 18년간 품종 등록과 분쟁 심사를 담당하며 '한 길'을 걷고 있다.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박 연구사는 2006년 국립종자원에 입사, 품종보호 재배시험 특성조사를 담당해 왔다. 장미, 블루베리, 파프리카 재배시험은 물론 심사영상분석 프로그램을 개발·고도화 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품종심사 다툼을 잠재워 버렸다.

"신품종 육성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품종보호 제도의 안착에 주력하고 있다. 또 품종보호 제도 운영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재배심사 전문성을 살려 국내 품종육성과 영상분석 프로그램 등 육종가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교육·보급하는 데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 종자산업이 더 튼튼한 뿌리를 다지는 데 기여하고 싶다"

2021년 국제워크숍에서 첫 선을 보인 종자원의 '식물 특성조사 영상분석기술'은 각국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과거 직접 손으로 측정하던 방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대체한 이 기술은 스마트폰 사진으로도 품종분석이 손쉽게 촬영할 수 있도록 해 어떤 작물의 무슨 부위라도 짧은 시간에 정확히 분석해 낼 수 있다. 유럽 등 30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신품종보호연맹(UPOV)이 탐을 내는 기술이 됐다.

식물 특성조사 영상분석기술 화면/사진=정혁수 기자
식물 특성조사 영상분석기술 화면/사진=정혁수 기자

이 영상분석 프로그램은 2021년부터 종자업계, 농생명대학 등 188곳 788명을 대상으로 보급해 현장 효율성을 크게 제고했으며, 종자원에 출원된 품종의 50%(2023년 656품종이상) 이상을 커버하고 있다.

종자원은 품종심사 고도화의 일환으로 해당 작물의 재배시험을 6년 이상 담당한 경력자를 대상으로 '특성조사 전문관(DUS master)'을 선발·운영하고 있다. 식량·채소·화훼분야에 총 9명이 임명돼 활동하고 있으며 박 연구사는 화훼분야(국화) 특성조사 전문관으로 활동중이다.

박 연구사는 "이 영상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품종 조사시간이 단축돼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며 "장미의 경우, 조사시간이 품종당 6시간에서 3시간으로 50%이상 절감됐고, 조사단계도 4단계(수동측정→사진촬영→데이터입력→데이터분석)에서 2단계(사진촬영→영상분석·입력)로 단축됐다. 식물 특성 파악을 위한 야외 측정시간이 최소화 되다보니 현장 분위기도 밝아졌다"고 했다.

박금순 농업연구사가 동료 직원들과 함께 장미 재배시험 온실에서 장미의 생육상태를 검사하고 있다./사진=정혁수 기자
박금순 농업연구사가 동료 직원들과 함께 장미 재배시험 온실에서 장미의 생육상태를 검사하고 있다./사진=정혁수 기자
국립종자원 유전자원 보관 저장시설 /사진=정혁수 기자
국립종자원 유전자원 보관 저장시설 /사진=정혁수 기자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는 국립종자원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종자산업 부가가치 확대와 글로벌 종자전문 기관으로의 도약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종자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육종'을 상용화 하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핵심 품종개발 기술혁신과 수출 확대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 네덜란드 종자단지와 같은 연구개발(R&D) 시설과 연구기업 등이 집중된 된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도 구축해 'K-씨드밸리'도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국내 종자산업 규모를 2027년까지 1조2000억원으로 키우고 종자 수출액도 1억2000만 달러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기훈 국립종자원 원장은 "최근 국내 종자산업은 단순한 씨앗의 개념을 넘어 첨단생명산업화의 핵심분야로, 또 수출지향적 산업으로의 변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종자주권 확보와 글로벌 종자 강국 도약을 위해 업계와 적극 소통하는 것은 물론 종자산업의 변화와 혁신에 적극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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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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