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모 미착용 100만원…"600개 안전규정 어길 때마다 부과"

안전모 미착용 100만원…"600개 안전규정 어길 때마다 부과"

세종=조규희 기자
2025.08.19 04:20

산안법 위반, 건별 '과태료'

 세계 산재 노동자의 날인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산재 노동자의날 국가기념일 제정 원년, 산재 피해자·유가족 기자회견' 인파 앞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들이 안전모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산재 노동자의 날은 전 세계에서 작업 중 죽거나 다친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날로,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2025.4.28/사진=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세계 산재 노동자의 날인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산재 노동자의날 국가기념일 제정 원년, 산재 피해자·유가족 기자회견' 인파 앞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들이 안전모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산재 노동자의 날은 전 세계에서 작업 중 죽거나 다친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날로,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2025.4.28/사진=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안전모 미착용 100만원' '사업장내 온도계 미설치 100만원' '안전난간대 흔들림 100만원'….

앞으로 사업장내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조치가 발생하면 '건별'로 과태료가 부과된다. 600개에 달하는 안전·보건 조치가 과태료 대상이 되는 셈이다. 기업은 근로감독관이 지적한 사안별로 과태료를 납부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부 판단에서 행정부 권한으로

산안법 38조와 39조는 안전·보건 조치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 △전기, 열,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 △전기, 열,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등에 대해 사업주가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

위반 시 시정명령을 받거나 사고 발생 시 징역형·벌금형에 처해졌다. 정부는 이 같은 형벌 규정을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가 직접 과태료로 제재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통로 확보 △보호구 착용 △추락·붕괴 위험 방지 △관리감독자 직무 등 600여개 예방 조치를 상세히 규정한다. 앞으로 근로감독관이 감독 과정에서 적발한 모든 위반이 과태료 대상이 된다. '즉시성'의 효과도 갖는다.

정부 관계자는 "감독관이 한 번 점검에서 최소 10개 위반을 찾을 수 있는데 건별 부과가 이뤄지면 기업은 안전 조치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실효성 있는 산재예방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5일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붕괴 사고현장에서 구조대원 등 관계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 발생 닷새째를 맞아 소방당국은 지하 수색을 위한 진입로 확보 작업과 붕괴 요인 제거 등 안전 조치를 진행한 뒤 구조대원 7명을 지하 공간으로 투입해 실종된 50대 근로자에 대한 수색을 재개했다. 2025.04.15. /사진=뉴시스
15일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붕괴 사고현장에서 구조대원 등 관계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 발생 닷새째를 맞아 소방당국은 지하 수색을 위한 진입로 확보 작업과 붕괴 요인 제거 등 안전 조치를 진행한 뒤 구조대원 7명을 지하 공간으로 투입해 실종된 50대 근로자에 대한 수색을 재개했다. 2025.04.15. /사진=뉴시스
◇동일한 산안법 위반시 과중하게 과태료 부과

위반 건별 과태료 부과에 더해 같은 위반이 반복되면 금액이 가중된다. 반복 위반 행위도 사업장 단위를 넘어 기업 단위로 확대 적용한다. 같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건설업처럼 전국에 현장이 있는 경우 A사업장에서 적발된 '안전모 미착용'이 B·C사업장에서도 반복되면 최초 100만원에서 150만원, 200만원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현재 산안법 시행령에는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다. 유일한 과태료 내용이다. 다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대상으로 한다. 시행령 과태료 부과 기준에 따르면 특고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 등을 위반한 경우 △1차 위반 과태료 500만원 △2차 위반 과태료 700만원 △3차 이상 위반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체계를 일반 근로자 안전·보건 조치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특고 보호 차원에서 만든 규정을 일반 근로자까지 넓히는 것"이라며 "재발 시 과태료를 무겁게 해 기업 스스로 조치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과징금 논의까지…건별 과태료에도 중소기업 생사 달려

산재 근절을 위해 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행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처벌 규정을 확대하는 것 또한 이같은 차원이다.

그러나 건별 과태료 제도가 시행되면 중소기업 부담은 대기업보다 훨씬 크다. 특고 규정을 준용할 경우 근로감독관이 위반 5건을 적발하면 최소 2500만원을 즉시 납부해야 한다. 600여개 조항이 모두 과태료 대상인 만큼 제재 규모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검토중인 다수·반복 사망사고 시 법인에 대한 과징금 제도의 경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과징금은 본래 '부당이득 환수' 개념이다. 담합이나 내부거래처럼 매출액을 기준으로 이익을 산출할 수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산재 사고는 기업이 이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어서 법적·철학적 정합성 논란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과징금의 법적 성격과 산재 사고에 대한 제재는 다르다"며 "근로감독관의 작업중지, 건별 과태료 부과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경제적 제재가 가능하다. 과징금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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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희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조규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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