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대안 제주 '질그랭이센터'…대기업도 찾는 워케이션 성지

지방소멸 대안 제주 '질그랭이센터'…대기업도 찾는 워케이션 성지

세종=이수현 기자
2025.09.08 12:15
4일 오후 제주 구좌읍 세화리  '제주 질그랭이거점센터' 공유오피스에서 양군모 세화마을협동조합 PD가 거점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공동취재단
4일 오후 제주 구좌읍 세화리 '제주 질그랭이거점센터' 공유오피스에서 양군모 세화마을협동조합 PD가 거점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제주 구좌읍 세화리엔 '워케이션(Workation·휴가지 원격근무)'의 성지가 있다. 제주 동쪽 해변에서 해녀들과 교류할 수 있는 '제주 질그랭이거점센터'. 세화 해변 바로 앞에 있는 이 건물은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한다. 노트북을 덮고 밖으로 나가면 눈앞의 푸른 바다를 거닐 수 있다.

예식장이자 리사무소였던 이 거점센터는 곰팡이가 얼룩진 낡은 건물이었다. 지금은 방문객과 마을 주민이 어울리는 사랑방으로 변신했다.

양군모 세화마을협동조합 PD는 4일 이곳을 방문한 농림축산식품부 출입기자단에 "질그랭이는 제주 방언으로 나태하다는 말이지만 이 마을에선 여유있게 지내도 된다는 뜻으로 쓴다"고 설명했다.

LG전자·현대중공업 등 '워케이션' 즐기러 방문…기업 한 곳당 100~150명

4일 오후 제주 구좌읍 세화리  '제주 질그랭이거점센터' 전경. 사진=농식품부 공동취재단
4일 오후 제주 구좌읍 세화리 '제주 질그랭이거점센터' 전경. 사진=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세화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질그랭이거점센터는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에 선정돼 2021년 문을 열었다. 1층은 여행자센터, 2층은 카페, 3·4층층은 공유오피스와 숙박시설이 조성됐다.

문을 연 이후 LG전자·현대중공업 등 다양한 기업들이 이곳을 찾았다. 제조업·금융·서비스·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제주 세화 해변에 3일가량 머물다 간다. 기업 한 곳당 100~150명 정도 매년 이곳을 찾는다. 한번 방문한 기업은 이듬해에 또 올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업무 공간을 벗어나면 세화 마을을 완연히 즐길 수 있도록 이색 경험을 제공한다. 체류형 프로그램의 경우 제주 해녀들과 2박3일간 물질을 하거나 문어와 성게 등으로 제주 해산물로 음식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2층은 카페에서도 구좌읍 특산물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구좌에서 난 당근으로 착즙 체험을 진행하거나 감자로 감자빵을 만들어 판한다. 제주는 사계절 과일이 재배돼서 2박 3일 동안 청을 담그기도 한다.

지역소멸 타개해려 거점센터 조성…정부, '농촌재생 거점마을' 사업 추진

세화리 주민들은 지방소멸 위기를 타개하려 2019년 세화마을협동조합을 결성했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예산으로 질그랭이거점센터를 조성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농식품부 사업을 시작으로 해수부 '세화항 어촌뉴딜300', 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에도 선정됐다. 마을이 눈에 띄게 활력을 되찾으면서 2022년 농식품부 '삶의 질' 우수사례, 2023년 행안부 로컬브랜딩 우수사례에도 선정됐다. 같은해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최우수 관광마을'에도 꼽혔다.

정부도 질그랭이거점센터를 모범 사례로 삼아 '농촌재생 거점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체류형 생활인구를 늘리고 귀농귀촌 인구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농식품부는 2030년까지 일반농산어촌지역 111개 시·군별로 1곳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전북 김제·고창, 경남 밀양 3개 시·군이 선정돼 내년부터 사업이 추진된다. 전북 김제 죽산면에는 폐양조장을 리모델링한 로컬창업공간과 청년 창업거리를 조성한다. 경남 밀양 하남읍에는 캠핑장·영농체험·경관특화를 묶은 체험관광 벨트를 만들고, 전북 고창 흥덕·성내 일원에는 생태자원을 활용한 런케이션 센터와 체류형 복합단지를 구축한다.

4일 오후 제주 구좌읍 세화리  '제주 질그랭이거점센터' 내부 모습. 사진=농식품부 공동취재단
4일 오후 제주 구좌읍 세화리 '제주 질그랭이거점센터' 내부 모습. 사진=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전국 빈집 4만8000호 활용 가능…민관 협업 '빈집 재생' 추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카페 '포레스트제이카우셰드'의 별관. 외양간을 카페 별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사진=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카페 '포레스트제이카우셰드'의 별관. 외양간을 카페 별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사진=농식품부 공동취재단

빈집을 활용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카페 '포레스트제이카우셰드'를 운영 중인 방수연(28) 씨는 감귤 농장 내 숙소와 돌창고 및 외양간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창고·빈집(숙소)는 카페 본관으로, 외양간은 카페 별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정부는 이런 빈집 활용 사례를 늘리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늘려가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빈집 13만4000호 중 농어촌빈집은 7만8000호로 파악된다. 이중 활용 가능한 빈집은 62%인 4만8000호(62%)에 달한다.

빈집 실태조사를 시행해 지난해부터 지방자치단체 관내 빈집 관련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75개, 지난달 기준으로는 14개 시·군·구에서 실태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빈집 활용 기반이 마련되도록 '농촌빈집은행'도 운영 중이다. 귀농귀촌 플랫폼인 '그린대로'가 거점 역할을 해 민간 거래 시스템과 연계한다.

민관이 협업하는 빈집 재생 모델도 추진하고 있다. 빈집을 청년·생활인구 등의 창업·업무공간(워케이션 등), 주거·체류공간, 주민과의 공동이용시설(마을 도서관·영화관 등)로 재생하는 사업이다. 전남 강진, 경북 청도, 경남 남해가 선정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빈집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다양한 가능성 주는 자원으로 변동 가능하다"며 "정부는 결국 민간이 투자하고 아이디어 제안하고 가꿔가도록 정부는 제도적 측면에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빈집을 활용하도록 부처 및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업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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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이수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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