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출국금지가 풀린 고액·상습체납자 278명 중 세금을 납부한 경우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국세 체납으로 출국금지된 인원은 2만4509명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7399명, 2021년 5018명, 2022년 4403명, 2023년 3858명, 2024년 3831명으로 출국금지 인원이 매년 감소했다.
세금 체납자 출국금지 제도는 정당한 사유 없이 5000만원 이상 국세를 체납한 자 중에서 채권확보와 강제징수 회피혐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세청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제도다. 출국금지 기간이 만료 예정이라면 요건을 재검토해 그 기간을 연장 요청할 수도 있다.
반대로 납부 또는 부과 결정 취소 등으로 체납액이 5000만원 이하가 되는 경우 국세청이 법무부에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한다. 사업 목적, 국외 직계존비속 사망, 신병 치료 등 사유에 대해 도피 우려가 없다고 인정된다면 체납자의 출국금지를 풀어줄 수 있다.
이처럼 출국금지 제도의 목적은 조세회피와 국외 도주를 막기 위한 것이다. 체납액 납부가 출국금지 해제의 핵심 요건이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체납액 납부와 무관하게 해제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박민규 의원실이 국세청의 출국금지 해제 상세 내역을 분석해본 결과, 최근 5년간 출국금지 해제자 8520명 가운데 체납액을 납부한 사람은 고작 224명이었다. 출국금지 해제자의 2.6%만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했다.
나머지 출국금지 해제자 8296명을 살펴보면 '강제징수 회피혐의 없음' 등 기타가 56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시효완성(2392명) △해외사업(279명) 등 사유로 출국금지가 해제됐다.
특히 지난해 출국금지가 해제된 고액·상습체납자의 경우 278명 전원이 납부하지 않고도 출국금지가 해제됐다. 278명 중 246명이 '강제징수 회피 혐의 없음' 을 이유로 출국금지가 해제됐다. 22명은 '해외사업'을 이유로 출국금지가 풀렸다.
체납액 납부와 무관하게 해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작 국세청은 출국금지가 해제된 고액·상습체납자의 체납액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 출국금지가 해제된 이후 이들의 출입국 내역이나 해제 이후 재지정 여부 등 기본적인 현황조차 관리하고 있지 않았다.
박민규 의원은 "고액·상습체납자가 버젓이 해외를 드나든다면 조세정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출국금지 제도가 제구실을 못 하는 데 누가 세금을 제대로 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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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출국금지 해제 사유를 엄격히 심사해 제한해야 하고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 등 출국금지 해제자의 체납액, 출입국 현황 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출국금지 인원은 줄어드는 반면 1인당 체납액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체납액은 2021년 첫 집계 당시 12억원에서 2022년 14억원, 2023년 15억6000만원, 2024년 17억4 000만원으로 4년 연속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