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해 학교 건물을 점거하고 래커칠 시위를 벌였던 동덕여대 학생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학교의 고소로 시작된 수사가 기소까지 이어진 가운데 학생 측도 학교 관계자들을 고소하면서 학내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소통과 조정보다는 법적 대응이 중심에 서면서 갈등 봉합의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북부지검은 지난 25일 동덕여대 학생회장 등 11명을 업무방해, 공동퇴거불응, 공동감금, 재물손괴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4년 말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추진 반대' 시위 과정에서 학교 본관과 백주년기념관을 점거하고 교정에 래커칠해 학교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학생들은 즉각 검찰의 기소 결정과 학교의 대응을 규탄했다. 재학생연합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기소 결정이 학생 공동체 전반에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대학 당국도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학생들과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7일 기자회견도 계획했으나 재판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취소했다.

앞서 동덕여대는 2024년 11월29일 김명애 총장 명의로 당시 시위를 주도한 학생 21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학생들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자 6개월만인 지난해 5월14일 고소 취하서와 처벌불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관련 혐의가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를 이어갔고, 결국 사건은 검찰로 송치돼 기소로 이어졌다.
학생들 역시 학교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재학생연합은 지난 3일과 16일, 19일 3차례에 걸쳐 대자보를 철거한 학교 처장 2명을 포함해 관계자 4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학교 측이 교직원과 교수를 투입해 교내 대자보를 훼손했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을 밀쳤다는 주장했다.
재학생연합 관계자는 "대학 측은 일방적인 추진 논의 속에 갈등을 증폭시켰으며 학생들의 집단적 의사 표현을 형사 문제로 비화시키는 선택을 했다"며 "수사와 기소의 대상이 된 학생들이 과도한 법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학내 갈등이 사법 절차로 이어지면서 내부 소통 여지는 줄고 처벌과 책임 규명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은 통상 일정 수준의 조정과 양보를 통해 봉합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형사 고소 이후부터 갈등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재판까지 이어지면서 봉합 여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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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갈등의 시발점인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은 2029년 추진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3일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의 최종 권고안에 따라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학생들은 결정 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남녀공학 전환 추진이 발표된 후인 지난해 12월9일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실시한 '공학 전환에 대한 8000 동덕인 의견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3470명 가운데 2975명(85.7%)이 반대 의견을 냈다. 각각 찬성은 280명(8.1%), 기권은 147명(4.2%), 무효는 68명(2%)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