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무용론'에 "규제 강화" 밝힌 공정위…"문제는 기업 지배구조"

'규제 무용론'에 "규제 강화" 밝힌 공정위…"문제는 기업 지배구조"

세종=최민경 기자
2025.11.23 12:00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업집단 규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앞으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 중 하나는 기업집단 내부의 불투명한 의사결정과 기업가치에 반하는 사적 이해관계의 영향력이 강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재계에서 제기된 공정거래법상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한 답이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0일 "공정거래법이 열심히 기업집단을 규제해 왔지만 아무도 그게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대한민국의 성장에 맞춘 새로운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주 위원장은 "규제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이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는 근거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그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한국 경제 성장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이 핵심 역할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SK하이닉스나 삼성 같은 기업들도 현행 규제 체제 속에서 기술 성장을 거듭해 왔다"며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공정거래법이 만들어졌고 대기업의 경쟁력이 제대로 관리됐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공정거래 정책은 이미 해외에서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한국 경쟁당국 모델을 배우고 싶어 한다"며 "국제사회도 한국 경제 발전에 경쟁당국이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브라질 등 수많은 국가가 이를 해결하지 못해 발전이 막혀 있다"며 "공정위가 기업들의 과도한 사익편취라든지, 자본주의 기본 질서에 반한 반시장적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왔기 때문에 한국이 선진국형 자본주의로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자사우대 플랫폼 행위 등에 대해서도 규제 강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주 위원장은 "대기업·중견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배력 확대에 대해선 보다 강력히 제재해야 할 것"이라며 "부당 내부거래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익 편취 규제 대상 지분율 판단 시 발행주식 총수에서 자사주를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중복상장을 억제하는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자회사·손자회사 신규 상장시 지주회사의 의무지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네이버 쇼핑 자사우대 사건에서 대법원이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파기환송한 것에 대해선 "이번 판결 결과는 부정적으로 나왔다"며 "경쟁제한성 판단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보완해서 파기환송심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추가적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플랫폼 특별법과 관련해선 "통상 이슈도 있어 입법 논의가 쉽지 않다"면서도 "현행법 체계 안에서도 경쟁제한성 판단을 전제로 실효성 있게 제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Fact Sheet)'와 관련해선 "너무나 당연한 원칙을 선언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문화·법 정책을 추진할 때 우리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확히 한 것이지 규제를 도입하거나 안 하겠다는 약속은 아니다"라며 "국내외 이해관계자와 계속 소통하면서 차별 없는 입법·법 집행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형벌 문제와 관련해선 "과거에는 형벌이 실효적이었지만 이제는 경제 규모와 수준이 달라진 만큼 형사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 기업들이 한국 공정거래 규제에서 '예측 불가능성'을 지적한다"며 발표 문서의 영문 제공 확대, 정보 공개 노력 강화, 선진 규제당국과의 정합성 제고 등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주 위원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실효적인 경제적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과징금이 강화돼야 하고 법률 개정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 역할의 핵심을 '협상력 격차 완화'로 정의했다. 그는 "약자의 협상력을 높이고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며 "대·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중소기업이 기술 탈취나 불공정에 대응할 힘을 갖는 것이 혁신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민경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최민경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