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407개 하청노조, 교섭요구 봇물

하루만에 407개 하청노조, 교섭요구 봇물

김사무엘 기자
2026.03.12 04:08

노란봉투법 시행 후폭풍
현대차·쿠팡 등 대기업부터… 대학·공기관 221곳 등 다양
지배력 행사 대한 '사용자성'… 교섭단위 분리 여부 등 관건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첫날부터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교섭요구가 빗발치면서 현장의 갈등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수많은 하청노조의 교섭요구에도 사용자성 여부나 교섭단위 분리기준에 따라 원청의 교섭의무는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첫날인 지난 10일 하루에만 407개 하청노조·지부·지회가 221개 원청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요구를 받은 원청은 현대차, 포스코, 한화오션, 쿠팡 등 대기업부터 대학교(연세대, 고려대) 공공기관(서울교통공사, 코레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까지 다양하다.

하청노조들은 임금, 안전, 처우개선 등 다양한 부문에서 원청과 교섭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개정 노조법이 시행되면 수많은 하청노조의 무제한 교섭요구로 기업들은 1년 내내 노조들과 교섭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도를 시행한 첫날부터 수백 건의 교섭요구가 밀려들자 기업들도 대응방안을 강구 중이다.

하청노조가 교섭요구를 한다 해도 원청기업이 무조건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개정 노조법에 따르면 원청기업이 하청노동자의 근로시간이나 근로여건, 임금 등 특정 분야에서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면 해당 분야에 대해서만 사용자로 인정된다. 하청노조는 원청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때도 원청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부문에 대해서만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원청기업과 하청기업의 도급계약에 따라 하청노동자의 임금수준이 결정될 경우 하청노조는 원청에 대해 임금인상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관건은 사용자성 판단이다.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기업과 노조의 판단이 다르다.

이에 개정 노조법은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중립적인 중재기관을 통해 노사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노동위는 최근 노동부가 마련한 해석지침과 각종 판례 등을 근거로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일인 지난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원청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뉴시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일인 지난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원청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뉴시스

교섭단위 분리 여부도 노동위에서 판단한다. 하나의 원청을 상대로 복수의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더라도 하나의 교섭단위로 묶이면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 개정 노조법 시행 첫날엔 노동위에 31건의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접수됐다.

노동위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 원청은 하청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교섭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노동부는 노동위의 판단 전이라도 사용자나 노동자가 자체적으로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전문가 자문기구인 '단체교섭판단지원위원회'(이하 판단지원위)를 운영한다. 판단지원위의 유권해석은 구속력이 없으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노사자율에 의한 교섭을 촉진할 수 있다. 개정 노조법이 시행 초기인 만큼 사용자성 여부와 쟁의의 범위 등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경영계는 노동위가 사용자성을 과도하게 인정하면 무제한 교섭요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위가 하청노조의 교섭요구 중 몇 건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했는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며 "노동위와 잘 협의해 어떤 기준으로 교섭단위 분리 등을 판정했는지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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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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