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물가 반영 아닌 반도체 호황따른 수출단가 개선 영향
'적극적 재정→ 성장→ 부채 완화' 선순환… "세수 긍정적"
올해 1분기 명목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직접적인 배경은 반도체산업의 호황이다. 물가수준을 반영하는 명목성장률은 내수와 수출의 영향을 나눠서 봐야 하는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단가가 오르면서 명목성장률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국내 물가 상승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정부 입장에선 긍정적인 지표다. 명목성장률이 상승하면 정부·가계의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그만큼 재정건전성 압박에서 벗어난다.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성장을 일궈내고 성장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도 일맥상통한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 지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항목은 명목성장률이다. 1분기 명목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7.1%를 기록하며 1995년 3분기(19.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질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8%다.
명목성장률은 전기 대비로도 10.5% 성장하며 1976년 1분기(13.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만큼 10%대 명목성장률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숫자였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분기별 명목성장률이 전기 대비로 0.5~3.3% 수준이었다.

과거엔 명목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격차가 커지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 명목성장률은 실질성장률에 종합적인 물가지표인 GDP 디플레이터를 반영해 계산하는데 GDP 디플레이터가 커지면 그만큼 국내 물가가 오른 것으로 인식했다.
실제로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고속성장 시기에는 국내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명목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격차가 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국내 물가보다 수출물가가 명목성장률에 더 큰 영향을 줬다. 1분기 GDP 디플레이터 중에서 내수 디플레이터가 2.1%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수출 디플레이터는 23.5% 올랐다.
한은은 "올해 1분기부터 분명하게 나타나는 명목GDP 성장세 확대는 국내 물가 상승이 아닌 우리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명목성장률이 큰 폭으로 오르면 재정건전성이 개선된다. 정부부채와 가계부채 비율의 경우 분모 역할을 하는 것이 명목성장률이다. 명목성장률이 올라가면 관련 부채비율은 낮아진다. 그만큼 정부의 재정부담이 완화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 부분에 주목했다. OECD는 지난 3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비율 전망치를 지난해 12월(52.0%)과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진 48.2%로 제시했다.
OECD가 전망한 한국의 올해 명목성장률은 10.4%다. 이는 이재명정부의 재정운용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이재명정부 입장에선 재정건전성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8월 무디스 연례협의단과 만나 "과감한 재정투입을 통해 성장을 뒷받침하고 경제성장이 다시 부채비율을 낮추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재정을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목성장률이 올라가면 세수전망도 밝아진다. 구 부총리는 지난달 26일 "명목성장률이 10%라는 건 어마어마한 것"이라며 "세수는 명목GDP에 연동되기 때문에 세수(증가)도 큰 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