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BL3 연구시설 민간 개방으로 상용화 3~5년 앞당겨
최정록 검역본부장 "2030년 세계 시장 게임체인저 될 것"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은 더 이상 꿈이 아닙니다. 이제는 누가 더 안전하고, 더 빨리 상용화하느냐의 경쟁입니다."
최정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제28회 국제양돈수의학회(IPVS 2026)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ASF 백신 기술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21일 이같이 말했다.
세계 양돈·수의학 분야 최고 권위의 학회로 꼽히는 IPVS에서는 국내 기업인 코미팜과 중앙백신의 ASF 백신 개발 성과가 소개됐다. 특히 코미팜은 기존 베트남 상용 백신보다 안전성을 크게 높인 약독화 생백신 연구 결과를 발표해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같은 민간기업들의 활약 뒤에는 '보이지 않는'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검역본부가 국가 최고 수준의 생물안전3등급(BL3) 연구시설을 민간기업에 과감히 개방하고, 나아가 감사원까지 설득해 상업용 생산까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최 본부장은 "국가가 가진 연구 인프라를 민간에 개방해 기술 상용화를 앞당긴 대표적인 적극행정 사례"라며 "정부는 기술의 토대를 만들고 기업은 제품을 만드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이번 베트남 방문의 가장 큰 성과로 "한국 기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했다.
베트남은 세계 최초로 ASF 상업용 백신을 승인해 실제 농장에서 사용 중인 나라다. 동시에 생백신 안전성 논란도 가장 먼저 경험한 국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세계 양돈업계는 베트남에서 발표되는 연구 결과를 예의주시한다.
그는 "바로 그 중심에서 우리 기업들이 기존 백신보다 안전성을 크게 높인 결과를 발표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한국이 이제는 추격자가 아니라 기술 경쟁국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9년 국내 첫 ASF 발생 이후 시작된 연구는 불과 7년 만에 세계 수준으로 올라섰다.
최 본부장은 "유럽·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가까운 중국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최근 민간의 집중 투자와 정부의 협업으로 기술 격차를 상당 부분 좁혀가고 있다"며 "1~2년 안에 상업적 성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검역본부는 이 과정에서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까지 받아 민간기업의 ASF 백신 생산을 지원했다. ASF 연구는 반드시 생물안전3등급(BL3) 시설에서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자체 시설을 구축하려면 최소 3~5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검역본부 시설도 기존 규정상 '연구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최 본부장은 "국산 ASF 백신 수출이 눈앞에 왔는데 생산시설이 없어 제품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세계 시장 선점을 놓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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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본부는 정부의 민간 기술 실용화 지원 의무를 근거로 감사원에 사전 컨설팅을 요청했고, 공익성과 산업적 필요성을 인정받아 시범적으로 민간 생산을 허용받았다.
그는 "수출 지연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막기 위한 적극 행정이었다"며 "행정을 바꿔 기술을 살린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검역본부가 민간에 연구시설을 개방한 효과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기업은 자체 시설 구축에 들어가는 3~5년간의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개별 실험에서도 비용과 기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모돈 안전성 시험은 해외에서 수행하면 약 8700만원과 최대 1년이 필요하지만, 검역본부 시설을 활용하면 약 2400만원, 2개월이면 가능하다.
최 본부장은 "시설 공동 활용은 단순히 연구비를 아끼는 수준이 아니라 백신 상용화 시기를 수년 앞당기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했다.
정부 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의 역할도 새롭게 제시했다. 검역본부는 DIVA(백신 접종 개체와 병원성 바이러스 감염체를 구별하는 기술) 등 방역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민간은 제품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담당하는 구조다.

검역본부는 최근 5년간 산업체와 47개 연구과제를 공동 수행했고, 연구성과를 기술이전 함으로써 산업계에 그 성과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는 "정부가 모든 것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국가는 기술 표준과 인프라를 만들고, 기업은 상업화 역량을 발휘하는 협력 모델이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베트남 방문 기간 현지 국립수의진단센터(NCVD1), 수의축산연구소(VIAVS) 등과 공동연구 확대도 논의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연구 역량과 베트남의 실제 농장 시험 환경이 결합하면 백신 개발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향후에는 ASF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 열대성 가축질병, 꿀벌 질병까지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국경 없는 가축전염병 시대에는 국제공조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동남아를 K-방역 협력의 핵심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 본부장은 ASF 백신을 단순한 방역 기술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으로 내다봤다. 오는 2030년 세계 돼지 백신 시장은 약 2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필리핀 정부도 국산 ASF 백신 도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해외 수요도 현실화되고 있다.
최정록 검역본부장은 "앞으로 DIVA 기술과 재조합 바이러스 대응 백신, 야생멧돼지 미끼백신까지 확보한다면 한국은 세계 방역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며 "검역본부는 단순히 질병을 막는 기관이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동물보건 연구개발 허브로써 민간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