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상반기 세무조사 '공표' 전년比 4배 급증…불복 소송도 잇달아

국세청, 상반기 세무조사 '공표' 전년比 4배 급증…불복 소송도 잇달아

세종=오세중 기자
2026.09.0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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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무책임한 '엄벌행정'⑧청와대 메시지 내면 즉각 반응...공개적 엄포, 기업 옥죄기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강력한 규제 권한을 가진 기관이 '일단 때리고 보자' 식의 엄벌주의 처분을 남발하고 있다. 과도한 표적 수사 등을 이유로 검찰 수사권을 없앤 정부와 정치권의 행보와 결이 다르다. 규제 기관의 무리한 조사와 징벌적 제재는 매년 행정소송과 조세불복으로 이어져 정부가 패소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법적 다툼을 거쳐 무혐의, 취소 판결이 나면 막대한 과징금과 세금이 환급되고 이에 따른 가산금까지 국고에서 빠져 나간다. 제재 처분을 받은 기업은 경영 불확실성과 브랜드 가치 실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아무런 승자가 없는 무책임 '엄벌 행정'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짚어본다.
이미지=챗Gpt 생성.
이미지=챗Gpt 생성.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3년간 국세청의 비정기 세무조사(특별조사)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무조사 관련 보도자료도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대비 약 4배까지 증가했다.

물론 기업에 대한 불법적 탈루 혐의 등을 세밀하게 조사한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때리고 보자'라는 무더기 세무조사에 대한 반발도 적잖다. 조세불복 소송이 잇따르는 이유다. 나아가 불복 소송에서 정부 패소 판결이 이어지면서 과세당국의 체면도 구기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비정기 세무조사는 2928건에서 2024년 3095건, 2025년 3323건으로 증가세다.

특히 올해 상반기 국세청의 세무조사 관련 공표(발표)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임광현 국세청장 체제가 시작된 이후의 변화다. 올해 상반기 국세청의 정기, 비정기 세무조사 건수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국세청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세무조사 관련 보도자료 공표 건수만 봐도 차이가 뚜렷하다.

'제대로 조사하라'며 엄정한 세무조사에 방점을 찍은 강민수 전 국세청장 체제에서 2025년 상반기 세무조사 발표 및 보도자료는 총 3건이다. 일반적으로 조사국이 꼼꼼히 살핀 후 조사 결과를 밝히던 조사국 브리핑은 이슈별로 분기에 1번 꼴이었다.

이후 이른바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장을 비롯 조사국장만 6번 지낸 '조사통'인 임광현 현 청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강력한 세무조사 확대는 이미 예견됐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 세무조사 브리핑 및 보도자료는 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배로 껑충 뛴다. 임명되자 마자 세무조사 확대에 나선 것이다. 올해 들어선 9월초까지 세무조사 관련 내용을 12건 발표했다.

국세청은 조사내용 공개라는 메시지를 통해 탈루혐의 등에 대한 경고성 압박을 이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세무조사 관련 공개적 '엄포'(발표)의 증가는 '기업 옥죄기'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불법적 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사는 환영받을 일이지만 세무조사 발표가 급하게 이뤄진다는 점이 문제다.

청와대가 특정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내면 국세청이 연이어 세무조사 착수·결과 발표를 성급하게 내고 있어서다. 정부 눈치보기 세무조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세청이 지난 3일 발표한 공공입찰 비리 브리핑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반부패정책협의회(지난달 21일)를 열고 공공계약 비리, 보조금 부정수급 등 각종 부패에 대한 전방위 대응을 지시한 지 10일 지난 시점에 국세청이 주간계획에도 없던 공공비리 입찰 브리핑을 급하게 껴넣은 것이다. 청와대에서 메시지를 내자 급하게 국세청이 움직인 모양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세청은 줄곧 청와대 메시지 후 즉각 반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표된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 세무조사(7월), 강남3구 등 고가 아파트 취득 외국인 탈세자(8월), 원자재값 상승 핑계 생활물가 밀접 업종 탈세(9월), 한강벨트 등 초고가 주택 세무조사(10월), 티켓팅 암표업자(11월), 가격담합 시장교란행위(12월) 등 청와대 메시지가 나오자마자 국세청이 발표에 나선 사례다.

올해 역시 1월부터 대형베이커리 상속 실태부터 8월 황제사택 조사 발표까지 상반기 내내 청와대 메시지 이후 급하게 이뤄진 세무조사 발표다.

과거 1년 계획안에서 조용히 움직이던 국세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엄중한 세무조사라는 긍정적인 시각보다 정권 비위 맞추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불복 소송과 과세당국의 패소도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올해 세무당국이 SM엔터테인먼트에 부과한 세금 중 약 129억원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SM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지급한 액수가 너무 크다는 과세당국의 논리에 따라 부과한 법인세 소송에서 국세청이 패소한 것이다.

또 넷플릭스코리아의 경우 1심 패소라 최종선고는 아니지만 부과된 세금 762억원 중 687억원에 대한 취소 판결을 받아냈고 구글코리아도 올해 5월 1500억원대 법인세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한국오라클이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3100억원대 법인세 소송에서도 국세청이 패소하면서 이미지가 실추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나 개인의 여러 문제에 대한 국세청의 엄격한 세무조사에는 찬성하지만 급하게 이뤄지는 조사와 공표는 국세청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무리하게 진행될 경우 허점이 발견될 수 있고 결국 불복에 이어 패소라는 뼈아픈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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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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