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KOPIA센터 전문가 주인호 박사 현장 인터뷰
국내 사료업계 27년 베테랑…동원팜스 영업상무 역임
가축 영양·발효사료 자문…농가 성장 돕는 동반자로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가장 큰 선물이다."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몽골센터에서 축산 전문가로 활동하는 주인호 박사는 2일 풀과 볏집을 압축한 첫 사료 곤포가 만들어지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발효 혼합사료(TMR) 생산 과정을 담은 영상이 조합장들의 단체 대화방을 통해 빠르게 퍼지자, 다른 조합에서도 "우리도 빨리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낯선 사료기술을 설명할 때와 직접 만들어 결과물을 확인했을 때의 농민 반응이 달랐다. 주 박사는 그들의 웃음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봤다.
한국 사료업계에서 27년간 쌓은 경험을 몽골 농가와 나누는 일. '축산 베테랑'인 그가 선택한 인생의 두 번째 길이다.
"컨설팅을 통해 더 많은 몽골 농민들이 소득을 높이고,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주 박사는 2023년 동원팜스 영업상무를 마지막으로 사료업계를 떠난 뒤,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했다.
2025년 학위를 받았고, 같은 해 7월 KOPIA에서 제안이 왔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익힌 경험을 다른 나라 농민들과 나눌 기회였다.
"그동안 축산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살았다. 이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몽골행을 결심했다."
1997년 사료회사 영업사원으로 시작한 그의 경력은 농가와 함께한 시간이었다. 영업사원 시절 3년 연속 최고 판매 실적을 거둘만큼 능력도 뛰어났다.
실행 의지가 있는 농가를 찾아 최선을 다해 도왔고, 그 농가의 성과는 다른 농가와의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가 현장에서 살핀 것은 사료의 영양만이 아니었다. 농장의 현금흐름과 규모 확대 가능성까지 함께 고민했다. 도움을 주었던 농가 중에는 한우 사육 규모를 200마리에서 1500마리로 키운 곳도 있었다.

"농가의 동반자가 돼 그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을 함께 찾고, 그것이 농가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몽골에서도 그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농민에게 익숙한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새로운 방법이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직접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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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사료를 가축에게 먹이고 건강 상태와 생산성을 함께 확인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고 했다.
주 박사가 몽골에서 특히 주목하는 문제는 겨울철 영양관리다.
풀을 뜯으며 자라던 가축에게 겨울은 먹이를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추위를 견디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시기다.
그는 겨울철 사료 공급이야말로 가축의 생존과 농가 소득에 절대적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그가 해법으로 제시하는 건 현지 원료를 활용한 발효 혼합사료다. 풀이나 건초 등 조사료와 곡물, 식품 부산물을 가축에게 필요한 영양에 맞춰 섞은 뒤 발효·보관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KOPIA 몽골센터가 추진하는 보리·귀리 조사료 생산도 TMR 생산·보급과 직결돼 있다.

주 박사는 낙농 농가에는 우유 생산을, 비육 농가에는 체중 증가를 목표로 영양을 설계한다. 원료를 넣는 순서와 혼합 방법, 포장·보관, 급여까지 꼼꼼히 교육하고 있다.
그는 지역 농민조합을 찾아 시험 생산을 이끌고, 주의해야 할 점을 빠짐없이 설명하고 가르친다. 생산된 사료를 평가하고 미흡한 부분을 고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이러한 노력은 농가의 생산성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사업 참여 조합의 소 한 마리당 우유 생산량이 2025년 13.8리터에서 2026년 16.5리터로 약 20% 늘어났다.
현재 사업 대상은 낙농·비육 분야 10개 조합으로, 150개 농가가 함께하고 있다.
주 박사의 컨설팅을 받은 농가에서는 지난 겨울 굶어서 죽는 가축이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어린 송아지와 성장 중인 소에게 겨울철 사료 공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컨설팅에 임하는 현지 농민들의 태도와 문제 해결 능력은 그에게 자신감을 줬다.
온수와 보관시설 문제를 해결하고, 적극적으로 배합기 설정을 바로잡는 모습을 보면서 기술을 이어갈 잠재력을 확인했다.
그가 몽골 농민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늘 눈을 마주치고 밝게 웃는다. 한때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기 위해 애썼던 영업사원은 이제 언어가 다른 농민들 사이에서 함께 사료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한다.
농민들과 만든 첫 곤포를 보고 터뜨린 웃음은 그렇게 쌓인 신뢰의 한 장면이었다.
훗날 몽골에서 무엇을 남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거창한 평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주인호 박사는 "그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그들의 성장을 도왔다는 것, 그들의 뇌리에 참 좋은 한국 사람이었다는 정도로 기억되면 좋겠다"며 "주어진 임기를 마칠 때 까지 몽골 농민들이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