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26.6% 씹기 불편…치아·잇몸·혀로 먹는 단계별 조리법 개발
-국산 잡곡 고령친화식품 제품화…기능성 소재·치유음식으로 연구 확대

같은 사과도 누군가에게는 아삭하게 씹는 과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먹기 버거운 음식일 뿐이다.
하지만 먹는 사람의 씹는 힘에 맞춰 손질하면 사과를 즐기는 방법도 넓어진다. 치아로 씹을 수 있다면 1㎜ 두께로 얇게 썰고, 잇몸으로 먹는다면 젤리로, 혀로 으깨 먹는다면 사과를 곱게 갈아 만든 퓌레(purée)로 제공할 수 있다.
시금치 달걀 볶음도 씹는 능력에 따라 무스(mousse)로 바꿔보면 어떨까.
농촌진흥청이 연구하는 어르신 식탁의 변화는 이처럼 익숙한 음식의 질감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농촌진흥청은 2일 제30회 노인의 날을 맞아 씹기 쉬운 조리법부터 국산 잡곡을 활용한 고령친화식품, 농산물 기능성 소재와 치유음식까지 관련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2024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26.6%가 씹는 데 불편함을 겪는다. 영양 섭취 부족자 비율도 17.3%에 달한다.
고령자의 식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음식에 담긴 영양과 함께 실제로 먹을 수 있는 형태를 살펴야 하는 이유다.
농진청은 고령자의 씹는 능력에 맞춰 식품을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치아·잇몸·혀로 먹는 세 단계에 따라 과일과 채소를 손질하고 조리하는 방식이다.
2023년에는 과일 13품목의 제공 방법 39종을, 2025년에는 채소 5품목의 조리법 30종을 정리했다. 안내서와 조리 동영상으로 제작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올해는 쌀과 콩 등 곡류 5품목으로 연구 대상을 넓혔다.
국산 잡곡을 활용한 연구는 실제 제품 출시로 이어졌다. 농진청은 혈당 조절과 관련한 잡곡의 활성을 살펴 귀리·수수·손가락조·팥·기장의 혼합 비율을 설정했다.
귀리 '대양'과 수수 '소담찰'을 각각 30%, 손가락조 '핑거1호'와 팥 '아라리'를 각각 15%, 기장 '금실찰'을 10% 섞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이전받은 웬떡마을은 혼합잡곡을 활용한 냉동밥 '좋은날 당호밥'을 출시했다. 고령친화우수식품으로 지정된 이 제품은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 주관한 2026년 '늘편푸드 프리미엄 품평회'에서 1위로 선정됐다.
농진청은 죽과 과자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추가 인증과 산업체 연계 제품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고령자의 식사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국산 잡곡의 새로운 소비처를 만드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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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물에서 고령기 건강에 도움이 될 기능성 소재를 찾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토마토의 라이코펜 관련 국내외 임상연구 47건, 2435명의 결과를 종합 분석하고 국내 방울토마토의 라이코펜 함량을 조사해 섭취량을 이해하기 쉽게 제시했다.
조사한 방울토마토 6종의 평균 함량을 기준으로 약 160g, 12개 안팎에 라이코펜 5㎎이 들어 있다.
녹두의 어린싹인 녹두순 추출물은 세포·동물실험에서 잇몸 염증과 치아 주변 뼈 손상을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비름나물 추출물도 뇌 염증을 유발한 생쥐 실험에서 기억력 저하를 완화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농진청은 또 건강과 여행, 취미 활동에 적극적인 '활동적 은퇴자'를 대상으로 치유음식 프로그램 5종을 개발했다.
충남 논산과 공주의 농원 등에서 제철 채소를 활용한 음식 만들기, 토종 곡물의 맛과 질감 비교, 콩 고르기, 발효음식 탐구, 공동수확과 조리 등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관련 콘텐츠에는 제철식단 80종과 조리법 136종이 담겼다.
단백질 강화와 저염·저당 등 식생활 요구를 반영하고, 간편식과 정식처럼 식사의 형태도 나눴다. 농진청은 올해 12월 프로그램 운영 지침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김병석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장은 "우리 농산물의 기능을 활용해 고령자의 올바른 식생활을 돕겠다"며 "먹는 즐거움과 건강을 함께 챙길 수 있도록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