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을 두 달 앞두고 유예론이 고개를 든다. 과세 당국의 과세 기준 마련이 쉽지 않은 물론 거래소의 관련 인프라 미비도 유예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2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전날 업계, 관련 전문가를 한데 모아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가상자산 시행 두 달을 앞두고 업계 얘기 등을 청쥐하는 취지였다.
권대영 재경부 1차관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며 "그 원칙이 시장에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과세 인프라와 시장 규율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 간 정보교환 여건,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과 신고 편의 등 준비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며 "제기된 의견을 충분히 숙고하고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확정 과세보다는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가상자산을 과세하려면 취득가액 산정과 해외 거래소·개인지갑 거래내역 확인을 비롯해 스테이킹(암호화폐를 일정 기간 동안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예치 후 보상을 받는 방식)과 에어드롭(무료로 수많은 지갑 주소에 암호화폐 토큰이나 코인을 무단으로 배포하는 것) 등 거래 형태별 과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 해외 거래정보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거래소와 달리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을 이용한 거래는 과세자료 확보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과세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이용자 간 과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간 가상자산 정보 교환 체계도 아직 미흡하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적용하지만 미국은 2029년에야 참여한다. 국가 간 정보교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생길 과세 문제도 만만치 않다.
사실상 납세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과세 기준이 중요한데 과세 기준 마련부터 법 개정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정부로서도 내년 1월에는 시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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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발전하면서 거래방식이 다양화·복잡화되고 있어 명확한 과세기준을 마련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자가 과세 자료 제출 시스템을 구축·검증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해외거래소 이용자와의 과세 형평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과세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2027년 1월 1일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국세청이 예정대로 11월에 과세 기준을 담은 안을 고시할 것"이라며 "가상자산이 기술적인 영역이 있는 만큼 국민이 보고 이해하기 쉽도록 사례별로 안내서도 따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시내용에는 법의 위임 받은 한도 내에서 기술적인 과세 기준에 따른 계산 방법이 담길 것"이라면서도 "가상자산 과세의 이슈가 되는 스테이킹(암호화폐를 일정 기간 동안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예치 후 보상을 받는 방식) 등에 대한 과세여부 판단 문제는 법 해석이 필요해 재경부와 국세청이 협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아직 협의해야할 사안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된 뒤 세 차례 유예됐다. 현재 유예 법안이 다수 올라왔지만 만약 추가적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세금을 내야한다.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연간 소득 가운데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