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행 두달을 앞둔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가 다시 한번 유예된다.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 방침을 고수했던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정부는 미국과의 가상자산 정보 교환이 이뤄지는 2029년부터 과세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내년으로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해외에 비해 국내시장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디지털자산법 제정에 따른 변화를 과세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할 때 발생한 소득 중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20%의 소득세를 물리는 게 골자다. 예컨대 한 해 동안 비트코인으로 1000만원의 수익을 내고 이더리움으로 500만원의 손실을 본 투자자는 총수익(500만원)에서 2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50만원의 20%에 해당하는 5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당초 2020년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2022년 1월 도입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과세는 관련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시행 시기가 1년 미뤄졌고 이후 가상자산 시장 여건과 투자자 보호제도 정비 등을 이유로 추가로 2년 연기됐다. 이후 추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단 이유 등으로 또다시 2년 유예됐다. 결과적으로 가상자산 과세 적용시기가 2027년 1월1일로 밀린 상태인데, 정부의 2년 추가 유예 방침에 따라 4번째 유예 운명을 맞게 됐다.
특히 정부는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이 허용하는 '손실 이월공제' 도입도 추진한다. 가상자산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최대 3년간 이월해 이익에서 차감해주는 방안이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손실을 이월공제하지 않는다. 과거 손실을 이듬해 수익에서 빼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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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손실 이월공제가 허용되면 첫해 5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이듬해 1000만원의 수익을 낸 경우 첫해 손실을 차감한 500만원에서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50만원만 과세 대상이 된다.
아울러 정부는 '디지털자산 과세 민관합동 워킹그룹'을 출범시켜 과세제도 합리화, 세부 과세기준 마련, 납세자 신고 편의제고 등 과세 시행 준비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또 '디지털자산법' 제정을 신속히 추진해 디지털자산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고 디지털자산 이용자 보호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과세 시행 시기를 조정하더라도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은 견지돼야 한다"며 "향후 2년의 준비기간을 활용해 가상자산 과세가 2029년에는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