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과 동시에 많은 관심을 모았던 SBS와 MBC의 금토극 매치는 사실상 SBS ‘원 더 우먼’의 완승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물론 시청률이 작품의 모든 부분을 대변할 수 없지만 ‘원 더 우먼’은 지난주 시청률이 14%를 기록해 7.4%였던 MBC ‘검은 태양’에 더블 스코어 가까운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실제 작품을 뜯어봐도 ‘원 더 우먼’은 코믹과 추리가 적절히 뒤섞인 데다 코로나19로 응어리진 시청자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풀어줬다. ‘검은 태양’은 대작이긴 하지만 극 전체의 무거운 분위기와 초중반의 과감한 묘사가 오히려 시청 층의 확장성을 가로막은 측면이 있다.
‘원 더 우먼’의 인기요인을 꼽으라면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맨 처음으로 배우들의 호연을 꼽아야할 것 같다. 딱 그런 캐릭터에 강점을 보이는 이하늬의 연기에 자신의 색을 많이 지우고 이하늬가 더 뛰어놀 수 있도록 무대를 제공하는 이상윤도 있다. 그리고 한 쪽에서 ‘여성 재벌 빌런’의 새로운 전형을 보이는 진서연의 활약도 중심을 잡는다.
하지만 그 뒤에는 극을 받치는 수많은 조연 연기자가 있다. 특히 ‘선생님 라인’으로 불리는 중장년 연기자들의 연기가 있다. 극중 한주그룹의 실세로 천민자본주의의 진수를 보이는 한영식 회장 역의 전국환, 이상윤의 측근으로 툴툴대다가도 정이 가는 노학태 역의 김창완, 매번 이하늬를 괴롭히지만 시원하게 되치기를 당하는 서명원 역의 나영희가 있다.
여기서는 이중에서 극중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인 류승덕 역의 김원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왜 김원해의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그가 이 드라마 ‘원 더 우먼’이 가진 밝음과 어두움을 한 몸에 지닌 가장 기가 막힌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류승덕은 검사로 임용된 이후부터 철저히 권력과 이권만을 따라다닌 인물이었다. 결국에는 출세도 빨랐고 어느 정도의 권력도 얻었다. 그는 극중 ‘메인 빌런’의 집합소인 한주의 실질적인 하수인 역할을 하면서 한주가 겪을 수 있는 각종 수사들을 무마하거나 방지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비슷한 결을 가진 후배 조연주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어느 순간 그가 그의 밥줄이 될 수 있는 한주와 자신과의 관계를 겨냥하는 느낌이 들자 최근 그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독자들의 PICK!
지난주 방송에 나온 류승덕의 ‘야누스’ 같은 이미지는 그러한 캐릭터의 특징을 극대화한다. 극중 조연주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도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류승덕은 자신의 방에 조연주 검사가 찾아오자 치질이 걸렸다는 둥, 종교를 가졌다는 둥 핑계를 늘어놓으며 자신의 정보 현황판을 가렸다. 그러면서도 여기저기 정보를 찾고 다니는 안유준(이원근) 검사를 불러서는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의 그의 눈빛과 목소리는 야차와 같다. 그의 눈빛이 코믹으로 가면 극은 코믹으로 가고, 그가 눈이 이글이글 타기 시작하면 극은 갑자기 추리극 또는 스릴러로 변신한다.

이는 김원해가 가진 오랜 경력과 경륜의 힘이다. 서울예술대학교를 나온 김원해는 1991년 뮤지컬 ‘철부지들’을 시작으로 무대 연기에 투신해왔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의 초창기 멤버로도 유명하다. 오랫동안 대중의 시선에 드러나지 않던 김원해는 소속사 대표 장진이 제작한 tvN 예능 ‘SNL 코리아’에 출연하면서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희극도 연기의 한 장르 아닌가. 기꺼이 자신을 웃음에 투여하던 김원해는 ‘SNL 코리아’에서 벗어난 후 방송가나 충무로에서 가장 유력한 조연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가 지난해와 올해 등장한 드라마만 해도 JTBC ‘초콜릿’, KBS2 ‘계약우정’, JTBC ‘우아한 친구들’, tvN ‘스타트업’ ‘낮과 밤’, JTBC ‘허쉬’, KBS2 ‘오월의 청춘’, JTBC ‘월간 집’ 등 10편에 육박한다. ‘원 더 우먼’이 조금 더 그에게는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극중 진서연이 연기하는 한성혜와 함께 실질적인 메인 빌런의 역할을 한다는데 있다. 물론 그는 그 배역의 무게감에 적절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아주 서민적인 인물이 됐다가도 표독스러운 인물로 변신하는 그의 연기폭은 무대와 TV, 정극과 희극을 가리지 않는 유연함에서 나온다. 그는 배우가 가장 취하기 어렵다는 코믹에 대한 감각이 있는 배우다. 그러므로 나머지는 노력에 따라 얻는 선물과 같다. 이제 우리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등장하는 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기 시작했다.
한때 우스갯소리로 배우 권해효가 인기가 있을 때 충무로에서는 권해효의 이름을 따 ‘이 작품에는 권해효를 권해요’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비슷하게 풀어보자면 ‘지금의 세상이 김원해를 원해요’라고 다시 말할 수 있을까. ‘으뜸 원(元)’에 ‘바다 해(海)’를 쓰고 있지만 그의 이름은 지금 방송가와 영화계에서 가장 ‘원하는’ 이름이 됐다.
김원해가 ‘원 더 우먼’의 류승덕을 유려하게 소화했을 때, 그의 입지는 한층 더 올라갈 것이다. 그의 본격적인 TV 도전 10년, 시간은 노력과 열정을 배신하지 않는다. 김원해는 지금 50대 배우가 갈 수 있는 가장 빛나는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