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1일 하이어뮤직은 그루비룸 휘민의 계약 종료를 발표했다. 많은 팬들이 그루비룸의 미래를 걱정했지만 이는 만우절을 활용한 이벤트였다. 다만 단순히 흥미만을 위한 이벤트는 아니었다. 같은 날 오후 6시 릴 모쉬핏의 이름으로 정규앨범 'AAA'가 발매됐다. 휘민의 부캐인 '릴 모쉬핏'(Lil Mosphit)의 데뷔를 알리기 위한 깜짝 빌드업이었던 셈이다.
이후 약 1년이 흐른 지난 4월 3일 릴 모쉬핏의 첫 싱글 'TO GO'가 발매됐다. 동명의 타이틀 곡과 'Monet Only Shows Hustle'(M.O.S.H) 두 곡이 수록됐다. 'TO GO'에는 박재범과 DJ 소울 스케이프, 'M.O.S.H'에는 더 콰이엇과 공공구가 참여했다.
'TO GO'와 'M.O.S.H' 모두 2000년대 초반 느낌이 진하게 풍긴다. 특히 'TO GO'는 박재범의 랩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스크래칭으로 사운드를 더하는 DJ 소울스케이프, 아날로그한 소품을 활용한 뮤직비디오까지 모든 구성이 200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M.O.S.H' 역시 클래식한 비트에 오랜 기간 힙합 신에서 활동한 더 콰이엇의 단단한 랩과 지난해부터 힙합 팬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은 공공구의 조화로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번 싱글이 곧 공개될 앨범 'Return Of The Hustle'의 선공개 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릴 모쉬핏이 추구하는 다음 앨범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휘민이 릴 모쉬핏으로 새 앨범을 냈을 때만 하더라도 흔한 '부캐' 중 하나로 여겨졌다. 오히려 차별점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었다. 릴 모쉬핏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크레디트에는 휘민이 아닌 그루비룸의 이름이 같이 올라 있고 휘민이 프로듀서가 아닌 플레이어로서 적극적으로 랩을 뱉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인터뷰와 이번에 발매한 싱글까지 종합하면 그루비룸이 릴 모쉬핏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알 수 있다.
릴 모쉬핏의 첫 앨범 'AAA'는 당시 가장 유행하던 사운드를 중심으로 자신이 원하던 사운드를 선보였다. 그 결과 'AAA'는 2023 한국 힙합어워즈 올해의 힙합 앨범에 선정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TO GO'는 역으로 과거로 돌아가 그 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운드와 구성을 택했다. 이렇게 힙합의 농도가 진한 음악은 장르 팬들에게는 환영받을지 몰라도 대중적인 측면에서는 약점을 가질 수 있다. 장르의 농도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는 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두 가지 요소를 적절히 섞어 낸다면 장르적으로도 인정받으며 대중성을 확보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두 요소를 모두 노리다가 어느 것도 잡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휘민은 릴모쉬핏이라는 자아를 통해 자신이 추구했던 힙합 사운드를 집어넣었다.
자연스레 그루비룸으로서의 활동은 대중성을 추구하게 됐다. 휘민의 인터뷰를 빌리자면 "애매하게 밸런스를 맞추려고 수록곡에 드릴 몇 개 넣고 타이틀은 갑자기 달달하게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릴 모쉬핏의 이름으로 나올 다음 앨범은 앞서와 마찬가지로 힙합 팬들에게 더 큰 반응이 올 확률이 높다. 반대로 그루비룸의 이름으로 나올 앨범은 '대중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요계에 유행하는 트렌드를 슬기롭고 흥미롭게 활용한 그루비룸과 릴 모쉬핏이 각자 어떤 음악을 선보일지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