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or베이팅│① 대도시에 사는 고영과 흥수가 던진 돌

퀴어or베이팅│① 대도시에 사는 고영과 흥수가 던진 돌

한수진 ize 기자
2024.11.22 10:00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 컷 / 사진= ㈜메리크리스마스, ㈜빅스톤스튜디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 컷 / 사진= ㈜메리크리스마스, ㈜빅스톤스튜디오

작품 이름이 같은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남자 주인공 고영과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남자 주인공 흥수는 사실 같은 인물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뿌리가 같다. 이 둘의 뿌리는 박상영 작가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의 주인공 영이다. 소설을 각색해 제작된 이 동명의 드라마와 영화는 공교롭게 지난 10월 안방극장과 스크린에 나란히 고개를 내밀었다.

원작의 영이,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 속 고영과 흥수는 남자를 사랑한다. 이들이 가슴 설레하는 대상도, 키스를 퍼붓는 이도, “사랑해”라고 읊조리는 상대도 모두 동성 남자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퀴어물(성소수자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 두 작품은 다수를 위해 제작된 상업 작품이다. 그간 퀴어물은 독립 작품으로써 소수 관객을 대상으로 제작되어 온 경향이 잦았다. ‘대도시의 사랑법’과 마찬가지로 10월에 개봉했던 두 퀴어물 한소희 주연 ‘폭설’(관객수 5,178명)과 이유미 주연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관객수 6,234명)도 독립 영화였다.

드라마는 서비스된 OTT 플랫폼 티빙에서 검색어 1위를 했고, 실시간 인기작에도 올랐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11월 드라마 브랜드평판에서도 5위를 했다. 라쿠텐 비키로 글로벌 플랫폼까지 방영을 확장한 드라마는 방영 첫 주 미주와 유럽, 오세아니아에서 시청 톱5에도 들었다. 영화를 보기 위해 다녀간 관객은 87만 명이다. 영화는 유입 관객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진 못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설경구, 장동건 주연의 영화 '보통의 가족' 관객(65만)과 비교하면 유의미한 성적표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 컷 / 사진=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 컷 / 사진=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대도시의 사랑법’은 성소수자의 삶을 신랄하게 묘사한 작품이었고, 표면만 핥지 않고 그들 삶에 깊숙이 침투한 작품이었다. 그 때문에 이 이야기가 상업 작품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는 것과 같은, 미세하더라도 대중문화에 파동을 이는 것이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요즘, 고영과 흥수는 사회적 인식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준 일종의 상징이다.

이것은 임성한 작가의 과거 작품 속 동성애자가 108배를 하고 이성애자가 된 설정(‘오로라 공주’(2013))에서, 시모를 사랑한 며느리 설정을 취한(‘아싸 두리안’(2023)) 변화를 보여준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자극을 위한 이용이 아닌 창을 넓힌 이해의 지점이다.

과거에 ‘대도시의 사랑법’ 같은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수현 작가는 지상파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2010)에서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의 동성애를 그렸고, 그 사랑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이 제기될 만큼 논란거리로 치부됐다. 방송심의소위는 동성애 설정에 대해 ‘문제없음’을 의결했지만, 당시 시청자들의 극심한 반발로 이후 이 같은 시도는 위축됐다. 이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 ‘대도시의 사랑법’은 지상파는 아니지만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펴냈고, ‘논란’이라는 타이틀 대신 ‘기대작’이라는 수식어로 존재하고 있다.

이 작품이 던진 돌이 앞으로 어떤 파동을 일으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변화를 둘러싼 책임은 좀 더 막중하게 져야 한다. 인식 변화와 문화적 포용성은 세심한 접근을 통해서만 이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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