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유명 래퍼 칸예 웨스트가 또 한 번 사고를 쳤다. 나치 독일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까지 판매하고 SNS에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말들을 쏟아내며 논란을 창조하고 있다. 계속되는 기행에 이제는 팬들마저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칸예는 9일(현지시간) 미국 슈퍼볼 중계의 중간 광고 때 자신의 웹사이트인 이지닷컴을 홍보했다. 칸예가 홍보하는 주소로 접속하면 이지닷컴으로 연결됐고, 여기에는 다른 제품 없이 흰 색티쳐스에 검은색 갈고리 십자 모양의 스와스티카(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티셔츠만 판매되고 있었다.
나치를 암시하는 티셔츠 파냄에 미국의 유대계 옹호단체인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은 "20세기 중반 나치의 추종자들을 결집시켰고 지금도 반유대주의와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으로 공포와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30초당 700만 달러(한화 약 101억 원)에 육박하는 슈퍼볼 광고에서 이같은 만행을 저지른 칸예 웨스트는 최근 계속해서 기행을 일삼고 있다. 지난 2일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아내 비앙카 센소리가 올누드 의상을 입고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모피코트를 입고 등장한 센소리는 카메라 앞에서 코트를 벗었는데, 투명한 슬립 드레스에 속옷조차 착용하지 않아 사실상 누드에 가까웠다. 칸예 웨스트에게는 아내에게 노출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칸예는 X(옛 트위터)를 통해 폭주를 이어갔다. 칸예는 "나는 아내를 지배하고 있다"는 말부터 "나는 나치다", "히틀러를 사랑한다", "나는 인종 차별주의자"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성착취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된 퍼프 대디(디디)를 석방하라고도 주장했다. 칸예는 2022년 12월에도 X에 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안에 스와스티카를 합성한 이미지를 올려 논란이 됐다. 일론 머스크는 그의 계정을 정지시켰다가 약 8개월 만에 복구 시켜주기도 했다.
그래미에서의 파격 의상과 SNS에서의 폭주 사이 칸예 웨스트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 했다. 과거 양극성 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밝힌 칸예는 "내가 사실은 자폐증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영화) '레인맨'처럼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 더 집착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해명이 그의 행동을 정당화 시켜주지는 않았다. 가수 찰리 푸스는 "당신이 세상에 보내는 메시지는 정말 위험하다. 제발, 간곡히 부탁하니 멈춰달라"고 전했다. 드라마 '프렌즈'의 배우 데이빗 슈위머는 "정신 나간 사람이 증오로 가득찬 말을 하는 건 막을 수 없어도 메가폰을 주는 건 막을 수 있다"며 혐오 발언이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X의 소유주 일론 머스크에게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칸예 웨스트의 계정은 결국 정지됐다. 다만, 정지가 자발적인지 X 측이 임의로 비공개 처리한 것인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독자들의 PICK!

칸예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많은 기행을 벌여왔다. 대표적인 것이 테일러 스위프트와의 악연이다. 2009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여자 부문 비디오 상을 수상한 테일러 스위프트가 소감을 말하던 도중 무대에 난입해 돌연 비욘세의 비디오가 최고라고 말했다. 칸예는 이후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성희롱적인 가사를 쓰고, 당시 아내 킴 카다시안과 짜고 테일러 스위프트를 모함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는 극우주의적 발언을 쏟아냈고 2020년과 2024년에는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실제로 대선에 출마했다. 음악적으로도 무단 샘플링 논란,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사용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칸예의 기행이 모두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 갔던 것은 아니다. 칸예는 지난해 8월 한국을 방문해 리스닝 파티 'Ye x Ty Dolla Sign Vultures Listening Experience'를 진행했다. 당시 행사는 콘서트가 아닌 음원을 듣는 리스닝 파티였지만 칸예는 즉흥적인 라이브 파티를 벌였다.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 칸예는 2시간 30분간 77곡을 연달아 불렀다. 칸예의 유튜브 채널로도 생중계된 공연은 전세계 팬들의 관심을 끌었고, 사람들은 달라진 칸예의 모습에 더 이상은 사고를 치지 않을 수도 있겠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칸예의 음악을 지지하는 팬들은 칸예를 '칸쪽이(칸예+금쪽이)'라고 부르며 그의 기행에 '명반행동'이라는 포장을 하곤 했다. 기행의 빈도, 수준과 비례에 다음에 선보이는 앨범의 퀄리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칸예가 예상치 못한 사고를 쳐도 '다음 앨범은 얼마나 좋으려고 저러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결핍이 예술가를 성장시키는 동력이라는 관점에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맥락은 아니었다. 다만, 이번에는 선을 한참 넘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오랜 시간 칸예를 지켜봐온 팬들은 하나 둘 이제 그를 놓아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