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정성일 "저를 늘 몰라봤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트리거' 정성일 "저를 늘 몰라봤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이덕행 ize 기자
2025.02.19 11:04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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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성일이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슈트 대신 편한 옷차림으로 등장한 정성일은 '더 글로리'의 하도영과 '전, 란'의 깃카와 겐신을 모두 지워냈다. 그리고 정성일의 목표는 항상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얼굴로 만나는 것이다.

디즈니+ '트리거'(연출 유선동·극본 김기량)는 꽃 같은 세상, 악인들의 잘못을 활짝 까발리기 위해 일단 카메라부터 들이대고 보는 지독한 탐사보도 프로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정성일은 트리거팀에 낙하산으로 들어온 사회성 제로 PD 한도 역을 맡았다. 최종회 공개를 하루 앞둔 18일, 정성일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봤다"는 소감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한 정성일은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정성일은 한도가 가진 능청스러우면서도 현실적인 모습은 물론 범죄자들과 마주하며 분노에 가득 찬 모습을 그리며 호평을 받았다. 과거 '배드 앤 크레이지'를 통해 유선동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정성일은 자신의 사적인 모습이 캐릭터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왜 저에게 한도 캐릭터를 제안하셨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슈트를 입은 딱딱한 이미지 외에도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감독님은 저와 예전에 작업을 해봐서 평소의 제 모습을 알고 있거든요. 한도 캐릭터에도 사적인 모습이 어느 정도 반영됐어요. 저도 동물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할 때가 있거든요. 이기주의는 아니지만 개인주의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이 한도에게 공감이 되기도 했어요."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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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부분은 극 중 한도가 1990년 생이라는 설정. 실제 정성일과는 10살 차이가 난다. 정성일은 90년 생이라는 설정에 대해 "저도 놀랐다"며 나름의 해명을 전했다.

"이력서에 90년생은 저도 놀랐어요. 중고 신입 낙하산이라는 설정이 있어서 다섯 살 정도 어리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다고 의상이나 옷 입는 걸 딱히 신경 쓰지 않았어요. 오히려 평소에 제가 입는 스타일의 옷이 많았어요. 그걸 입고 연기를 하니 정말 편했어요. MZ를 표현하기 위해 특별하게 노력한 지점은 없지만, 상하 관계없이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거침없이 말하는 건 MZ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한도는 최근 정성일이 보여준 캐릭터 중 가장 이질감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다만, 정성일 스스로는 그런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편하게 연기하며 재미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한도라는 캐릭터는 가장 편하게 했던 캐릭터고 망가져도 상관없는 캐릭터라 진짜 재미있게 연기했어요. 너무 극명하게 다르다 보니 보시는 분들은 이질감을 느끼실 것도 같아요. 그런데 저는 보시는 분들이 늘 몰라봤으면 좋겠어요. '더 글로리' 하도영 이후 '전, 란'을 선택한 것도 그렇고 한도라는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저는 공연을 오래 해서 그 안에 스펙트럼이 있을 텐데, 그 안에서 가장 닮은 걸 가지고 나와 발전시키는 편이라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아요.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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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드라마국 소속이던 한도는 사내 불미스러운 일로 시사 교양국에 전배된다. 처음부터 시사 교양국에 있던 오소룡(김혜수), 강기호(주종혁)와는 탐사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나름 시사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는 정성일이지만 그런 한도를 표현하기 위해 따로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룡과 기호는 원래 하던 사람들이고 저는 드라마국에 있다가 넘어온 케이스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어요. 배워가면서 성장하는 인물이니까요. 일거리가 줄어든 느낌이라 좋았어요. 그래도 예전에 'PD수첩'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했어요. 한도처럼 고어한 것들을 보지는 못했어요. 사람을 학대하거나 동물이 다치는 건 잘 못 보겠더라고요. 대신 미스터리한 사건, 미제 사건과 같은 건 좋아했어요."

처음에는 까칠하던 한도는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성장한다. 정성일은 한도의 변화를 언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다.

"드라마국에서는 모든 것을 책임지고 끌고 가는 입장이라면 시사국에서는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이 나오잖아요. 언제, 어느 정도까지 변화할 수 있는지 수위를 정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갑자기 변할 수도 없고, 너무 늦어지면 변화할 수 있는 한계가 좁아지니까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열릴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사실 한도는 '남의 아픔을 팔기 싫다'고 말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다른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는 보상 심리가 생기다 보니 그래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으로 남아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탐사 프로그램 PD의 핵심은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매번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는 경험을 하던 정성일은 질문을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질문의 어려움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기자분들을 만나면 낯설어서 긴장하고 불편하기도 했어요. 말도 조심스럽게 하게 되고요. 제가 그 역할을 하다 보니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특히나 직업적으로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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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가 인기를 끌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성일과 김혜수, 주종혁이 보여준 티키타카에 있었다. 정성일은 함께 호흡을 맞춘 두 배우에 대해 "정말정말 좋은 사람들"이라며 촬영 당시를 회고했다.

"'트리거'를 하면서 가장 크게 남은 게 두 사람이에요. 지금도 매일 연락해요. 김혜수 누나의 경우에는 연기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간적, 정신적으로도 '큰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종혁이도 제가 매체 연기를 하며 만난 동생들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동생이에요. 두 사람뿐만 아니라 트리거 팀원 모두가 연기를 잘하고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들이라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에요."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즈니 쇼케이스에서도 정성일은 김혜수와의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벅찬 소감을 드러냈다. 정성일은 이날도 김혜수에 대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함께 스태프들, 배우들을 잘 아우르고 편하게 해주셨어요. 첫 신을 연기하는데 혜수 누나가 눈이 크잖아요. 그 안에 제가 보이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연기만 잘하면 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어요. 모니터를 하면서도 많이 배웠어요. 현장에서의 톤과 화면에서의 톤이 다를 때가 있는데 누나는 이걸 알고 하는지 본능적으로 하는지 모르겠지만, 모니터를 뚫고 나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경험치는 무시하지 못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적으로도 저를 동생으로 잘 챙겨주고 애정을 담아 칭찬을 해주셔서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셨어요."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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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의 연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다. 연극계에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오던 정성일은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 역을 맡으며 매체 연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정성일 역시 이러한 변화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실 때 매체 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정성일이 '더 글로리' 이후로 대단하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작품을 할 수 있고 조금은 선택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요. 저는 계속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평생 하도영으로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연기를 하면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성일뿐만 아니라 임지연, 차주영 등 '더 글로리'에서 강한 임팩트를 남겼던 배우들은 그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성일은 "'더 글로리'가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며 함께했던 배우들의 상승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옥씨부인전', '원경' 등에서 활약하는 걸 보면서도 '더 글로리'가 정말 대단했다는 걸 느끼게 돼요. '더 글로리'가 잘 됐던 이유가 작가님, 감독님과 배우들이 각자의 몫을 해줘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잘하고 있으니 뿌듯하기도 해요.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다가도 '아, 내가 아는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에 연락도 보내고 그래요."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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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의 하도영 '전, 란'의 깃카와 겐신에 이어 '트리거'의 한도까지. 정성일은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또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과 '인터뷰' 등 차기작 공개개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정성일이 이렇게 쉬지 않고 연기를 하는 이유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제가 들어오는 걸 다 하지는 않아요. 다만, 일정이 겹치더라도 집중해서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일을 놓치기 싫은 느낌이랄까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저는 늘 불안하다고 말하거든요. 언제까지 찾아줄지도 모르고 나이도 있으니까요. 이왕이면 잘할 수 있는 시간에 모든 걸 남겨 놓고 싶어요. 그래야지 끝나고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다만, 가장 빨리 정성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화면이 아닌 연극 무대다. 정성일은 오는 3월 11일부터 공연되는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출연을 확정 짓고 연습을 매진 중이다. 연극을 통해 비워낸 걸 채운다는 정성일은 죽을 때까지 연극 무대를 하고 싶다는 소원을 전했다.

"(연극은) 죽을 때까지 하려고요. 무대와 공연을 너무 좋아해요. 공연은 연출, 배우들과 만나서 고민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우거든요. 그런데 매체 연기는 각자 준비해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스템이라 제가 가지고 있는 걸 소진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다 썼으니 채울 시간이 필요한 거죠. 무대는 관객을 바로 만나다 보니 피드백도 바로 오거든요. 거기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그걸 다음에 바로 접목하기도 하고요. 무대가 좋아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데 잘 안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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