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스우파’, 글로벌이라는 빛과 그림자 [IZE 진단]

‘월드 오브 스우파’, 글로벌이라는 빛과 그림자 [IZE 진단]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5.06.12 09:57

진정한 문화 교류의 장 만들려는 제작진의 고민 부족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리즈는 국내 댄스 서바이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2021년 방송된 첫 시즌은 가비·허니제이·아이키·모니카·립제이 등 스타 댄서를 배출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2’(2023)로 이어지며 ‘스우파’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2025년, Mnet은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WSWF, 이하 ‘월드 오브 스우파’)를 내세우며 ‘스우파’ IP를 글로벌로 확장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제목에서 짐작 가능하듯 국가 대항전이다. ‘스우파’ 시즌1의 리더들이 한국을 대표해 ‘범접’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크루로 뭉쳤고, 여기에 뉴질랜드, 미국, 일본, 호주 등 총 5개국의 실력파 댄서들이 참여하며 글로벌 프로젝트로 판을 키웠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지난달 27일 첫 방송된 ‘월드 오브 스우파’는 최고 시청률 2.0%(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1위에 올랐고, X(구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키워드를 12개나 장악하는 등 강력한 화제성을 입증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비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스우파’ 브랜드의 저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마자 시청자들은 예상치 못한 장면들과 마주했다. 그중 가장 큰 충격은 한국 대표팀 범접의 고전이다. 시즌1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리더들이 뭉친 최강 조합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범접은 출연진들이 뽑은 우승 예상 순위에서 4위에 머물렀다. 뿐만 아니라 첫 번째 미션인 ‘국가 대항 약자 지목 배틀’에서는 무려 12명의 댄서로부터 약자로 지목받았다. “범접은 너무 쉬운 상대”라던 에이지 스쿼드의 알리야의 평가는 타국 크루들의 냉정한 시선을 짐작게 했다. 아이키는 “우리 크루원들은 어디 가서 무시당하는 사람들이 아닌데…”라며 눈물을 흘렸고, 가비 역시 참았던 감정을 터뜨렸다. 범접은 각오를 다지며 배틀에 임했지만, 결과는 연이은 패배. 결국 최하위로 첫 배틀을 마감했다.

이어진 ‘계급별 미션’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한 실력 차이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리더 계급 미션에서 허니제이가 ‘워스트 댄서’로 지목된 장면은 그 상징적인 사례다. 다른 리더들이 영어와 일본어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반면, 허니제이는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이 위축되는 장면이 아니라, 프로그램 시스템 전반에 의문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이 지점에서 모순이 드러난다. 한국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에서 한국 댄서가 외국어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워스트’로 평가받는 현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외국 방송에 출연한 한국 연예인은 현지어로 소통하는데, 왜 한국 방송에서 외국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불편함을 느껴야 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글로벌’을 내세운 프로그램에서 정작 한국 댄서가 소외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문제는 제작진의 인식으로 이어진다. 최정남 PD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보일 수 있도록 통역 인력을 3배 이상 투입했다”고 밝혔지만, 방송에서는 여전히 영어와 일본어가 중심 언어로 사용됐다. 국가 대항전을 지향하면서도, 정작 문화적 다양성과 언어적 배려는 뒷전으로 밀려났던 셈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편집 방식이다. 제작진은 지난 시즌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듯, 댄서들의 과거 불화를 다시 꺼내고 눈물을 유도하는 장면을 작위적으로 배치했다. 특히 ‘범접’의 연패를 집중 조명한 연출은 한국팀을 ‘최약체’로 각인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첫 번째 미션의 룰 변화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전 시즌과 달리 이번에는 승패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오직 패배 횟수만으로 순위를 매긴다는 건 특정 팀에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었다. 결국 ‘국가의 자존심’을 내세운 포맷 속에서, 정작 한국팀의 자존감은 흔들리는 아이러니가 연출됐다.

그럼에도 ‘월드 오브 스우파’를 단지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전 세계 실력파 댄서들이 한 무대에서 경쟁하는 모습은 분명 신선하고 인상적인 볼거리였다. 각국의 댄스 스타일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글로벌 예능으로서의 가능성 또한 분명히 입증되고 있다. 특히 왁킹 장르의 전설인 범접의 립제이와 오사카 오조갱의 아부키가 10년 만에 재회해 펼친 리벤지 매치는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만했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이 프로그램이 진정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거듭나기 위해선 언어적 배려와 문화적 존중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한국어 중심 체계를 기반으로 하되, 각국의 댄서들이 자신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며, 단순한 통역 지원을 넘어 방송 구조의 재정비가 요구된다. 경쟁보다는 상호 이해와 문화 교류에 초점을 맞출 때, 비로소 ‘글로벌 예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범접의 반격이 펼쳐질 수도 있고, 또 다른 글로벌 스타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다만 진정한 성공은 시청률이나 화제성보다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깊이 있는 문화 교류의 장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스우파’라는 브랜드가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의미 있는 진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그 답은 앞으로의 방송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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