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대기에 뜬 슈퍼맨, 8만 '좋아요' 폭발…'부산 트튀남' 훈훈[오따뉴]

신호대기에 뜬 슈퍼맨, 8만 '좋아요' 폭발…'부산 트튀남' 훈훈[오따뉴]

남형도 기자
2026.07.1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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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 따뜻합니다. 살만합니다. [오따뉴 : 오늘의따뜻한뉴스]를 통해 그 온기와 감동을 만나보세요.
퇴근하던 길, 대각선에서 주행하던 모르는 이의 차량 트렁크를 닫아주는 유민혁씨. 작은 선행이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질 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단다./사진=택시기사 조진삼씨 인스타그램 계정(@jin3joe)
퇴근하던 길, 대각선에서 주행하던 모르는 이의 차량 트렁크를 닫아주는 유민혁씨. 작은 선행이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질 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단다./사진=택시기사 조진삼씨 인스타그램 계정(@jin3joe)

지난 6월 29일 저녁 6시쯤. 유민혁씨는 함께 일하던 형과 차를 타고 퇴근하던 길이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그의 시야에 한 차량이 들어왔다. 옆 차선으로 가던 차인데, 트렁크를 연 채 주행하고 있었다. 신경이 계속 쓰였다. 혹시나 트렁크가 고장 났을까 생각했다. 그러기엔 그 안에 짐이 있었다. 고장 났다면 물건을 두고 다니진 않았을 거라 추측했다.

정차하면 닫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부산 남구 문현동 교차로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차가 멈추자마자 유씨는 조수석 문을 열고 후다닥 나갔다. 트렁크 닫힘 버튼을 재빠르게 누른 뒤 도로 차에 돌아왔다.

"달리는 내내 닫아주고 싶었는데 슈퍼맨이 나타나"
/사진=택시기사 조진삼씨 인스타그램 계정(@jin3joe)
/사진=택시기사 조진삼씨 인스타그램 계정(@jin3joe)

트렁크가 열린 차량을 안타깝게 보던 이는 또 있었다. 그 차 바로 뒤에서 주행하던 택시 기사 조진삼씨였다.

조씨도 달리는 내내 트렁크를 닫아주고 싶었단다. 그런데 정차했을 때 유씨가 먼저 나타나 재빨리 닫고 갔다. 그 장면이 "슈퍼맨이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이를 알리고 싶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jin3joe)에 올렸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269만회를 기록했다. 좋아요만 8만4000개. 크게 화제가 됐다.

사용자들은 유씨가 트렁크를 닫고 후다닥 가는 모습이 따뜻하고 귀엽다고 했다. 누군가 '벨튀(남의 집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 장난)'가 생각난다고 해 유씨에게 별명이 생겼다. 일명 '트튀남' 이었다.

굳이 왜 하느냐 물으시면 "제가 도울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트렁크 문을 닫고 주행할 수 있게된 차량. 누군가의 시선과 도움 덕분에 살만한 거라고./사진=택시기사 조진삼씨 인스타그램 계정(@jin3joe)
덕분에 트렁크 문을 닫고 주행할 수 있게된 차량. 누군가의 시선과 도움 덕분에 살만한 거라고./사진=택시기사 조진삼씨 인스타그램 계정(@jin3joe)

유씨도 이후 자신의 영상이 널리 알려진 걸 봤다. 첨엔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각박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웃음 지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고. 그래서 직접 댓글도 남겼다.

그를 수소문해 작은 선행을 행한 마음을 물었다. 트렁크가 열려 있어 그의 표현대로 "퍼뜩(빨리의 경상도 방언) 닫아준 것뿐"이라고 했다. 평소에도 지갑을 찾아드리는 등 자연스레 (선행을) 한다고 했다.

한여름에 택배 기사를 도와준 얘기도 들려줬다.

"군 전역하고 맞는 여름이었어요. 운동 갔다가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택배 기사님께서 짐을 내리시다 길가에 짐이 다 쏟아진 거예요. 가서 짐 정리를 도와드렸지요. 땀을 얼마나 흘리셨는지 몰라요. 그 덕분에 저희가 집에서 편히 물품을 받는 거잖아요."

좋은 일엔 특별히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고, 그러니 할 수 있으면 외면하지 않는 게 그의 철학이라고. 작은 행동으로 인해 또 다른 이가 선행을 실천한다면 정말 가치가 있는 거라고 했다.

혹자는 굳이 그걸 왜 하느냐 묻기도 하는데, 그럴 때 이리 답한다. "저를 필요로 하는 이가 있고, 제가 도울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스스럼없이 또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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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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