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의 심장에 막둥이의 잔망에 푹 빠지다

막강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기존의 인물들 능력이 함께 오른다는 의미의 용어 ‘메기효과’. 흔히 사람의 감정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연애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메기효과’는 나중에 투입하는 인물들로부터 나온다. 멋진 외모와 성격을 가진 사람을 뒤늦게 투입하면서 모두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메기효과’로 가장 큰 인기를 얻은 연예인이 있었다. 바로 특수부대 UDT/SEAL 출신의 덱스(DEX)다. 본명 김진영인 그는 2022년 방송된 넷플릭스 연애 프로그램 ‘솔로지옥 2’를 통해 ‘메기남’으로 인기를 얻었다. 중간에 투입된 그의 압도적인 매력에 판 전체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지금 배우로 활동 중인 신슬기의 마음이 흔들렸고, 이후 상황을 보면 이는 전 세계 여성 시청자들로 전이된 듯하다.
이제 덱스는 단순한 연애 프로그램의 ‘메기남’이 아닌 방송가 전체의 ‘메기남’으로 부상하고 있다. 털털하고 강인한 매력의 리얼리티부터 토크쇼 등 예능을 비롯해 이제 연기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제 어중간한 각오로는 덱스의 등장에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25년 여름 방송가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덱스의 지분이 크다.

덱스의 올해는 일찍부터 바빴다. 1월14일 공개된 ‘솔로지옥 4’에서는 2023년부터 이어온 MC 역할에 몰입했고, 5월11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4’에는 시즌 2부터의 출연을 이어왔다. 6월 들어서는 tvN ‘핸썸가이즈’ 출연과 함께 SBS의 오디션 프로그램 ‘B:MY BOYZ’의 MC로 발탁됐다. 지난 시즌의 인연으로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 2’에도 초대손님으로 나갈 예정이다.
이는 TV와 OTT 플랫폼으로 활동을 한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올해 1월 ‘덱스의 냉터뷰 3’의 MC를 맡은 덱스는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정찬성의 코리언 좀비’를 비롯해 나영석PD의 ‘채널 십오야’, 기안84의 ‘인생84’에 출연했다. 이는 모두 유튜브 토크쇼 유력 프로그램으로 TV로 따지면 주말 예능을 줄줄이 나간 것과 다름없다.
지난해부터는 배우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LG 유플러스 모바일 TV의 ‘타로:일곱장의 이야기’에서 단편 주인공으로 연기에 데뷔한 덱스는 7월 방송되는 ENA 드라마 ‘아이쇼핑’에 캐스팅됐다. 염정아, 원진아, 최영준 등이 출연한 액션 스릴러 작품인데 덱스는 예능에서의 이미지를 살린 정현 역에 캐스팅됐다. 불법 매매 입양 조직에 복수하는 주인공의 서사를 다룬 작품에서 그 조직의 보스 김세희 역 염정아의 지시를 받는 운영자다. 두 사람은 이 인연으로 지난해 ‘언니네 산지직송’에도 함께 출연했다.

덱스의 등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기존 TV 플랫폼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OTT나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가 대세로 올라가는 모습과 궤적을 같이 했다. 2016년 해군 부사관으로 임관해 특수부대인 UDT/SEAL에서 복무했고 2018년 아랍에미리트 해외 파병도 다녀온 덱스는 2020년 전역과 동시에 코로나19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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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의 분위기와 함께 기존 방송가는 된서리를 맞은 기간이었다. 그는 이 기간 유튜브 예능 ‘가짜사나이 2’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고, 2021년 MBC의 서바이벌 ‘피의 게임’으로 인지도를 얻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메기남’의 등장을 알린 ‘솔로지옥 2’는 그의 경력에서 빼놓을 수 없다.
‘솔로지옥 2’에서 굉장히 터프하고 시크할 것 같은 그의 이미지는 이어진 다른 프로그램에서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덱스는 의욕은 많지만 은근히 음식을 가리고, 형들에게 어리광도 부리는 ‘막둥이’의 이미지였다. 넷플릭스 ‘좀비버스’에서는 타고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액션 장면을 다수 만들어냈다.
MBC에브리원 ‘나는 지금 화가 나있어’에서는 MC로서 진행능력을 보였으며, ‘언니네 산지직송’에서는 살뜰한 막내의 느낌뿐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과도 잘 섞이는 친근한 손자, 아들의 이미지도 있었다. 덱스를 바라본 많은 사람들은 그의 진솔함과 털털함에 높은 점수를 준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4’는 그런 덱스의 매력이 집대성돼 있다. 네팔의 용병 ‘구르카’ 학교에서는 승부욕을 불태우다가도 네 멤버의 막내로서는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성에게는 매력적이고, 동성에게는 친근한 매력은 그가 방송인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됐다.
만일 그가 처음부터 지상파에서 발굴됐다면 그는 지금의 위치를 잡기 쉽지 않았을 수 있다. 현역군인인 그가 방송가와 바로 맞닿기는 쉽지 않았고, 그에게는 오른팔에서 가슴을 덮는 문신 등 지상파에서는 쉽지 않은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브와 세계적인 OTT에서 벌어들인 이미지는 그가 한결 지상파나 TV 플랫폼에서 활약하기 쉽게 하는 징검다리였다.
덱스(DEX)의 활동명은 군인들이 훈련이 끝났을 때 쓰는 ‘ENDEX’의 끝을 딴 표현이다. ‘ENDEX’는 ‘END of EXercise’ 즉 훈련종료를 의미한다. 연습은 이미 끝났다. 덱스에게는 군인일 때보다 더 크고 넓은 방송인으로서의 지평이 열렸다. 그리고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배우로도 돋아날 수 있다. 어쩌면 새로운 시작인지 모른다.
‘메기효과’를 가장 충실하게 따른 지금 시대의 ‘메기남’ 덱스. 그의 등장은 연애 프로그램의 동료 남자 출연자뿐 아니라 TV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람들을 긴장하게 하는 유쾌한 매개체일지도 모른다.
신윤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