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을 위하여', 오늘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적의 드라마 [드라마 쪼개보기]

'첫, 사랑을 위하여', 오늘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적의 드라마 [드라마 쪼개보기]

한수진 기자
2025.08.07 11:15
'첫, 사랑을 위하여' 스틸 컷 / 사진=tvN
'첫, 사랑을 위하여' 스틸 컷 / 사진=tvN

"우리 딸은 나한테 호구라던데. 나 호구 아니고, 로맨티시스트야. 그래서 나는 기적을 믿거든요. 기적이 뭐 별건가? 잠시라도 서로 살게 해주는 거, 그게 기적이지 뭐."

tvN 월화드라마 '첫, 사랑을 위하여'에서 지안(염정아)은 자신에게서 돈을 빌려 놓고 종적을 감췄던 황 반장(정만식)에게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며 이같이 말한다.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기적의 정의를 가장 단단하고도 따뜻하게 압축해 낸다. 세상이 보기에 지안은 분명 손해 보고, 바보 같고, 만만한 사람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안은 다르게 믿는다. 절박한 사람끼리 잠시라도 손 붙잡고 서로를 살게 해주는 일, 그걸 기적이라 부르는 사람이다. 그 순간 '첫, 사랑을 위하여'는 사람 사이에 가능한 가장 작고도 위대한 기적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드라마 제목에도 놓인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나 관계의 이름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어떤 낭만의 시작이 아닌 누군가의 고단한 삶에 처음으로 내민 손, 다시 살아보자는 용기를 건네는 태도다. 지안이 황 반장에게 건넨 기적은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를 살리는 첫사랑에 가깝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누군가를 사랑했던 방식이 아닌, 누군가를 살려내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첫, 사랑을 위하여' 스틸 컷 / 사진=tvN
'첫, 사랑을 위하여' 스틸 컷 / 사진=tvN

그 중심에는 지안이 있다. 그는 언제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기고 감정보다 책임을 앞세우며 살아왔다. 딸을 위해 악착같이 버텼고, 현장에서도 누구보다 성실했으며, 잃어버린 돈 앞에서도 남의 사정을 먼저 헤아렸다. 하지만 그가 진짜로 변화하는 순간은 기적을 건넨 다음이었다.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부당한 권위 앞에서 등을 돌리며, 딸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다시 살아보기로 결심했을 때다.

'첫, 사랑을 위하여'는 바로 그 지점에서 누군가를 살리는 사랑이 어떻게 한 사람을 구원하는가를 보여준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말하는 ‘첫,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가장 뭉클한 눈물은 마음을 드러내는 순간에 흐른다. 지안이 친구 선영(김선영) 앞에서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리던 장면이다. 뇌종양 투병 사실을 고백하는 딸 앞에서도 애써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지안은, 자기 일처럼 대신 목 놓아 울어주는 친구 앞에서 끝내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린다. 이해보다 공감이 먼저 닿는 그 자리에, 이 드라마는 가장 따뜻한 사랑의 얼굴을 새긴다.

'첫, 사랑을 위하여' 스틸 컷 / 사진=tvN
'첫, 사랑을 위하여' 스틸 컷 / 사진=tvN

'첫, 사랑을 위하여'는 예기치 않게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싱글맘 지안과 그의 딸 이효리(최윤지)가 새로운 공간에서 마주하는 관계의 재구성, 그리고 첫사랑과의 재회를 그린다. 드라마는 모녀의 평범한 일상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지안이 갑작스레 직장에서 잘리고 돈까지 떼이며, 또 효리가 자퇴와 가출을 감행하고 결국 뇌종양 진단까지 받게 되면서 둘의 세계는 순식간에 뒤집힌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인물의 고통을 비극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지안은 무너지는 삶 앞에서도 억척스럽게 버텨낸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실적인 태도 속에서, 오히려 삶을 대하는 한 인간의 품격이 드러난다. 그리고 딸을 찾아 떠난 청해에서 오래전 첫사랑 류정석(박해준)을 다시 만나면서 이야기의 또 다른 서사가 열린다.

'첫, 사랑을 위하여' 스틸 컷 / 사진=tvN
'첫, 사랑을 위하여' 스틸 컷 / 사진=tvN

지안의 딸 효리는 다른 축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반듯한 의대생에서 돌연 자퇴와 방랑을 택한 그는 삶의 무게에 지친 요즘의 청춘 그 자체다. 몸에 종양을 품고도 자신만 바라보고 산 엄마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채 고통을 홀로 안고 살아가던 효리는 청해라는 공간에서 숨을 쉰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또래 청년 류보현(김민규)과의 모습은 은근한 설렘을 뿜어내며 드라마에 핑크색을 입힌다.

1, 2회는 이처럼 네 주인공의 삶이 각기 무너지고 충돌하고, 조금씩 다시 이어지기 시작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엄마와 딸, 첫사랑과 다시 만남, 청춘과 병, 책임과 자유. 이 모든 대비와 연결이 기적이라는 말로 수렴된다.

'첫, 사랑을 위하여'는 단순한 가족물도, 로맨스물도 아니다. 살아가는 모든 관계 안에서 처음처럼 누군가를 바라보는 마음, 한 번쯤은 다시 살아보고 싶은 용기, 누군가의 삶에 조용히 기대어주는 방식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드라마다. 1, 2회만으로도 그 따뜻한 방향은 명확했고, 앞으로 이들이 서로의 삶에 어떻게 기적이 되어줄지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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