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 진선규, 해명까지 불러온 고퀄 저질 연기 "사실 즐거워" [인터뷰]

'애마' 진선규, 해명까지 불러온 고퀄 저질 연기 "사실 즐거워" [인터뷰]

한수진 기자
2025.08.31 08:00
진선규 / 사진=넷플릭스
진선규 / 사진=넷플릭스

배우 진선규는 작품에서 늘 낯선 얼굴을 찾아 나선다. 스스로와 닮은 지점을 확대하는 대신, 자신과 가장 거리가 먼 지점에서 연기의 쾌감을 발견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그가 맡은 구중호 역시 그런 인물이다. 탐욕과 천박함으로 가득한 이 인물은 진선규의 실제 모습과는 정반대다. 그러나 그는 그 괴리를 정면으로 껴안으며 극에 불쾌와 긴장을 생생히 불어넣었다.

"잘 표현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겠다"는 각오로 뛰어든 이번 역할은, 실제로 시청자들의 불쾌감을 끌어냈다. 진선규의 지인들마저 "정말 얄밉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리고 그에게 이 반응은 오히려 뿌듯함으로 다가갔다.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 '애마부인'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선 톱스타 희란(이하늬)과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의 이야기를 그렸다. 진선규가 맡은 구중호는 돈과 권력을 좇는 속물적인 영화 제작자다.

구중호를 처음 마주했을 때 진선규가 받은 인상 역시 "비열하고 나쁘고 못돼 먹은" 인물이었다. 여기에 이해영 감독은 "거지 같지만 섹시하면 좋겠다"는 디렉팅을 흡수해 외양의 번들함과 내면의 저열함이 교차하는 캐릭터로 구중호를 완성했다.

"제가 잘 표현한다면 욕을 바가지로 먹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이 짜증 났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동료들도요. 그럼 드라마적으로는 잘 표현된 거잖아요.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요. '저 실제로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고 해명을 계속해야 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역할 속 모습으로 봐주셔서 사실 정말 즐거워요. 지금 해명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정말 좋아요."

진선규 / 사진=넷플릭스
진선규 / 사진=넷플릭스

진선규는 이 캐릭터를 거부감보다 호기심으로 마주했다. 자신과 닮은 역할을 연기하는 것보다 전혀 다른 인물을 새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시나리오 자체가 정말 재밌었어요. 이 역할을 연기하는 것에 전혀 거부감이 없었죠. 저랑 비슷한 배역보다 아예 없는 부분을 만들어가는 게 훨씬 흥미롭거든요. 그래서 부담스럽기보단 재미있었어요. 구중호는 단순히 음지의 나쁜 사람이 아니라 가진 자의 욕망을 극한으로 드러내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강한 사람에게 약해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선규가 구중호를 구현하며 집중한 지점은 탐욕이나 저열함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는 이 인물을 단순한 속물로 바라보기보다 시대의 구조 속에서 실존했을 법한 얼굴로 설득하려 했다. "구중호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록 대중의 욕망을 파악해 영화를 자극적으로 만들며 상업적 수단으로 이용했지만, 한편으로는 권력과 타협해 어떻게 해서든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시네필이었다. 진선규는 이러한 모순된 정체성을 파고들며 구중호의 탐욕과 집착에 현실적인 무게를 더했다.

"촬영하면서도 제가 농담처럼 그랬어요. 왜 내 사무실에만 들어오면 사람들이 하나씩 다 물건을 깨고 나가냐고요(웃음). 이해영 감독님한테도 '구중호는 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고 계속 이야기했어요. 저는 구중호가 생 양아치라기보다는 그 시대 권력 사이에 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도 해야 하고, 저렇게도 해야 하는 처지의 사람이요."

진선규 / 사진=넷플릭스
진선규 / 사진=넷플릭스

특히 '애마'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대목은 진선규와 이하늬의 재회였다. 두 사람은 천만 관객을 모았던 영화 '극한직업'에서 이미 좋은 호흡을 보여준 바 있다. 그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자연스레 기대 포인트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기대대로 두 사람은 '애마'에서 시너지를 다시 한번 제대로 발휘했다.

"희란과 사무실에서 몸싸움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당시 컷 사인과 동시에 스태프들이 전부 기립박수를 쳐줬어요. 이하늬 배우와도 순간 눈이 마주쳤는데 이 정도로 짜릿함을 느낀 건 이번이 생전 처음이었죠. (이)하늬와 배우 대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케미가 깊어요. 이하늬라는 사람이 배역으로 잘 존재해 주니까 저로서도 연기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죠. 이렇게 하면 저렇게 받아주고, 쿵짝이 잘 맞았어요. 예전보다 더 깊어지고 좋아진 호흡이 이번 작품에서 더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진선규는 '애마'를 통해 당시 관객들이 극장을 찾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한 편의 영화가 사회적 화제가 되던 풍경에 부러움을 느꼈다고도 털어놨다. 지금은 보기 힘든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영화를 보지 않았나. 배우로서 그런 열기와 기대감이 부럽게 느껴졌다. 요즘은 그런 풍경이 많이 사라졌으니까. '극한직업' 때 무대인사를 돌던 때가 생각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진선규가 배우로서 지키고 싶은 가치는 바로 '함께'다. 그는 기회가 왔을 때 혼자만 앞서 달리기보다 곁의 동료들과 나란히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연극 무대에서 함께 버텨온 친구들이 이제 하나둘씩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며 자신 역시 그 배에 노를 저어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을 내보였다.

"'범죄도시'가 잘 되고 처음 인터뷰했을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 혼자 가지 않고, 배를 더 크게 만들어 동료들을 태우고 같이 가고 싶다'라고요. 평생 같이하고 싶은 동료들이 이제 배에 하나둘씩 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지난 시간을 발판 삼아 노를 더 힘차게 저으면서 더 좋은 연기와 함께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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