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완은 연기돌을 넘어 이제는 어엿한 배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딱히 연기 수업을 받지 않았음에도 폭넓은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임시완을 보고 있노라면 타고났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그러나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재능이 없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도 결국 노력으로 이를 뒷받침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연기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마귀'(연출 이태성, 극본 변성현 이태성 이진성)는 모든 룰이 무너진 살인청부업계에 긴 휴가 후 컴백한 A급 킬러 '사마귀'와 그의 훈련생 동기이자 라이벌 '재이', 그리고 은퇴한 레전드 킬러? '독고'가 1인자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대결을 그린 액션 영화다.
청부살인회사 MK Ent. 소속 A급 킬러 사마귀 역을 맡은 임시완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에 나섰다. 아직 주변 반응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는 임시완은 냉철하게 자신의 연기를 돌아보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작품을 보면 늘 어쩔 수 없는데, 제 것만 보여요.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번에도 그렇더라고요. 특히 액션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움이 남기도 해요."
'사마귀'는 '길복순'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사마귀라는 존재 자체는 '길복순'에서도 언급된다. '길복순'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은 '길복순'을 만들 때부터 임시완을 사마귀로 점찍었다. 임시완은 사마귀의 목소리 출연분까지 녹음했지만, 편집 과정에서 삭제됐다. 다만, 임시완 역시 그때부터 사마귀를 자신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였다.
"'길복순'은 킬러들의 세계와 주부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소재를 섞었는데 그게 재미있었어요. '사마귀' 역시 킬러들의 세계에 창업이라는 소재를 섞는다는 아이디어가 재미있었어요. 사실 저는 사마귀를 선택했다기보다는 '길복순' 때 변성현 감독님이 목소리 출연 제안을 주시고 그 이후로 '너는 사마귀다'라고 해서 그런가보다 싶었어요. 내 운명은 사마귀라고 생각하고 촬영이 들어갈 때까지 그 운명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임시완을 기다리고 있던 건 변성현 감독이 아니었다. 임시완을 사마귀로 점찍은 변성현 감독은 크리에이터로 작품에 참여했고, '길복순' 조연출 출신의 이태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처음에는 많이 헷갈렸어요. 변성현 감독님과 함께하는 것 이외의 변수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변성현 감독님이 한 발짝 물러나는 의도였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이태성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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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태성 감독과는 주로 세계관이나 디테일한 설정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캐릭터 구축은 임시완 본인이 주도적으로 나섰다. 천재적인 킬러라는 설정에 맞춰 여유로운 모습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한울이가 천재로 묘사되잖아요. 노력하지 않아도 타고난 천재들이 있는데 킬러신에서의 천재가 한울이인 거죠. 그런 자신감 때문에 아우라가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재이에 비교하며 정서적인 여유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걸 표현하려고 했어요."
동시에 임시완은 한울의 드러나지 않은 내면에도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굉장히 센 척하고 붕 떠 있고, 소위 '나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허세가 가득하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내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킬러들의 세계에서 그런 마음은 약점이나 사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위장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촐싹대고 방정맞게 묘사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화려한 액션으로 주목받은 '길복순'의 스핀오프지만, '사마귀'는 한울과 재이의 감정선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와중에 임시완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액션을 기대하신 분들께는 액션의 양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정확한 장르를 따지자면, '사마귀'는 액션 멜로가 맞는 것 같아요. 제 생각보다도 멜로가 많더라고요. 감독님이 이런 감정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묘사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액션신의 분량은 적을지 모르지만, 하나하나의 시퀀스는 충분히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특히 마지막 한울, 재이, 독고의 3자 액션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때가 제일 진지하게 임했던 순간 같아요. 우진 형님도 그렇고 규영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같이 수다 떨고 농담하는 시간도 줄이고 혼자 감정을 추스르고 잡는 시간을 가졌어요. 저의 애로사항은 감정도 감정이지만, 외발로 균형 잡고 싸워야 했다는 거에요. 스타일리시해야 하기 때문에 굽도 높은데 한 발로 중심을 잡아야 했거든요. PT를 받으면서도 외발로 균형 잡고 앉았다 일어나는 훈련까지 했어요."

킬러신의 천재로 묘사되는 한울처럼 임시완 역시 많은 대중들에게 연기 천재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천재의 영역에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결국 노력으로 극복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제가 천재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냐고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지금까지 연기를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는 재능이 있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천부적인 건 아니라 노력으로 뒷받침을 해야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재이처럼 열등감을 원동력으로 삼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단지 노력으로 많은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본인은 겸손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많은 대중들은 임시완의 연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착한 캐릭터부터 광기넘친 캐릭터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있다.
"그렇게 평가를 해주신다면 영광이죠. 연기자가 팔레트가 넓다는 칭찬은 최고의 칭찬인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걸 추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런저런 다양한 도전들을 해 나갈 계획이에요."
다만, '오징어 게임'이나 '사마귀'처럼 최근의 역할은 손에 피를 묻히거나 빌런으로서의 역할이 도드라졌다. 임시완은 다음 작품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분위기 환기를 예고했다.
"당장 '오징어 게임' 이후 제가 빌런을 주로 하는 연기자로 각인되고 오해 아닌 오해가 쌓인 것 같아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특히 해외에서 '오징어 게임'만을 보고 저를 알게 된 분들에게 크나큰 오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한동안은 빌런보다는 따뜻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많은 작품을 보내주시고 그 안에 살인자, 빌런, 사이코패스 역할도 있는데 한동안은 저의 이미지를 위해 못할 것 같아요."
조금은 인간미가 느껴지는 캐릭터를 추구하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이런 캐릭터를 연달아 맡으며 인간 임시완에게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저는 이게 독립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마귀'보다도 더 악의적이고 사이코패스 같은 역할을 맡았을 때 평상시의 정서가 영향을 받는 것 같더라고요. 어두운 작품을 하고 있는데 좋은 일이 있으면 연기적인 관점에서 죄스러움이 따라오더라고요. 지금은 '오징어 게임' 때부터 누적된 피로감이 있는 것 같아요. 영향을 받는다는 걸 인지하니까 따뜻한 캐릭터를 더 하고 싶어졌어요."

통상 인터뷰 말미에는 차기작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만, 임시완에게는 다음 앨범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으로 가수로 먼저 데뷔했던 임시완이 앨범 발매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을 하겠다 선택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해서 앨범을 통해 팬분들과 많은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가수를 포기했다고 생각하느 분들도 계셔서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어요. 시기는 유동적이지만, 올해 안에는 발매할 계획이에요. 미디엄 템포의 팝 장르가 수록된 미니 앨범으로 준비 중이에요."
임시완은 연기 활동 이후 처음으로 탈색에 나서며 가수 활동을 꽤나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음원뿐만 아니라 무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앞서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강한 임팩트를 남겼던 무대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탈색하기전에는 걱정도 하고 남사스럽기도 했어요. 젊은 배우긴 하지만 가수로서는 나이가 없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도 지인분들이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사실 백상 무대는 제 인생에서 가장 긴장되고 떨리는 무대였어요. 다시는 수상소감을 섣불리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했어요. 피치 못하게 준비가 되지 못했다면 SNS를 적극 활용할 거예요. 앨범 활동 관련해서는 따로 계약을 체결한 회사가 있는데,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음악 방송을 하면 시상식 이후로 또 한 번의 위기가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