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과 재출발을 통한 공감, 아이브 2집 'REVIVE ' [K-POP 리포트]

확장과 재출발을 통한 공감, 아이브 2집 'REVIVE ' [K-POP 리포트]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기자
2026.02.24 10:47
아이브는 4년 만의 2집 'REVIVE'를 통해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가미했다. 앨범 제목과 수록곡들을 통해 '나에서 우리로의 확장'과 '우리에서 나로의 확장'이라는 복합적인 전략을 보여준다. 특히 솔로 퍼포먼스를 통해 멤버들의 개성을 드러내며 공감의 확장을 시도했다.
사진제공=스타십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스타십엔터테인먼트 

현대 대중음악 아티스트에게 두 번째 앨범의 의미란 무엇일까. 이제 앨범은 과거에 비해 싱글, EP 등을 거쳐 간간이 치르는 신고식 같은 것이 된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집’이 갖는 상징성은 아티스트의 지난 분투를 반추하고 이룬 성장을 가늠하는 보편적 기준으로 여전히 작동한다. 때론 한 차례 정리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무엇을 위한 또 다른 출발이 될 가능성도 그 앨범은 품고 있다. 이건 사실상 2집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1집에서 내비친 음악 색과 방향성을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조금 틀어볼지를 아티스트가 결정하는 지점이 바로 두 번째 작품이기 때문이다. 잘 이어가거나 만족스러운 변신을 감행하면 인기는 지속될 것이고, 반대 경우라면 당사자는 처음 것만 못한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이른바 ‘소포모어 징크스’란 늪에 빠질 확률이 높다. 2집은 사실상 아티스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REVIVE (리바이브 플러스)’는 아이브 2집의 제목이다. 데뷔부터 치면 4년 여만, 1집 이후론 3년 만의 정규 인사다. 기존 색의 유지와 다른 색의 탐구를 놓고 이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회복과 부활을 뜻하는 ‘REVIVE’에 ‘ ’를 더한 걸 보면 뭔가 복합적인 전략이 추측되는데, 작품에 대한 기획사의 설명을 보면 추측은 대략 사실로서 드러난다. 그들의 말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나’에서 ‘우리’로의 확장.

전작 ‘IVE EMPATHY(아이브 엠퍼시)’에서 제시한 ‘공감’의 확장 또는 연결.

선공개 곡 ‘BANG BANG(뱅뱅)’의 에너지와 타이틀 곡 ‘BLACKHOLE(블랙홀)’의 밀도감을 통한 재점화.

이미지 굳히기 보단 시도와 가능성을 탐색.

지금 자리에서 멈추진 않겠지만 딱히 거창한 변화를 노리지도 않음.

사진제공=스타십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스타십엔터테인먼트 

거창하지 않을 뿐이지, 설명의 맥락은 결국 변화와 확장을 두 번째 앨범의 심장으로 가져 가리란 얘기다. 달리 말하면 ‘거창하지 않은 변화’가 아이브의 2집이 지향하는 변화의 실체에 가까워 보인다. 마이너 코드와 모던한 정서의 충돌로 밀어 올리는 트렌디 감각(예컨대 ‘LOVE DIVE’ 같은) 등 자신들의 지난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무언가 거듭난 느낌을 대중에게 주고 싶다는 바람이 저 앨범 제목에선 들리는 것이다. 예측은 타이틀 곡이자 첫 곡인 ‘BLACKHOLE’에서부터 적중한다. 이 곡에선 분명 ‘Eleven(일레븐)’과 ‘Rebel Heart’(레벨 하트), ‘I AM’(아이 엠)이 들린다. 혹자가 지적했듯 에스파의 DNA가 아른거리는 선공개 곡 ‘BANG BANG’은 무뚝뚝한 ‘Baddie(배디)'와 세련된 ‘Kitsch(키치)’의 반전을 20세기 마카로니 웨스턴에 섞은 느낌이며, ‘Attitude(애티튜드)’의 느긋한 버전으로 들리는 ‘Hush(허시)’에선 ‘해야 (HEYA)’와 ‘Blue Blood(블루 블러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이런 얘기다. 아이브는 이번 2집으로 그룹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가져가면서 살짝 낯선 맛을 가미해 보겠다는 의향을 매 곡마다 내비친다. “랩 플로우조차 거의 같은 또 다른 ‘I AM’”으로 평가된 ‘Fireworks(파이어웍스)’가 전자를 대표할 트랙이라면, 바로 이전 곡 ‘악성코드 (Stuck In Your Head)’는 후자에 어울릴 예시다. ‘I AM’과 비슷한 셔플 리듬이 작렬한다 해서 ‘Fireworks’가 자칫 개성 없는 곡으로 여겨질 것 같아 덧붙이는데, 이어지는 ‘HOT COFFEE(핫 커피)’와 함께 저 트랙은 완성도 면에서 앨범을 대표하는 트랙이므로 반드시 귀 기울여 볼 만하다.

사진제공=스타십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스타십엔터테인먼트

여기까지 쓰고 나니 벌써 7번 트랙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벤트로, 이곳부터 여섯 곡은 멤버들의 솔로 퍼포먼스다. 근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앨범 안에서 선보이는 멤버들의 솔로 음악’을 아이브도 택했다. 기획사 측의 작품 설명을 역으로 인용하자면 “우리에서 나로의 확장”인 셈이다. 중요한 건 이 곡들의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 어둡게 들뜬 장원영의 ‘8’이 문을 여는 이 각자의 세계는 가을의 ‘Odd(오드)’에서 이른 정점을 찍고 꿀럭거리는 베이스 라인이 감싼 이서의 ‘Super ICY’(슈퍼 아이시)로 매력적인 저공비행을 이어간다. 어떤 팬들은 리즈의 ‘Unrea(언리얼)l’부터 눈에 띄게 분위기가 가라앉는다는 의견을 내던데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리즈의 노래는 쉽고 친근하고 복고적인 아이브 음악의 연장으로서 반갑기 때문이다. 반면, 레이의 드럼 앤 베이스 곡 ‘In Your Heart(인 유어 하트)’는 그와는 이질적이어서 재밌다. 다만 앨범의 문을 닫는 안유진의 트랩 팝 넘버 ‘Force(포스)’가 살짝 뒷심 부족을 드러내는 측면은 “후반부의 부진”을 얘기한 앞선 팬들의 의견에 부분적으로 동의하게도 만든다.

물론 그건 말 그대로 ‘부분’일 뿐, 앨범으로서 볼 때 아이브의 두 번째 풀렝스작은 제법 잘 지은 성이다. 답습이라는 안이함도 없고 리스크가 결부된 파격도 자제했다. 아이브 2집은 그래서 “누군가의 기적은 다른 사람에게는 환상”이라는 음악학자 니콜라스 쿡의 말을 이해하고 있다. 소통을 전제한 그 이해 끝에 맺힌 ‘공감의 확장과 연결’을 타고 이들은 그 유명한 소포모어 징크스도 아울러 떨쳐냈다.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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