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스’, PC주의 피로감 싹 지웠다! 픽사가 증명한 진짜 올바름

‘호퍼스’, PC주의 피로감 싹 지웠다! 픽사가 증명한 진짜 올바름

권구현(칼럼니스트) 기자
2026.03.04 09:20

전세계 전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재미와 감동 보장

픽사의 신작 호퍼스는 환경 보호를 둘러싼 메이블과 제리 시장의 갈등을 통해 소통과 공존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메이블은 자연 보호를 주장하지만 독단적인 태도를 보이며, 제리 시장은 공공의 이익을 내세우지만 동물의 안위를 외면한다. 조지 왕의 연못 법을 통해 동물들은 서로의 생존을 위한 상생의 합의에 도달한다. 호퍼스는 관객에게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 대신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옳은 것을 주장하는 건 꽤 수월하다. 품은 뜻이 정의로우니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모두의 상식이 같을 순 없다. 내 뜻이 옳다 해서 타인에게 무작정 강요할 수 없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뜻이 늘 정답은 아니며, 소수의 의견이 틀린 것도, 무시해도 되는 대상도 아니다.

여기에 현실적인 ‘어른들의 사정’이 끼어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플리스틱 제품이나 일회용품이 환경에 나쁘다는 걸 알지만 무조건 금지할 수는 없다. 생명의 소중함은 알면서도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며, 식재료를 유통하고 가공하여 소비한다. 청정한 대기 역시 인류에게 필수이지만, 지금 당장 모든 공장을 멈추고 자동차의 시동을 끌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호퍼스’의 ‘메이블’과 ‘제리 시장’도 각자 양보할 수 없는 가치로 충돌힌다. 메이블은 할머니와 추억이 담긴 연못을 지키려 한다. 개인적인 목적에서 출발하지만 동물들의 삶의 터전도 보전한다는 큰 의미도 품고 있다. 반면 제리 시장은 도시 발전과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도로를 건설하려 한다. 자신의 정치적 야욕도 섞여있지만, ‘공익 실현’이라는 뜻도 십분 이해 가능하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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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호퍼스’는 표면적인 ‘환경 보호’를 외치는 대신, 소통과 교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여쁜 동물과 아름다운 자연을 앞세웠지만 속내는 메이블이 비버 로봇에 들어가 동물과 교류하는 경험, 그로 인한 성장을 그리고 있다. 나아가 올바른 소통 방식은 무엇인지,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면 상대의 사정을 헤아리고, 사회의 법칙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공존의 방식이다.

분명 메이블은 대화 방식은 어설펐다. 초등학생 시절 떼를 쓰던 버릇이 대학생이 돼서도 이어졌다. 자연보호는 분명 좋은 일인데, 그의 태도는 안하무인 ‘금쪽이’와 다를 바 없었다. 호핑 기술을 통해 비버 로봇에 들어가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동물 사회의 룰을 이해하기보다 자신의 뜻을 밀어붙였다. 공공의 이익을 명분 삼아 동물의 안위를 외면한 제리 시장의 폭력성과 본질적으로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허나 그런 메이블 앞에 포유류의 수장 ‘조지 왕’이 나타난다. 그는 ‘연못 법’을 통해 동물들을 하나로 모았다. 생물에게 생존은 절대적인 본능이지만, 조지 왕 치하의 동물들은 포식자의 존재에 초연하다. 태고부터 내려온 생명의 법칙을 기꺼이 수용하며 서로가 살기 위한 상생의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적자생존이 잔인해 보인다는 건 그저 인간의 시선일 뿐, 한쪽의 잣대만으로 올바름을 재단하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지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는 근래 디즈니가 걸어온 행보와 결을 달리하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최근 디즈니 작품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지나치게 강요해 잦은 논란을 빚었다. 콘텐츠에 창작자의 메시지가 담기는 건 당연하지만, 관객에게도 각자의 입장과 상식이 있다. 제아무리 옳은 메시지라도 강제적인 주입엔 거부감이 앞설 따름이다. 하지만 ‘호퍼스’는 섣불리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자연과 동물 보호에 다양한 입장을 펼쳐놓고, 관객 스스로 느끼고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짚었지만 ‘호퍼스’는 결국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엔터테인먼트 애니매이션이다. 특히 픽사의 기술력은 명불허전이다. 과거 ‘토이 스토리’ 같은 시각의 혁신을 기대할 시기는 아니지만 픽사의 CG엔 특유의 감성이 짙게 녹아있다. 웅장한 자연보다는 포근함을, 디테일한, 동물의 묘사보다는 무해하고 귀여운 정서를 전달한다. 힐링과 웃음을 차고 넘치니 가족, 연인, 친구 누구와 함께 봐도 좋을 작품이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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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게 대하라, 먹어야 할 땐 먹는다, 우리는 함께다”

참으로 단순하지만, 서로를 마주하는 진리를 담은 ‘연못 법’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경청보단 주장을, 대화보단 강요를, 포용보단 포식을, 협상보단 전쟁을 앞세우는 사회를 살고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도 좋지만, 이제는 ‘나만큼 다른 사람도 사랑하라’는 다음 단계로 한 걸음 나아갈 시점이다. 동물과 자신을 넘어 타인의 사정까지 헤아릴 수 있게 된 메이블처럼 우리 역시 개인의 행복을 지나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평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애니메이션 ‘호퍼스’는 오는 4일 개봉한다. 104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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