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시장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그룹 엔하이픈의 멤버 희승이 팀을 떠났다. 6년차에 접어든 최정상급 K팝 그룹 멤버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팬덤을 비롯해 K팝 시장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공교롭게도 지난 2010년 그룹 2PM을 떠났던 가수 박재범이 비슷한 시기에 당시 자신의 심경을 전하며 유명 그룹 멤버들의 그룹 탈퇴가 K팝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7인조로 출발한 그룹 엔하이픈이 6인 체제로 팀을 재편한다. 희승은 의아함을 드러내는 팬덤을 향해 "계속해서 엔하이픈을 누구보다 응원하는 한 사람이고 싶다. 그동안 작업한 결과물들을 회사와 공유하며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드리는 것이 좋을지 오랜 시간 많은 분들과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눴고, 저는 오랜 시간 고민해 온 끝에 회사가 제안해 주신 방향에 따라 엔진 여러분께 더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해 큰 결심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희승은 팀은 떠나지만 소속사 빌리프랩을 떠나진 않는다. 팀 활동에서 독립해 솔로 아티스트로 새로운 행보를 시작한다. 통상적으로 아티스트들이 소속사와 분쟁을 겪으며 그룹 및 소속사를 떠나는 것과는 다른 행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그룹 멤버들과의 관계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팀내 불화가 원인이 아닌가?"라는 몇몇 댓글이 눈에 띄는 이유다. 이 때문에 소속사는 이번 결정 전 희승이 다른 멤버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결과라며 "멤버 각자가 그리는 미래와 팀의 방향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희승이 추구하는 음악적 지향점이 뚜렷하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희승의 그룹 탈퇴는 기존 사례와는 다르다고 보는 의견이 강하다. 일단 엔하이픈을 둘러싼 그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부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내부적 판단에 의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다.
물론 그룹 탈퇴를 ‘긍정’과 ‘부정’이라는 이분법적인 판단으로 놓고 본다면 당연히 후자에 해당된다. 항상 그룹들이 ‘완전체’를 강조하기 때문에 원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팬덤 유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희승에 이탈에 대해 "도대체 ‘진짜’ 이유가 뭘까?"라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심지어 희승이 과거 라면 먹는 것을 두고 "‘한 입만’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뒤늦게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슬픔에 빠진 팬들은 "누가 희승이 라면 계속 뺏어 먹었어?"라고 장난 섞인 항의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만큼 멤버 이탈은 팬덤 입장에서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앞선 멤버 이탈 사례를 보자. 5인조 동방신기는 3명의 멤버가 소속사와 분쟁을 겪은 후 2인조로 재편됐다. 역시 5인조였던 빅뱅 역시 탑과 승리가 떠나고 3명만 남았다. 물론 두 그룹은 여전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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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군가 "5인조 시절보다 나은가?"라고 묻는다면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그룹이 결성되는 과정에는 수많은 셈법이 작용한다. 보컬, 댄스 등 기본적인 역량 뿐만 아니라 키를 비롯한 외모 등 모든 것이 평가 요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최고의 배합을 찾는다. A멤버가 갖지 못한 매력을 가진 B를 다른 멤버로 꾸리는 식이다. 이렇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강조하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그렇기 때문에 멤버 1명이 팀에서 이탈하면 그 피해는 1명의 공백 이상의 결과로 도출된다. 그를 좋아하는 팬덤 뿐만 아니라 ‘완전체’를 선호하는 팬덤 역시 마음이 식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시선을 알고 있는 희승은 "여러분의 걱정과 여러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여러분을 다시 만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보다 진심"이라고 팬덤을 다독였다.
박재범이 탈퇴하던 2PM 때를 돌아보자. 벌써 16년 전이다. 최근 유튜브 채널 ‘아이즈 매거진’에서는 박재범에게 "2010년도 팬미팅 때 어셔 곡을 커버했고, 2012년에도 어셔 곡을 커버했다. 그때 아이돌 활동을 하다가 미국에 갔고, 다시 활동을 하게 됐는데 (탈퇴 당시) 불안했을 것 같다"고 물었다. 이 때 박재범은 "불안하진 않았다.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2PM을 떠나는 상황에서도 불안한 마음 상태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자의든, 타의든 그룹을 떠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2PM을 위해서도 더 나은 판단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것은 박재범이 포함된 2PM을 지지하던 팬덤에 대한 사과였다.
그런 의미에서 희승의 탈퇴는 결국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진 것을 아니었기 때문에 그룹의 존립이나 향후 활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엔하이픈과 희승이 어떤 그림을 그려나가는 지는 많은 K팝 그룹들의 또 다른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