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2' 김하온 vs '쇼미더머니12' 김하온 [한수진의 VS]

'고등래퍼2' 김하온 vs '쇼미더머니12' 김하온 [한수진의 VS]

한수진 ize 기자
2026.03.24 09:02

"증오 빼던" 18세 소년의 평화, "힙합은 실력" 26세 청년의 포효
낯섦을 실력으로 설득해낸 궤적…허물 벗고 나아가는 다음 스텝

김하온은 2018년 Mnet '고등래퍼2'에서 명상을 읊조리던 18세 소년의 모습과 2023년 Mnet '쇼미더머니12'에서 거친 호흡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26세 청년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두 가지 얼굴을 보여주었다. '고등래퍼2'에서는 '무해한 여행자' 서사로 평화와 치유의 랩을 선보이며 서바이벌의 문법을 비틀었고, '쇼미더머니12'에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맹렬하게 부딪히며 '힙합은 실력'이라는 본질을 증명했다. 두 모습 모두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굳건한 자기 확신과 압도적인 재능, 치열한 노력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고등래퍼2' 김하온(왼쪽), '쇼미더머니12' 김하온 / 사진=Mnet
'고등래퍼2' 김하온(왼쪽), '쇼미더머니12' 김하온 / 사진=Mnet

대중문화에는 늘 비교가 따라붙는다. 같은 시간대에 공개되는 작품, 비슷한 위치에 놓인 배우와 가수, 한 장르 안에서 보여주는 다른 선택, 한 인물이 만들어낸 색다른 얼굴까지.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VS'를 떠올리며 보고 듣고 말한다. 이 코너는 이런 비교를 출발점 삼아 '차이'가 어떤 재미와 의미를 낳는지를 살핀다. 같은 판에 놓였지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각각의 방식과 매력을 면밀히 짚는다. <편집자 주>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필연적으로 참가자의 밑바닥을 들춘다. 살아남기 위해 날을 세우고, 상대를 깎아내리며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치열하고 거친 생태계 속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판을 쥐고 흔든 두 래퍼가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같은 이름과 자아를 지닌 한 사람이다.

2018년 Mnet '고등래퍼2'에서 노란 꿀벌 옷을 입고 명상을 읊조리던 18세의 소년, 그리고 시간이 흘러 Mnet '쇼미더머니12'에서 거친 호흡으로 무대를 씹어 삼키는 26세의 청년. 배우고 비워내며 세상을 관조하던 소년은 어느새 끓어오르는 열정을 숨기지 않고 발산하는 압도적인 포식자가 됐다. 하나의 이름표 아래 전혀 다른 에너지로 서바이벌을 집어 삼킨 김하온의 두 얼굴을 들여다본다.

'고등래퍼2' 김하온 / 사진=Mnet
'고등래퍼2' 김하온 / 사진=Mnet

'고등래퍼2' 18세 김하온, 세상을 관조하던 꿀벌 소년…'무해한 여행자'의 서사

"증오는 빼는 편이야 가사에서, 질리는 맛이기에"라는 인상적인 가사와 함께 '고등래퍼2'에 등장한 김하온은 서바이벌의 문법을 완전히 비틀어버린 이단아였다. 그는 힙합 서바이벌 특유의 공격성이나 과시 대신 '명상'이라는 키워드를 품고 나왔다. 과거 '고등래퍼1'과 '쇼미더머니6'에서 분노와 미움으로 가득 찬 가사를 뱉다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그는, 뼈저린 실패 이후 스스로를 타자화시켜 바라보는 법을 터득했다.

자신을 '여행자'라 칭한 이 소년의 가사는 한 편의 철학서와도 같았다. "생이란 이 얼마나 허무하고 아름다운가 / 왜 우린 우리 자체로 행복할 수 없는가 / 우리는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 중인가"('고등래퍼2' 싸이퍼 중)라고 존재의 근원을 묻는가 하면, "행복이란 무엇일까 / 그것은 어디에도 없으며 동시에 어디에나 있구나"('어린 왕자' 중)라며 삶의 진리를 통달한 듯한 해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 시기 김하온의 랩은 '비움'을 좇았다. 그는 추악한 현실이나 하찮은 대상 앞에서도 타산지석과 반면교사의 태도를 취하며 자신을 수양했다. 정규 교육 과정이라는 배움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스스로 인생의 지휘자가 되기를 택한 그의 태도는 "배우기보단 감독이 되고파"라는 펀치라인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타인과 경쟁하며 날을 세우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닦아내는 거울로 삼은 것이다.

이러한 그의 관념은 동갑내기 래퍼 이병재(빈첸)를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 우울과 상처로 점철된 이병재와 긍정과 평화를 좇는 김하온. 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대비는 '바코드'라는 명곡을 탄생시켰다. 이병재가 자신을 상품화하는 방송의 폭력성과 상처를 바코드의 검은 줄에 빗대어 비관할 때, 김하온은 그 평행선 같은 틈새를 긍정으로 메웠다.

"우리 사일 선으로 그으면 모양은 마름모"라는 가사는 김하온이 가진 서사의 정점이다. 영원히 마주칠 수 없을 것 같은 평행한 두 선(사람) 사이에 연결고리를 그어 불순물 하나 없는 순수한 결정체인 반짝이는 마름모를 만들어내는 것. 18세의 김하온은 그렇게 분노의 판 위에서 홀로 평화와 치유의 랩을 하며 시청자들을 무장해제 시켰다.

'쇼미더머니12' 김하온 / 사진=Mnet
'쇼미더머니12' 김하온 / 사진=Mnet

'쇼미더머니12' 26세 김하온, 거울 깨고 맹렬하게 부딪힌 자기 증명

시간이 흘러 '쇼미더머니12'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김하온은 과거의 꿀벌 소년이 아니었다. 피트니스로 단단하게 벌어진 어깨, 한층 거칠어진 톤, 그리고 피처링 없이 무대를 꽉 채우는 박력까지. 그는 세상을 관조하던 태도를 버리고 맹렬하게 부딪히고 쟁취하는 어른의 얼굴로 변모해 있었다. 모든 미션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허락하지 않은 '흥행불패의 아이콘' 그 자체였다.

그의 변화에 대중은 낯섦을 느끼기도 했다. 해탈한 듯 순수했던 소년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김하온은 변명하지 않는다. 1차 예선에서 그는 "텅 비어 있던 나를 깨끗하게 닦아 거울로 만들어봤더니 그 안에 담긴 것은 무엇? (중략) 비싼 게 아니야 행복이란 건 밤에 편히 쉴 수 있는 거"라고 뱉는다. 명상으로 마음을 비우던 과거를 지나 이제는 가족에게 집과 차를 쥐여주는 현실적 책임감과 성취가 곧 행복이라고 말한다. "필요해 보이던데 나란 놈이 이런 난세에"라는 자신감은 그가 겪어온 치열한 시간의 증명이다.

변화에 대한 그의 당당함은 본선 무대 '숨'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그들은 완벽을 보기 원하겠지만 그건 인간처럼 하루 만에 만들어지는 게 아냐 / (중략) 나도 알아 내가 변해버렸다는 건 / 내 폐도 말하잖아 이제 더 멀리 갈 수 있겠다고 / 일어나서 하는 일은 아주 약간의 cardio / 땀이 날 정도로 / 그 energy는 radioactive"

김하온은 자신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낸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격렬한 비트 위에서 호흡 자체를 랩의 도구로 삼아 저릿한 타격감을 선사한다. 명상이라는 과거의 정체성에 갇히기를 거부하며 쏟아지는 잡음들을 실력이라는 태풍으로 쓸어버린다. 같은 레이블 동료를 향해 사생활까지 끄집어내며 "힙합은 실력"이라고 거침없이 디스랩을 꽂아 넣는 모습은 그가 이제 무해한 소년이 아니라 피 튀기는 판 위에서 언제든 상대를 물어뜯을 준비가 된 맹수임을 보여준다.

김하온 / 사진=KC
김하온 / 사진=KC

허물을 벗은 소년, 결국 증명해 낸 '실력'이라는 본질

'고등래퍼2'의 김하온과 '쇼미더머니12'의 김하온은 언뜻 보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한쪽은 스스로를 텅 비워 세상을 품었고, 다른 한쪽은 터질 듯한 에너지와 우월감을 꽉 채워 상대를 압도한다.

하지만 두 모습 사이에는 묘한 관통선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시선이나 시스템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굳건한 '자기 확신'이다. 18세의 김하온은 증오가 판치는 서바이벌에서 끝끝내 평화라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고집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26세의 김하온 역시 과거의 향수를 요구하는 대중의 기대에 타협하지 않고 벌크업 된 몸과 랩으로 현재의 자신을 밀어붙여 무결점의 실력을 입증했다.

소년은 자란다. 그리고 성장이라는 궤적 위에서 형태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껍질을 깨고 나오는 과정은 때론 낯설고 이질적이지만, 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아티스트는 다음 스텝으로 나아간다. 유순함을 거둬내고 박력을 입은 김하온이 여전히 멋있는 이유는, 그 기저에 "힙합은 결국 실력"이라는 명제를 흔들림 없이 받쳐내는 압도적인 재능과 치열한 노력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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