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첫 YA 호러 '기리고'로 화려한 주연 데뷔
"나도 널 포기하지 않겠다"는 감독 말에 11kg 증량 투혼
"김고은 선배처럼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배우 되고파"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앱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10대들의 복합적인 감정을 결합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저주의 실체를 파헤치는 육상 유망주 세아 역의 배우 전소영이 있다. 첫 주연작이라는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연기를 보여준 그는 달리고, 부딪히고, 흔들리면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 세아의 얼굴을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공포의 한가운데서도 친구들을 포기하지 않는 세아의 집념은 곧 전소영이라는 신예 배우의 패기와도 닿아 있었다.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앱의 저주로 인해 죽음을 예고받은 고등학생들이 그 저주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YA 호러물이다. 성적, 사랑, 우정, 질투처럼 10대들이 품을 법한 감정을 스마트폰 앱과 오컬트적 저주라는 장르적 장치로 확장한 작품이다.
"일단 다 함께 정말 열심히 촬영해서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더 큰 반응을 해주셔서 영광스럽고 감사해요.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많은 분이 봐주셨다는 게 아직도 신기해요. 처음 캐스팅이 됐을 때는 걱정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반응이 더 감사하게 느껴져요."
전소영은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합류했고, 당시만 해도 자신에게 이렇게 큰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오디션을 보고 들어간 작품이다. 처음에 대본이 술술 읽혀서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막상 캐스팅되고 나니 걱정도 되고 고민이 많았다. 그때 읽은 책에서 '너 자신을 못 믿겠으면 널 믿는 사람을 믿고 나아가라'는 글귀를 봤다. 감독님도 제게 '나도 널 포기하지 않을 테니 너도 세아를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해주셔서 그 말에 힘을 얻고 나아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오디션 때는 감독님이 저의 밝은 부분을 칭찬해 주셔서 처음엔 밝은 캐릭터인 줄로만 알았어요. 제가 참여자 중에 가장 밝았대요(웃음). 그리고 멘탈이 좀 강해 보여서 눈여겨봤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아무래도 주인공이다 보니 멘탈이 흔들리면 안 되는데, 너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더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실제로 촬영하면서 감독님 때문에 흔들린 적은 없어요(웃음). 다만 제가 무서운 걸 정말 못 보는데, 특수분장이 너무 무서워서 그때 살짝 흔들렸던 것 말고는 괜찮았습니다."

전소영이 연기한 세아는 국가대표 상비군 수준의 실력을 갖춘 서린고 육상부 유망주이자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뛰어드는 인물이다. 마른 체형이었던 그는 운동선수다운 몸집을 원했던 박윤서 감독의 요청에 따라 단기간에 11kg을 증량하는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힘들었던 건 선수처럼 감을 잡는 거였어요. 그런 게 조금 힘들었고, 감을 잡고 나서는 배우들과 같이 훈련을 많이 해서 재밌게 했어요. 체중 관련해서는 제가 10~11kg 정도 증량했어요. 워낙 마른 체형이었는데 감독님께서 운동선수처럼 보이길 바라셨거든요. 아무래도 두 달 동안 근육으로만 증량하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살도 같이 찌웠어요. 감독님께서 열심히 불러주셔서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격려해 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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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역시 전소영에게 큰 도전이었다. '기리고'는 주요 배경이 학교지만 저주의 세계로 들어서는 순간 몸의 한계를 시험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는 "산에서 목을 꺾는 신들은 효과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다 직접 연기했다. 몸을 특수하게 잘 써야 하다 보니 현대무용 선생님들이 붙어서 어디 근육을 움직이면 다치지 않게 쓸 수 있는지 훈련을 받았다. 가장 어려웠던 신은 나리(강미나)와의 액션신이었다. 서로 아끼는 사이다 보니까 감독님이 '너희가 서로 안 다치게 하려는 게 너무 보인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둘이 '한 번에 끝내자'고 말하고 정말 열정적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세아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먼저 던지는 인물이다. 전소영은 세아와 자신의 공통점으로 인간관계의 깊이를 꼽았다. 넓고 얕은 관계보다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고, 자신의 경계 안에 있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닮았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세아가 위험 속에서도 친구들을 포기하지 않는 선택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저랑 세아가 비슷하다고 느끼는 점은 인간관계의 깊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고 세아도 그렇고 인간관계가 얕고 넓은 것보다 깊고 좁은 걸 선호해요. 제 경계 안에 있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해줄 수 있겠다는 마음이 공통점이에요. 그래서 세아가 건우(백선호)를 위해 소원을 빈 거라고 생각해요. 내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 힘든 것보다 제가 힘든 게 낫다는 마음이 있어요."

실제의 전소영은 겁이 많은 편이지만, 극 중 겁 없는 주인공 세아를 표현하기 위해 호러물 정주행이라는 '극한 훈련'을 자처했다. 눈을 가리고 실눈을 뜨며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호흡과 제스처를 연구했다.
"원래 겁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 겁 없는 주인공이다 보니 각오를 단단히 했죠. 10대 호러물을 많이 찾아봤어요. 사람들이 겁먹었을 때 나오는 특유의 행동과 표정이 있는데, '저렇게 행동하면 사람들이 겁먹었다고 생각하겠구나' 하는 호흡과 제스처를 연구했죠. 원래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고, 한번 시작한 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 대담하게 임했던 것 같아요."
전소영이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하고 귀엽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고 군인이 되면 송중기 같은 인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엉뚱한 상상이, 어머니의 조언을 거쳐 배우라는 구체적인 꿈으로 바뀌었다. 10년의 기한을 두고 죽기 살기로 해보라던 아버지의 엄격한 조건은, 이제 딸의 성공을 보며 흘리는 감동의 눈물로 돌아왔다.
"TV를 보다가 '태양의 후예'를 보게 됐어요. 그걸 보고 군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군대에 가면 송중기 선배님 같은 인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엄마가 '차라리 배우를 하는 게 더 빠른 길이지 않을까?'라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대본집을 보면서 글과 연기의 매력에 빠졌어요. '마이 유스' 찍을 때 결국 송중기 선배님을 만나서 사진도 찍었어요."
첫 주연의 부담을 견디는 과정에는 같은 소속사 선배 김고은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전소영은 티빙 '유미의 세포들 시즌3'을 촬영하며 김고은에게 장르물과 주연의 책임에 대해 물었다. 김고은은 캐릭터가 아는 모든 것을 해보라고 조언했고, 전소영은 그 말을 붙잡고 세아의 세계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가 꿈꾸는 롤모델도 김고은이다.
"김고은 선배님께 '파묘' 같은 오컬트에서 어떻게 그렇게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선배님이 생각하지 말고 캐릭터가 아는 모든 것을 하라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모르겠으면 일단 캐릭터가 하는 모든 것을 다 해보라고요. 첫 주연에 대한 부담도 있었는데 주연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잘 이야기해 주셔서 덕분에 촬영을 잘할 수 있었어요. 김고은 선배님처럼 장르를 바꿔도 다 잘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는 사극도 해보고 싶고, 완벽한 청춘물이나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