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변주가 만든 서늘한 긴장감

선과 악, 다정함과 잔혹함. 배우 이희준이 '허수아비'에서 이 극단의 경계를 서늘하고도 우아하게 넘나들고 있다. 검사 차시영 역을 맡은 그는 도무지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다층적인 얼굴로 극의 판도를 쥐락펴락하며 시청자들을 기분 좋은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번 주 방송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연출 박준우, 극본 이지현) 5, 6회에서 차시영(이희준)의 변주가 더 격동적으로 펼쳐졌다.
시영은 유력 용의자로 떠오른 기범(송건희)을 두고 거슬리는 변수들을 쳐내며 기자회견 전 사건을 서둘러 종결지으려 했다. 기범의 알리바이를 쥐고 시간을 벌어보려는 태주(박해수)의 간절한 브레이크에도 시영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그 압박을 여유롭게 맞받아치며 태주와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시영이 직접 기범을 취조하며 서서히 몰아붙이는 장면은 숨 막히는 압박감과 서늘한 긴장감을 동시에 자아냈다.
태주와의 아슬아슬한 관계성은 여전히 예측 불가한 긴장 위에 놓여 있다. 철저히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견제의 끈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이 치열한 심리전은 이희준의 능수능란한 완급 조절을 통해 극강의 텐션으로 완성됐다.

그 완급 조절의 핵심에는 감정의 온도를 순간마다 달리하는 이희준의 섬세한 변주가 있다. 그는 차시영을 평면적인 악역의 공식 안에 가두지 않는다. 사람 좋은 듯 다정하게 휘어지는 미소 이면에는 언제든 상대를 베어버릴 듯한 초조함과 잔혹성이 도사리고 있다. 상대를 압박할 때는 언성을 높이는 대신 공기를 짓누르는 낮고 단단한 음성과 서늘한 눈빛으로 공간을 지배한다. 반대로 다정한 순간에는 표정의 힘을 완전히 풀고 무방비한 얼굴을 보여주며 허를 찌른다.
이희준은 인물의 깊은 곳에 똬리를 튼 인정 욕구와 열등감을 지독하리만치 섬세하게 끄집어낸다. 크게 요동치지 않는 얼굴 위로 미세한 반응의 결들을 겹겹이 쌓아 올리며 차시영이라는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완벽하게 조율해 낸다.
탄탄한 내공과 섬세한 변주로 매 장면마다 소름 돋는 잔상을 남기는 이희준. 차시영의 진짜 밑바닥에는 어떤 얼굴이 숨겨져 있을지, 이희준이 펼쳐낼 다음 장이 몹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