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 익숙한 재료, 새로운 맛 [예능 뜯어보기]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 익숙한 재료, 새로운 맛 [예능 뜯어보기]

이덕행 ize 기자
2026.06.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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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레스토랑 파이터는 20명의 요식업자들이 손님의 선택만으로 생존과 탈락을 결정하는 장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기존 요리 서바이벌과 달리 음식을 예술이 아닌 기술과 경영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매출 달성과 같은 현실적인 미션을 수행했다. 시청자들은 전문적인 비평 대신 소비자의 지갑 사정과 입맛이라는 현실적인 기준을 통해 프로그램과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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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라는 소재는 이제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이 가장 사랑하는 치트키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필두로, 화려하게 부활한 원조 요리 쿡방 ‘냉장고를 부탁해’, 스타 셰프들의 혹독한 위장 취업기를 다룬 ‘언더커버 셰프’까지 다양한 변주를 거친 요리 예능들이 연이어 시청자를 찾고 있으며 시청자 반응 역시 뜨겁다. 요리 예능의 포화라고 볼 수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재료는 익숙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새로운 맛과 향을 풍기는 신개념 서바이벌, 바로 ‘스트리트 레스토랑 파이터’(이하 ‘스레파’)다.

‘스레파’는 화려하고 안락한 주방을 벗어나 거친 길거리로 소환된 20명의 내로라하는 요식업자들이 오직 ‘손님의 선택’만으로 생존과 탈락을 주고받는 장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의 면면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진다. 이연복, 에드워드 권, 정호영 등 미디어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스타 셰프들은 물론이고, 양지삼, 곽동훈, 김훈 등 골목상권과 파인 다이닝을 넘나들며 업계에서 이미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진짜 장사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화려한 라인업이 선보이는 요리 대결이라는 점만으로도 화제성은 충분해 보였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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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파’가 기존 요리 서바이벌과 궤를 달리하는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평가 방식’에 있다. 그동안의 음식 서바이벌에서 절대적인 평가 요인은 언제나 ‘맛’의 깊이였다. 그것이 비록 대중적인 분식이나 길거리 음식일지라도, 음식을 하나의 예술적 작품으로 바라보고 심사위원의 미각을 만족시키는 경향이 짙었다. 반면 ‘스레파’는 음식을 예술이 아닌 ‘기술’과 ‘경영’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접근한다. 단순히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만드느냐를 넘어, ‘어떻게 만들어서, 얼마에, 어떻게 파느냐’까지의 전 과정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다.

이러한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준 첫 번째 미션이 바로 세종시 정부청사 공무원들을 타깃으로 한 ‘100만 원 매출 달성’이었다. 점심시간이라는 극도로 제한된 시간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이 미션은 현실 자영업의 축소판이다. 깊은 조예를 바탕으로 음식의 미학적 완성도에 우선순위를 두는 소수의 전문가 심사위원 대신 맛과 가격, 그리고 대기 시간까지 꼼꼼하게 따지는 까다로운 대중들에게 심사를 맡긴 포맷은 신선했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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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대목은 각자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베테랑들이 동일한 상권을 바라보면서도 전혀 다른 해석과 전략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개인 메뉴에 집중한 양지삼과 2~3인 쉐어 메뉴를 만든 조서형, 비슷한 상권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를 내놓은 김훈과 SNS에서 유행하지만 흔히 접하기 어려운 메뉴를 선택한 곽동훈 등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격돌하고, 대중의 선택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과정은 장사 예능 특유의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얼핏 ‘흑백요리사’ 시즌1에서 선보였던 레스토랑 미션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스레파’는 그보다 훨씬 더 집요하고 하이퍼 리얼리즘에 가깝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메뉴의 조화만을 고민하지 않는다. 주어진 상권의 유동 인구, 원가(코스트) 계산, 테이블 회전율, 심지어 매장의 입점 위치에 따른 동선까지 고려해 가게를 구성해야 한다.

기존 요리 프로그램들이 가진 고질적인 한계는 시청자가 화면 속 음식을 실제로 맛보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권위 있는 심사위원들의 화려한 수식어와 심사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생소한 재료나 요리가 나왔을 때 '그들만의 기르'를 보는 듯한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는 점이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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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레파’에는 그런 거창하고 전문적인 비평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소비자의 지갑 사정과 입맛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기준이 그 자리를 채운다. 덕분에 기존 프로그램의 화려한 요리들에서 거리감을 느꼈던 시청자들도 ‘스레파’를 보면서는 ‘나라면 저 가격에 저 음식을 사 먹었을까?’, ‘내가 저 상권의 소비자라면 어디로 갈까?’를 끊임없이 자문하게 된다. 시청자와 프로그램 사이에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이유다.

여기에 아직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향후 도입될 것으로 예고된 ‘별점 시스템’ 역시 커다란 관전 포인트다. 현대 요식업에서 배달 앱이나 포털 사이트의 별점은 자영업자의 생계를 흔들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내놓는 1차원적 행위를 넘어, 고객의 냉정한 평가를 수용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과정까지 담아낸다면 ‘스레파’는 ‘요식업 경영 다큐멘터리’의 깊이까지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재료를 쥐여주더라도 누가, 어떤 조리법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탄생하는 것이 요리의 진정한 매력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방송 프로그램 역시 요리와 닮아있다. ‘요리’라는 다소 흔해진 재료를 가지고 ‘장사와 경영’이라는 신선한 양념을 쳐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스레파’. 서바이벌의 라운드를 거듭하며 시청자들에게 또 어떤 매콤하고 쌉싸름한 장사의 맛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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