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궁’, 기시감-반전 남발로 무너진 ‘조선판 콘스탄틴’

'동궁’, 기시감-반전 남발로 무너진 ‘조선판 콘스탄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7.19 15:4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恨으로 쌓아올린 구중궁궐...장영남이 제일 무서워~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은 조선의 궁궐을 배경으로 왕실의 저주와 인간의 욕망을 다룬 오컬트 호러 작품이다. 귀신을 보는 구천과 옹주 생강이 저주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으나, 기존 작품들과의 유사성 및 서사적 개연성 부족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조승우와 장영남 등 조연들의 묵직한 연기가 극의 중심을 잡는 가운데 남주혁과 노윤서의 새로운 도전이 돋보였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500년을 이어온 조선의 종묘사직, 그 세월동안 궁궐에서 죽어간 이들의 켜켜이 내려앉은 한과 업. 조선판 오컬트 호러를 표방한 넷플릭스의 야심작 ‘동궁’은 구중궁궐 속 음험한 비밀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제목인 '동궁'은 본래 왕세자가 거처하는 궁궐이자 동쪽의 궁, 그리고 세자 책봉 전 왕자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여러 중의적 상징을 품은 ‘동궁’은 이번 작품에서 왕실의 권력과 저주,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뒤엉킨 비극의 공간을 상징하는 의미로 확장된다. 동시에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허물어진 공간이자, 왕가의 숨겨진 죄와 원한이 응축된 장소를 의미하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꼽혀온 ‘동궁’은 오컬트와 사극, 다크 판타지 액션을 결합한 독특한 장르, '불가살'과 '손님' 제작진, 과거 논란과 군 전역 후 남주혁의 첫 복귀작, 첫 사극에 도전한 노윤서 등으로 화제를 모아왔다.

세자(곽동연)이 급사하자 왕(조승우)은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구천(남주혁)을 궁으로 데려온다. 원치 않는 귀신 사냥을 해야 하는 구천은 살아서 궁을 나가기 위해 오래된 왕실의 저주를 파헤치게 된다. 왕은 귀신의 소리를 듣는 옹주 생강(노윤서)을 궁녀로 위장시켜 구천을 감시하게 한다. 궁궐을 뒤덮은 음기와 온갖 원한을 가진 귀신들, 인간의 어두운 마음을 노리는 귀매가 득실대는 이 곳에서 구천과 생강은 귀계를 넘나들며 저주의 근원을 찾아 없애야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우아하고 고즈넉한 현실의 궁궐과 그 이면의 귀계가 같은 공간에 공존한다는 설정은 상당히 흥미롭다. 계절과 색감만 달라질 뿐 같은 공간이 산 자와 죽은 자의 세계로 나뉜다는 연출은 기존 한국 오컬트 작품에서도 쉽게 볼 수 없던 발상이다. 차가운 현실과 붉게 물든 귀계를 대비시키는 미장센은 음산하면서도 아름답고, 궁궐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낯선 공포의 무대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설정과 공들인 영상에도 불구하고 독창성에서의 아쉬움은 남는다. 귀계의 색감과 전체적인 디자인은 전세계적 흥행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뒤집힌 세계’를 상당 부분 닮아있다. 또한 극중 무당의 몸주신인 할아버지 귀신은 일본 드라마 ‘간니발’의 식인 거인과 유사하고, 귀계의 등장 귀신들은 ‘경성크리처’, ‘사일런트 힐’, ‘악귀’ 등 기존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화려한 외형과 독창적인 소재를 품었음에도 그에 걸맞는 새로운 크리처와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기존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잦은 기시감과 함께 서사적 완성도와 개연성 역시 헐겁다. 선조왕 대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네명의 왕자들, 유일하게 살아남은 현재의 왕에게 이제서야 의심을 품는다거나, 연못 귀신의 정체를 왕이 끝까지 함구하는 이유, 왕자들의 잇따른 죽음에도 사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 여러 허술한 구멍이 완성도를 저해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인물들의 행동이 감정보다는 극적인 전개를 위해 움직이고, 설명되지 않은 설정들이 계속 추가되면서 세계관의 설득력이 흔들린다. 반전 역시 초반에는 예상 밖의 전개가 긴장감을 높이지만,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비밀과 배후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오히려 피로감을 안긴다. 반전을 위한 반전이 이어지면서 충격은 점차 무뎌지고, 이야기의 중심축마저 흐려진다. 여기에 비슷한 구조의 귀계 이동과 결투, 귀신 퇴치, 구천이 반복적으로 능력을 잃거나 신체가 훼손되는 전개, 추적 장면이 반복되면서 8부작 분량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주연배우들의 겉도는 연기도 의아한 부분이다. 조승우, 장영남 등이 정통 사극의 묵직한 연기를 하는것과 달리 남주혁과 노윤서는 다른 장르인가 싶을 정도로 트렌디한 사극 톤의 대사, 한결같은 표정 연기가 몰입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첫 사극에 도전한 노윤서의 말갛고 당찬 분위기는 생강 캐릭터를 잘 살리고, 남주혁은 조금 더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

조연 배우들의 존재감은 기대 이상이다. 조승우는 왕이라는 절대 권력자의 무게와 죄책감을 묵직하게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잡고, 장영남과 박수연, 태인호, 곽동연 등은 저마다의 욕망과 상처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궁중 암투와 왕실의 비극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며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이들의 연기는 궁중 사극 장르로 따로 떼어봐도 좋을 정도로 몰입하게 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동궁'의 또 다른 신스틸러는 귀매 '꺼먹살이'다. 인간의 양기를 먹고사는 괴기한 존재지만, 귀여운 모습과 위기의 순간 발휘하는 능력은 무거운 분위기에 뜻밖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때로는 섬뜩한 귀물로, 때로는 마스코트 같은 친근함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소 어색하고 이질감 있는 캐릭터임에도 다음 등장이 기대되는 시선강탈자다.

여러 인기 작품들의 이미지를 조합한 듯한 ’동궁’은 거대 제작비를 투입한 물량 공세 덕에 적절한 오락물로서의 매력을 지녔다.‘킹덤’의 서사와 완성도에는 미치지 못하고 기시감이 드는 비주얼 역시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남주혁의 발전형 연기와 노윤서와의 남녀 콤비플레이, 한국형 오컬트 판타지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 전통 설화와 궁중 미스터리, 오컬트 호러를 결합한 세계관,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 역시 확장 가능성을 남긴다.

정명화(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