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표를 내겠다는 노래가 출근길을 붙잡았다. 아이들 전소연의 솔로곡 '퇴사할게여'가 그 주인공이다. 직장인의 속마음을 옮긴 가사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가 많은 이들의 출퇴근길 플레이리스트를 책임지고 있다.
'퇴사할게여'는 전소연이 지난 7일 발매한 솔로 정규 1집 '끝내주는 인생'의 타이틀곡이다. 발매 5일째인 11일 멜론 일간 차트 80위권에 진입한 뒤 꾸준히 순위를 높여 19일 정상에 올랐고 수일째 1위를 지키고 있다.
'TOMBOY'(톰보이), 'Nxde'(누드), '퀸카' 등 아이들의 히트곡을 만든 전소연에게는 반가운 반등이다. 최근 아이들의 음원 성적이 예전만큼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소연도 MBC '라디오스타'에서 앨범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멤버들에게 미안했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그런 부담 속에서 전소연은 화려하지 않지만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노래로 입지를 되찾는 계기를 마련했다.
'퇴사할게여'는 곡 공개 초반에 익스의 '잘 부탁드립니다' 표절 의혹도 받았다. 이후 전소연은 익스 측에 사전 허락을 받고 곡을 오마주했다고 설명했고, 곡 발매 전 익스 보컬 이상미와 함께 촬영한 가창 챌린지를 공개하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오마주한 만큼 두 곡은 말을 건네듯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닮았다. 익스가 "안녕하세요"로 말을 걸면 전소연은 "퇴사할게요"로 용건을 꺼낸다. 짧은 존댓말과 익숙한 어휘만으로 상황을 전달한다. 익스의 노래를 아는 사람에게는 친숙하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어렵지 않은 화법이다.
그 안에 담긴 사정은 달라졌다. 익스는 "한 번의 실수쯤은 눈감아 줄 수는 없나요"라며 서툰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한다. 전소연은 "원래 이렇게 열심히 살 생각 없었거든요"라고 너스레를 떨다가 "수백 번을 참았거든요"라며 쌓인 피로를 드러낸다. 열심히 버텼지만 이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가벼운 말투에 담았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구성은 이런 이야기를 퍼뜨리는 데 유리하다. 반복되는 '-거든요'가 말맛을 살리고, '라라라' 후렴은 가사를 외우는 부담을 덜어준다. 첫 소절만 불러도 뜻이 통하니 짧은 영상에 활용하기도 쉽다. 소속사에 따르면 20일 기준 이 곡을 사용한 인스타그램 릴스는 9,800개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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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접근은 전소연이 작사·작곡한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에서도 확인됐다. 2024년 아이들 정규 2집 수록곡으로 발표된 이 곡은 간결한 밴드 사운드를 앞세워 뒤늦게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퇴사할게여' 역시 밴드 사운드와 따라 부르기 쉬운 선율로 듣는 부담을 낮춘다는 점에서 결이 닿아 있다.

가사가 감정에 접근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는 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커피로 피로를 견디며 지하철을 타는 일상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익숙한 우리네 삶를 담아내니 뒤따르는 감정에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퇴사할게여'도 오래 참아온 피로에서 출발해 해방을 갈구하는 바람으로 나아간다. 두 곡 모두 청자가 쉽게 자기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들은 오랫동안 강렬한 사운드와 당당한 메시지, 화려한 퍼포먼스로 팀의 색을 세웠다. 그 색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일은 앞으로의 과제다.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와 '퇴사할게여'의 성과는 그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친근한 선율과 일상적인 가사 역시 이들의 음악을 찾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소연은 팀에서 확인한 가능성을 솔로곡으로 이어갔다. 꺼내기 어려운 속마음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만드는 감각이다. '퇴사할게여'의 흥행은 그 감각을 다시 확인한 성과이자, 아이들이 앞으로 음악적 선택지를 넓힐 근거가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