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이번 대책을 친서민정책이라고 믿고 있는 건가요?"
"전세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지는 있는 건가요?"
서울 강북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김모씨는 정부의 8.25 세제개편안 내용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세시장 안정대책이 나온지 하루만에 임대보증금에 대해 세금을 물리겠다는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셋값이 올라 집주인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 부담을 줄 경우 이는 결국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공산이 크다.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 가운데 전세금 과세와 월세 소득공제 방침에 대한 논란은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일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대보증금 과세 기준을 '3채 이상 다주택자 중 임대보증금 총액 3억원 이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세입자들은 세부담이 전가될지 모른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대개 다주택자들은 전세를 끼고 중소형 주택을 소유한 경우가 많다. 전세가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하는 집주인이 월세로 돌릴 가능성도 많다. 당장 전가하지 않더라도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 전세금을 높이려는 집주인도 나타날 수 있다.
또 연간소득 3000만원 미만 무주택자에게 월세 소득공제를 해 주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소득노출을 꺼려하는 다주택자의 경우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형평성 차원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주택수 만을 고려한 과세가 오히려 역차별이란 지적도 있다. 강남에 2채를 갖고 있는 집주인은 임대보증금이 3억원이 넘더라도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강북에 3채 이상 임대보증금 총액 3억원인 집주인은 내야하는 모순이 나올 수 있다.
제도 변경의 세부내용을 발표해 시장 혼선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전세시장안정 대책을 내놓은 국토해양부도 이같은 기획재정부의 정책안에 불만을 드러냈다. 전셋값 안정측면에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한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최소한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 부문만이라도 협의를 했어야 하는데 발표 내용을 보고 알게 됐다"며 씁쓸해 했다.
정부는 올들어 거듭 친서민 정책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전세시장 안정대책과 부동산 관련 세제개편안은 무늬만 요란하고 실질적인 서민·중산층 지원이 상당히 미흡하다. 정부가 세수확보를 위해 세금의 사각지대를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친서민적인 정책에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