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건설,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등 중견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發' 위기론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PF 대출만 은행권 15조원, 비은행권 10조원 등 25조원에 달하고 이중 절반이 넘는 13조8000억원이 6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건설사들의 위기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부실 부동산 PF 대출을 처리하기 '민간 배드뱅크(Bad Bank)'를 설립해 건설사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건설사들을 잇따라 법정관리로 보낸 '한국형 PF대출'이란 어떻게 생겨났을까?
2000년대 초·중반,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 현금을 확보했다고 소문난 시행사가 즐비한 때가 있었다. 이들이 큰돈을 만진 것은 부동산경기가 호황을 누리고 부지만 확보하면 무조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주던 금융기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0년대 초 부동산경기가 최고점일 당시 시행사들은 현금 없이도 토지소유주의 동의서만 확보하면 저축은행을 찾아가 토지계약금만큼 브릿지론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시행사는 이 브릿지론으로 땅주인들에게 계약금을 지급한 뒤 계약서에 사인을 받고 다시 이 계약서를 들고 건설사를 찾아갔다. 건설사들은 지급보증을 해주는 조건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수천억원대 PF대출을 받았다.
인·허가를 마치고 아파트를 분양한 후 계약금이 들어오면 브릿지론을 갚고 착공한 뒤 중도금과 잔금 등을 받아 수익을 나눴다. 시행사, 건설사, 금융기관 모두 수익을 골고루 나누는 가장 이상적인 한국형 PF대출 모델이 됐다.
용산역세권, 판교알파돔 등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모형 PF개발사업이 2000년대 중반에 집중적으로 추진되면서 비슷한 형태의 PF대출 구조가 나왔다.
당시 사업이 공모되면 건설사 주도로 사업계획서가 만들어지고 출자사를 모집한 뒤 자금조달 점수를 맞추기 위해 금융권에 손을 내밀었다. 건설사들은 수주가 급하다보니 지급보증은 물론 책임준공 등 온갖 리스크를 떠안겠다고 금융기관에 제안, PF대출 확약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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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PF대출 구조는 부동산경기가 좋았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경기가 침체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분양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브릿지론과 PF대출 이자가 급격히 불어났다. 결국 시행사와 건설사는 이자를 조달하기 위해 금융기관을 통해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분양사업은 시작도 못하고 ABS와 ABCP의 만기가 속속 돌아왔다.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만기연장을 금융권에 요청했으나 금융기관은 만기연장 조건으로 추가 담보와 금리인상 등을 요구했다. 공모형 PF개발사업은 조금 다른 양상으로 번졌다. PF대출 규모가 수조원대에 육박하다보니 건설사들의 지급보증액은 더 확대됐다.
금융위기가 발발하고 건설사들의 지급보증 여력이 급속히 위축되자 건설사들은 지급보증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용산역세권, 판교알파돔 등 주요 공모형 PF개발사업은 건설사들의 지급보증 거부로 땅값은 물론 초기 사업비를 조달하지 못해 장기 공전상태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별도의 자본없이 분양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 구조와 충분한 사업성 검토없이 건설사 지급보증만 믿고 대출을 해준 금융권 등 '한국형 PF대출'이 부메랑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