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무도 원치 않는 개발안

[기자수첩]아무도 원치 않는 개발안

김창익 기자
2011.06.30 07:47

"한강 공공성 회복한다며 우리 땅을 뺏어가는 겁니다. 왜 이런 식의 개발을 고집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여의도 전략정비구역 한 주민)

지난 1월 발표된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기본계획안에 대한 해당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이 '수정론'에서 '폐지론'으로 비화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만 이뤄지던 반대운동도 일부 단지에서 반대 현수막을 붙이는 등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는 처음엔 '40% 공공기여율(30% 부지 기부채납+10% 공공건축물) 축소' 정도에서 시작됐다. 부지의 30%를 내야 한다는 데 대한 정서적인 반감이 반대운동에 불을 지핀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공공기여율을 30% 안팎 수준으로 낮추는 수정안을 제시하며 서울시의 공람일정 추진을 막았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공기여율 축소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시와 주민간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공람일정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개발일정이 지연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주민들이 기본계획안에 대해 학습하면서 이 계획안의 허점을 알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지나친 상가비율 △재건축 후 다수가구 공급면적 축소 △오피스빌딩 등 전략시설 수익으로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 등이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며 급기야 전략정비구역 기본계획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기본계획안을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기본계획안이 확정·고시된 상황에서 주민들이 이를 반대하면 해당 11개 아파트단지의 재건축 등 개별적인 개발은 5년간 불가능해진다.

주민들은 서울시의 공람일정을 저지해 최종적으로 개발안이 확정·고시되지 않도록 할 방침인데, 이 또한 '시간끌기 싸움'이란 점에서 상당기간 개별적인 개발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다.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나온 설익은 기본계획 때문에 서울시나 주민들 모두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린 셈이다. 서울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든 서울시 자신은 물론 주민들의 상처는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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