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홈 얼론 시대의 행복

[기자수첩]홈 얼론 시대의 행복

김창익 기자
2011.10.25 06:17

#1.1981년. 당시 기자의 나이 10세. 아버지는 밥상 위에 국이 있어야 아침을 드시는 보수적인 가장이었고 어머니는 전업주부였다. 당시 우리 여섯 식구는 건평이 82㎡(약 25평) 정도 되는 구식 기와집에서 부대끼며 살았다.

#2. 2011년. 현재 기자의 나이 40세. 와이프에게 아침을 달라면 바로 '간이 부은 남자'가 돼버리는 시대다. 회식에 술자리에 평일엔 세 식구 얼굴 마주보며 밥 먹는 게 하늘의 별따기. 기자는 지금 전용면적 66㎡의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

집은 한 시대 삶의 양식을 담는 그릇이란 말이 있다. 한 시대의 집을 보면 동 시대 삶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이 시대를 사는 평균치의 40대 가장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 아버지 세대는 #1처럼, 우리 세대는 #2처럼 살고 있다.

기자의 집은 아버지의 집에서 마당이 빠지고 크기가 다소 줄었다. 그 안에서 부대끼는 식구의 수도 절반이 됐다. 12개들이 초코파이 한 상자를 놓고 하나라도 더 먹겠다고 싸우던 형제들의 모습이 지금은 없다. 분명 좀더 풍요로워졌다.

2010년 1~2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였고 2030년이면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미혼남녀와 이혼가구의 증가로 한 세대쯤 더 지나면 혼자 사는 가구가 두 집 걸러 한 집이 된다. 그야말로 '홈얼론'(Home Alone)의 시대다.

삶의 양식이 바뀌니 집이 그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건수가 4만건을 넘었고 중소형이 아니면 아파트 분양이 안되는 시대다. 중대형이 더 큰 폭의 웃돈이 붙었던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삶의 방식과 집의 양식이 바뀌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30년 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3499달러로, 지금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당시 아버지 혼자 벌어 여섯 식구가 살았고 지금 기자는 와이프와 둘이 벌어 딸 하나를 기르고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4배 여유롭게 살아야 하는 데 삶은 오히려 더 퍽퍽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급 베이커리에서 사온 초코케이크가 어린 시절 형제들과 싸우며 한 입 베어 물던 초코파이보다 맛이 없다. 홈얼론 시대, 행복은 과연 어떤 순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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