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 확대, 마냥 반길 수 만은 없는 이유

전세자금대출 확대, 마냥 반길 수 만은 없는 이유

최윤아 기자
2012.02.28 08:15

[부동산x-file]중개인들, "대출확대된 만큼 전셋값 올랐다"

"정부야 좋은 의도였겠지만 솔직히 가끔은 이런 걸 왜 만들었나 싶기도 해요."

지난 2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중개업소에서 만난 A씨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세난을 해결한다며 지난해 2월 국토해양부가 내놓았던 전세자금대출규모 확대가 오히려 전셋값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A씨는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늘어난 지난해 2월 이후부터 전셋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면서 "좋은 의도로 시작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전셋값을 띄우는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치솟는 전세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을 위해 고안된 '전세자금대출'이 현장에서는 전셋값 올리는 애물단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지난해 2월 가구당 6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3자녀 이상 가구는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 뒤로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더 마음 놓고 높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판교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예전에는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세입자의 볼멘소리가 통했지만 이제는 최대 1억원까지 전세자금대출이 된다는 것을 (집주인이)알고 있어 최대한도까지 올려 받아달라고 한다"면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이 나온 뒤 5500만원이던 전세보증금을 (대출 한도인)7000만원으로 받는 주인이 많아진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전세자금이 부족한 경우 다른 전셋집으로 떠나는 세입자들이 많았던 반면,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확대된 뒤로는 대출을 끼고 재계약하는 세입자가 늘었다는 점도 지역 전셋값을 올리는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소재 C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실 월급쟁이가 2년 만에 5000만원 모으기도 쉽지 않은데 집주인이 7000만∼8000만원을 올려도 대출이 되니 그냥 재계약을 한다"면서 "그 금액이 이 일대 전세시장의 기준이 돼버려 새로 이사오는 세입자의 전세보증금까지 덩달아 높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됐던 부작용이라고 설명한다. 변창흠 세종대학교 교수는 "대출금리 인하, 대출규모 확대는 사실상 임대인을 위한 정책이지 임차인을 위한 정책은 아니었다"며 "영국·독일·프랑스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정임대료제'등의 도입, 전월세 상한제 등 임차인의 권리를 상향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전세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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