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대출기관 '국민주택기금→은행'
- 年 550억 소모 우려…재원 안정성 '위협'
- LTV에 DTI 규제까지 대출금도 줄 수 있어

정부가 내년부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의 대출기관을 국민주택기금이 아닌 시중은행으로 변경하면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우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자는 그전까지 적용받지 않던 DTI(총부채상환비율) 제한을 받게 된다. 서민의 주거안정 목적이란 국민주택기금의 설립 취지를 고려해 기금에서의 대출은 DTI 적용을 배제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은행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을 직접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처럼 DTI와 LTV 기준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자는 소득이 낮은 젊은층이란 점을 감안하면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1년 소득의 40%(서울 기준) 이내로 제한되는 DTI를 적용할 경우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 여기에 집값의 70%까지 대출해주던 LTV도 60%(수도권)로 낮아져 대출 가능금액이 그만큼 줄어든다.
정부가 이같은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재정부담 때문이다. 정부는 수입과 지출이 같은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지출에 해당하는 국민주택기금의 직접 대출을 은행으로 돌린 것이다.
국민주택기금이 아닌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주면 지출 항목에 잡히지 않아 균형재정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대신 정부는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금리(연 3.8%) 수준으로 내리면 그 차이만큼만 보전해줘야 한다.
정부는 국민주택기금의 공공분양 건설자금 3조원과 중소기업진흥기금 3000억원, 에너지특별회계 2000억원도 이같은 '이차보전'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경우 내년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은 5.3%에 그치지만 은행을 통해 지원된 금액을 반영한 실제 총지출 증가율은 7.3% 수준이다. 지출을 줄이면서 지원효과를 늘린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금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주택기금이 직접 자금을 빌려주면 만기시 회수할 수 있는 일종의 전세금이지만 은행에 이차보전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은 월세와 같은 개념으로 소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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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기금과 은행의 대출금리 차이를 1%포인트라고 잡으면 이차보전 비용은 내년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예상액 2조5000억원을 기준으로 250억원이다. 공공분양 건설 지원자금 3조원도 이차보전으로 전환되면 3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매년 이차보전으로만 550억원이 국민주택기금에서 빠져나가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이차보전을 확대하거나 지속할 경우 국민주택기금의 재원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 입장에선 이차보전 방식으로 바뀌어도 기준이 이전과 달라질 게 없어야 함에도 DTI 적용이나 LTV 강화와 같은 규제가 생긴 점은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차보전 방식은 한정된 국민주택기금 재원을 늘려 지원대상을 넓힐 수 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일 수 있다"며 "다만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자의 소득이 낮아 DTI 제한을 받으면 외국처럼 정부가 초과 부분에 대해선 보증을 서주는 모기지보험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