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맞춤형 주거복지 시대 연다']<8-1>목동·잠실·안산 반대 심한 시범지구

"원래 행복주택은 직주근접(職住近接)을 위해 철도 부지에 짓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갑자기 유수지에 지어서 이런 분란을 일으키는지 모르겠어요. 20만가구라는 당초 목표에 매몰된 나머지 정부가 무리수를 두는 것 같아요."(서울 양천구 목동 주민 이모씨)
"지난 정부에서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한 신길지구는 사업성 부족으로 방치해 놓고 고잔역에 또 다시 임대주택을 짓는다구요? 차라리 신길지구가 공단과 가까워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에 가장 합당한 지역입니다."(경기 안산시청 관계자)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약인 '행복주택'이 삽질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철도부지 등에 임대료가 싼 공공임대주택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당초 목표는 이미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행복주택 시범지구 후보지 7곳 중 오류지구와 가좌지구만 확정하고 나머지 시범지구도 순차적으로 추진키로 했으나 주민들의 반발은 아직도 거세다.

◇물 위에 지은 아파트가 과연 행복할까?
목동지구는 전체 7개 후보지 가운데 건립 반대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으로 꼽힌다. '강남8학군'에 비견되는 학군 프리미엄으로 후보지 중 집값이 가장 높은 지역이어서 임대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후폭풍이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목동지구 주민들과 비상대책위원회 측에선 기존에 제기했던 집값 하락이나 자녀 교육환경에 대한 걱정보다는 유수지에 대한 안전성과 교통 혼잡 등을 문제로 삼고 있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목동유수지는 홍수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법으로 건축을 철저히 제한해온 곳"이라며 "유수지 저수용량 등 기능이 제한되는 만큼 지역주민뿐 아니라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사람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통문제도 주민들에게는 골칫거리다. 목동 도로 곳곳에는 "지금도 교통지옥인데 행복주택이 들어선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내용의 행복주택 건립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여기에 현재 목동유수지에는 1350면의 공영주차시설과 18면의 테니스장, 빗물펌프장, 재활용 선별장, 음식물쓰레기집하장 등 양천구 관내 중요시설이 위치해 있다. 이 시설들의 대체부지 선정도 쉽지 않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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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1동의 한 주민은 "현재 목1동 주민의 90% 이상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며 "출·퇴근길이나 주말에 이곳에 와 보면 왜 '교통지옥'이라고 불리는지 알게 된다"고 행복주택 건립에 대해 반발했다.

◇강남 노른자 땅에 행복주택이 들어선다면?
송파구 잠실지구와 송파지구도 유수지 개발로 목동지구처럼 극심한 반대여론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이다. 최근 강남3구(강남·서초·잠실)로 불리며 서울에서도 주거환경이 좋고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동네다.

송파·잠실지구는 두 곳이 인접해 있는데다 규모 면에서 총 18만4000㎡로 가장 크고 합쳐서 3400가구가 조성될 예정이다. 다만 강남의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는 곳인 만큼 주변시세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는 주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송파구 삼전동 인근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인근 임대 사업자에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집값이 비싸 성남·용인 등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들어갈 수만 있다면 '로또'일 정도로 살기 좋은 곳"이라고 밝혔다.
송파·잠실지구는 두 곳 모두 유수지로, 비가 많이 내릴 때 빗물을 모아 하천으로 내보내 인근 주택가와 도로의 침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유수지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체육시설이나 주차장, 장애인 운전연습장 등의 용도로도 사용 중이다.
송파구와 주민들은 행복주택 반대이유로 이 같은 시설들의 기능 약화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본래의 홍수조절 등 유수지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스포츠와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는 주민공간을 콘셉트로 복합 스포츠 파크 및 주민 커뮤니티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입장이다.

◇'다문화 소통' 뺐지만 여전히 반대하는 주민들, 왜?
유일하게 서울 외 수도권에 조성되는 행복주택 시범지구는 안산 고잔지구다. 당초 외국인 거주비율이 국내 1위라는 근거 하에 '다문화 소통'이라는 콘셉트로 개발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다문화' 얘기는 사라졌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후보지로 선정된 탓에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한 지역 중 하나다. 고잔역 주변 도로마다 온통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성명서들이 붙어있다.
이곳에서 만난 이회균 비상대책위원장은 "고잔지구의 경우 원래 다문화 소통이 주제였는데 지금은 다문화라는 말이 쏙 빠졌다"며 "애초 후보지로 선정한 근본취지가 흔들린 만큼 말 바꾸기를 하는 정부의 사업을 주민들이 어떻게 믿고 찬성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고잔동 한 주민 역시 "정부가 외국인 입주는 철회했지만 아직도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표방하고 있다"며 "주변에 대학이 많지만 이 지역 대학생 거주율은 얼마 안 되고 공단도 멀리 떨어져 있어 정부의 정책과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대위나 안산시는 고잔지구 대신 2006년 국민임대주택 단지로 지정됐던 신길지구를 행복주택 시범지구의 대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산시 관계자는 "신길지구가 사업 착수가 미뤄지면서 우범지대로 바뀌었다"며 "왜 굳이 주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고잔역에 사업을 추진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