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龍'이 할퀴고 간 상처, 쉬이 아물지않는 고통
- 지구 지정 해제로 6년 만에 재산권 행사
- 매도-매수자간 가격차이 커 거래는 아직
- 서울시, 주거환경 개선등 후속대책 추진
- 주민은 재산세 감면·상업지역 변경 요구

총 예정사업비 31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불리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지난해 10월 구역지정 해제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용산구 서부이촌동 지역주민들은 묶여버린 재산권 행사와 동시에 거주이전의 자유를 얻게 됐다. 2007년 구역지정 발표 이후 6년 만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10일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 최대주주인 코레일이 용산 토지대금으로 받은 ABS(자산유동화증권) 1조197억원을 최종 상환함에 따라 51만㎡에 이르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지구지정 해제를 고시했다.
서울시는 업무지구 해제 이후인 2013년 11월21일 1차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낡은 구역을 중심으로 CCTV와 인도(보도블록) 설치, 버스 증편 등 주거환경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6년간 겹겹이 쌓인 지역주민들의 울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그냥 그대로 놔뒀으면 모두 잘살았을 텐데 지금은 많은 이가 빚쟁이가 됐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벽면의 '개발 반대' 현수막도 아직 그대로다.
◇지구지정 해제 후 주거이전 자유 생겨…거래는 '아직'
지구지정 해제 이후 서부이촌동의 부동산 거래에서 아직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다.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 발표 이후 서부이촌동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이전까지 최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인 인근 동부이촌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수준이 낮게 형성된 서부이촌동은 일부 단지의 경우 동부이촌동을 뛰어넘었을 정도다.
당시 서울시는 폭등하는 부동산가격을 막기 위해 서부이촌동 일대에 이주대책기준일을 결정해 공고했다. 이주대책기준일은 입주권을 부여할 때 기준이 되는 날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이날 이후 매매한 사람에게 입주권을 제한했다.
그렇게 집을 팔 수도 살 수도 없는 6년이 지나갔다. 이촌2동에 사는 심모씨는 "언제 이주할지 몰라서 수리도 못하고 지난 6년을 버텼다"고 말했다. 재산권을 활용할 수 없는 서부이촌동 일대 집값은 폭락했다.
독자들의 PICK!

서부이촌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2007~2008년과 비교하면 지금은 1억원 이상 싸다"며 "전세도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도·매수자간 희망가격차가 워낙 커 집주인은 싸게 안팔려고 하고 사려는 이들은 비싸니까 안사려 하기 때문에 거래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림아파트 96㎡는 6억8800만원, 성원아파트 59.55㎡는 5억~6억원 정도에 매물이 나와 있다.
주민들 사이에선 국제업무도시가 무산되면서 코레일이 드림허브로부터 반환받은 땅을 어떤 식으로든 개발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남아 있다. 다만 서울시내 전세가격의 고공행진이 장기화하는 반면 이 지역 전·월세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어서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 등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뿔 나 있는 주민·상가 입주자들…서울시 "빨리 해결될 일 아냐"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이촌2동 주민센터에 '현장지원센터'를 마련하고 주민 요구사항을 수시로 접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같은 달 21일에는 서부이촌동 일대의 도시기반시설 정비와 버스노선 연장, 상가세입자 특례보증 확대, 상환기간 연장 등 대책을 제시했다.
은행권 저금리 이자 대체상환·원금상환 유예, 재산세 부담 완화, 겨울철 전기·가스·수도공급 안정화 등도 약속했다. 노후된 아파트 외벽의 페인트 비용도 지원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화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도로를 포장하고 CCTV를 설치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한다고 하지만 이런 건 주거환경 개선이 아니라 진작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라고 원망했다.
현재 주민들은 서울시에 △재산세 감면 △용적률 상향과 근린상업지역으로의 용도변경 등을 요구한다. 대림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CCTV와 보안등 설치 다 좋지만 이건 세금을 내는 서울시민에게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이보다는 집수리 비용을 지원한다거나 말도 안되게 높은 재산세를 감면하는 등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주민들은 개발계획 발표 뒤부터 지금까지 상승한 공시지가에 따라 높은 재산세를 내온 만큼 그동안의 손해를 보상하고 앞으로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용산지구 해제 이후 하락한 시세를 반영, 현실적인 공시지가와 집값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집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상가 입주자들은 이 지역을 근린상업지역으로 변경하고 용적률 600% 상향조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서부이촌동 일대 아파트 개별 단지가 한강변 가이드라인 때문에 고층 재건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상가 용적률을 올리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서부이촌동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잘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괜히 지구지정을 해서 이꼴을 만들었다"며 "서울시가 도로 포장을 하고 이것저것 하는 것이 6년 넘게 (지역을) 묶어놨다가 이제 미안하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상점 운영자 이모씨는 "서울시가 잘못한 것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쩌겠냐"며 "우리는 더 죽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성원아파트에 사는 김모씨는 "주민 설득 한번 하지 않고 동네도 와보지 않고서 일방적으로 이 지역을 국제업무지구로 지정했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는 처사"라며 "모두 원상태로 돌려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답답한 상황은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당초 서울시는 용적률 상향 등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 지난해 연말이나 연초에 '도시관리가이드라인(안)'을 만들 방침이었지만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도시관리계획의 기본원칙을 정리중"이라며 "기본원칙을 정리하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협의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가이드라인을 협의할 주민대표도 정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개발에 대한 지역주민간 찬반 갈등이 아직까지 가시지 않아 주민대표를 정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가이드라인건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면서 "서부이촌동 문제는 지역주민들의 오해가 있을 수 있어 함부로 이야기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