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의 덫, 피마르는 건설업계]<1>브루나이·노르웨이·UAE 등 해외 입찰제한 소명 요구 봇물

- 공정위, 배경 조사 아닌 공동행위에만 초점
- 실적부진 만회해오던 건설업계 이미지 실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방위 담합조사로 잘나가던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에 '적신호'가 커졌다. 잇단 담합조사와 제재로 대외이미지와 신뢰에 금이 가면서 해외수주에 애를 먹고 있는 것.
해외 발주처들이 국내 건설기업들의 입찰참가를 꺼림은 물론, 이미 수주한 해외공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축소 등에 따른 실적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해오던 건설업계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8억달러 규모의 브루나이 '템버롱 교량사업' 수주전에 나선 국내 건설업체들은 발주처로부터 4대강 담합 혐의로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를 탈락시키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업체들은 대한건설협회 등과 함께 적극 소명하고 간신히 PQ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최종 입찰결과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기업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담합조사로 해외 발주처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해외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담합의 이유나 배경 등에 대한 조사는 뒤로한 채 단순히 업체간 공동행위만 문제 삼고 있어 공들여 쌓아온 대외이미지가 무너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 노르웨이의 '폴로라인 터널사업' 발주처도 입찰에 참여한 국내 업체들에게 4대강 입찰담합 혐의와 관련된 소명자료를 요구했다. 소명자료를 검토한 후 PQ 탈락여부를 결정짓겠다는 것이었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인근에 터널을 뚫는 이 사업은 총 공사비가 12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갑작스런 소명자료 요구에 당황한 국내 업체들은 긴급히 로펌 의견서와 법률적 검토자료 등을 만들어 보내는 한편, 현장에 임직원들을 급파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번 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다행히 PQ 자격은 얻어 내년 2월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지만 입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이같은 부작용은 아시아 중동 등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심지어 이미 수주한 해외공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월에는 UAE(아랍에미리트연합) 원자력공사 발주처인 ENEC와 대주단이 원청사인 한국전력공사에 국내 건설업체들의 4대강 사업 입찰담합 혐의에 대한 소명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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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자칫 186억달러에 달하는 국내 첫 해외 원전수주가 물거품이 될 뻔 했다"며 "어떠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소명하고서야 겨우 발주처의 우려를 지울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담합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업계는 오는 9월 입찰 예정인 약 140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신규 정유공장(NRP) 사업 수주에 또 다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06년 국내 업체들이 수주했지만 당시 공정위의 담합제재 여파로 무산된 바 있어서다.
해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쿠웨이트 NRP 프로젝트는 국내 건설기업들의 수주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지만 담합제재 소식이 해외 경쟁업체와 언론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