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안내던' 세금이 아니라 '안낸' 세금

[광화문]'안내던' 세금이 아니라 '안낸' 세금

문성일 부장
2014.06.20 06:50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와 관련해 결국 '시장 저항'을 핑계로 꼬리를 내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26일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통해 내놓은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결정을 국회를 앞세워 크게 후퇴시켰다.

시행에 따른 효과분석도 하나 없었다. 그만큼 막연히 내놓았다가 정치권과 '그릇된' 여론에 밀려 "시장이 불안하다"며 스스로 방안을 훼손시켰다.

문제의 '2·26대책'에는 세입자에게 월세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 1개월치 월세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겨있었다. 특히 계좌이체 내역만 있으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집주인과의 마찰도 피할 수 있게 했다.

총 급여액 한도도 기존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늘리고 월세 지급액의 60%, 500만원인 공제율 한도를 연간 월세액 중 750만원 한정으로 단순화했다. 당시 정부는 "고소득일수록 소득공제 혜택폭이 줄어들거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반면 저소득층에게는 혜택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월세 집주인들의 과세기반은 강화했다. 월세 조사지역을 종전 특별시·광역시에서 모든 시·도로 확대하고 국토부 전·월세거래신고시스템과 대법원 전자확정일자시스템을 연계 관리키로 했다.

이 경우 임대인들의 임대수익에 대한 과세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자 전세 임차인' 지원도 축소키로 했다. '근로자·서민전세자금대출' 보증금을 3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주택금융공사의 보증 지원 대상도 4억원 미만(지방은 2억원 미만)으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임대소득자들이 반발한 것은 소득공제가 쉬워진 만큼 소득노출도 쉬워질 것이란 부분이었다. 대책에 앞서 국세청이 과거 확정일자 자료를 받아 이전에 미납한 세금까지 소급적용하려는 것 때문에 파장이 컸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다주택자들의 동요가 심했다. 이후 일부 집주인 사이에서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집을 팔겠다는 움직임을 나타난다는 얘기가 돌았다. 집주인에게 세금을 물리면 전·월셋값을 올리거나 이면계약을 통해 확정일자를 못받게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부는 한 주 만인 지난 3월5일 서둘러 보완조치를 내놓았다. 2주택 보유자로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자에 대한 분리과세(14%) 방침을 유지했지만 적용시기를 2016년으로 늦췄다.

과거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걷지 않기로 했고 세무조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필요경비율을 60%로 올리고 기본소득공제 400만원을 인정하는 등 세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사실상 정책 후퇴를 선언한 셈이다.

정부가 애당초 2·26대책을 내놓은 과정에서 크게 간과하고 실수한 부분이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임대소득에는 과세토록 이미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즉 법적으로 임대소득에 세금을 부과해야 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지 않던 세금'이라며 국민들에게 새롭게 부과 체계를 도입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조세저항에 부딪친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임대소득 과세는 '안 내던 세금'이 아니라 '안 낸 세금'이다. 정부는 '직무유기'를 한 것이고 과세대상자들이 '납세의무'를 어기도록 방조한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틈만 나면 '복지' 얘기를 꺼내놓으면서도 늘상 재정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보이는 세금'이라며 직장인들에겐 소득세뿐 아니라 논란이 한창인 건강보험료도 착실히 부과한다. 집을 세놓고 임대료를 받는 임대소득자들을 떳떳하게 하고 튼튼한 재정 속에 올바른 복지정책을 펴려면 무엇보다 제대로 된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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