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280억원 들여 서소문 재개발 부지 잇단 매입
- 미국 헤지펀드와 주도권 다툼에 개발사업 지지부진
- 자금난에 담보대출 원리금 못 갚아… 부지 공매 처분

전두환 전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개발사업을 위해 매입했던 서울 중구 서소문구역 5지구 내 토지와 건물들이 한꺼번에 공매처분됐다. 무리하게 빚을 내 개발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미국 헤지펀드와 개발사업권을 놓고 장기간 대립하다가 채무상환 등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280억원대 부동산을 날린 것이다. <관련기사서소문 5지구 오피스 재개발 7년만에 본격화참조>
5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생보부동산신탁은 지난달 부동산개발 및 임대업체 비엘에셋의 서소문동 일대 토지와 건물 12곳에 대한 공매를 실시한 결과 디벨로퍼 A사가 270억원에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00년 설립된 비엘에셋은 전재용씨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다. 이번에 매각된 토지와 건물들은 당초 지난해 12월 처음 공매로 나왔다. 당시 최저입찰가격은 476억원 정도였지만 6차례 유찰되면서 가격이 40% 이상 떨어졌다.
이들 토지와 건물은 전씨가 개발사업을 위해 2008~2009년 순차적으로 사들인 부동산으로 등기부등본상 총 매매가격은 약 280억원이다. 서울시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태평로 삼성 본관 뒤에 위치한 알짜배기 땅들로 2008년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재개발(서대문구역 5지구)이 결정됐다.
당초 전씨는 재개발 부지 중 가장 비중이 큰 옛 알리안츠생명 서소문 사옥을 인수하려 했지만 미국 헤지펀드 ‘안젤로고든’이 국내 부동산펀드를 통해 먼저 매입하자 인근 부지를 대신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전씨와 안젤로고든이 개발사업권을 놓고 다투면서 사업이 차일피일 지연됐다. 여기에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개발사업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고 비엘에셋은 급격한 자금난에 빠졌다.
특히 토지와 건물 등을 매입하기 위해 이를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빌린 고금리 대출이 발목을 잡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엘에셋은 2008년 이미 총자산 307억원, 부채 332억원, 자기자본 -25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그럼에도 2012년까지 부채는 매년 증가했고 특히 2011년엔 저축은행 차입금만 330억원이 넘었다. 당시 대출금리는 연 9~11%, 연체이자율은 20%대에 달했다. 매년 부채가 늘면서 이자비용도 2008년 15억원에서 2012년 59억원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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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임대료 수입이 전부인 매출은 10억원 내외에 그쳐 건설용지 매매계약 해지로 60억원의 영업외수익이 발생한 2010년을 제외하고 매년 20~5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개발사업 지연으로 자금난이 가중된 비엘에셋은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고 담보 신탁됐던 토지와 건물들이 공매로 나오게 됐다.
하지만 이번 공매처분에도 채무 해소는 힘들어 정상 경영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엘에셋의 2013년과 2014년 감사보고서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와 관련, 비엘에셋을 통해 전씨와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자본잠식으로 채무상환이 불확실함에도 대출이 이뤄진 것과 관련, 2013년 비엘에셋과 일부 저축은행은 검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개발사업이 지연과 과도한 차입으로 디폴트에 빠지면서 담보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넘기게 된 것”이라며 “공매로 땅을 낙찰받은 디벨로퍼가 알리안츠생명 사옥까지 인수할 예정이어서 8년여 만에 재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